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로서 대장동 민관(民官) 개발 특혜·로비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김만배씨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3일 결정된다. 검찰로선 한 차례 김씨 구속시도가 불발된 뒤 3주 가까이 보강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재청구 한 터라 그 결과를 둘러싼 부담이 큰 상황이다.
구속 성패를 가를 핵심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으로, 검찰은 김씨 등 민간사업자들과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사령탑인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 등이 부당하게 결탁해 민간의 이익을 극대화 한 반면 공사엔 손해를 끼쳤다고 결론 내렸다. 구속 기로에 놓인 김씨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행정 지침에 따랐을 뿐이라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檢 "김만배·유동규 일당, 공모단계부터 민간 특혜조항 삽입"
이날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대장동 사업이 이뤄지기 전인 2014년에 이미 민관 사업자간 결탁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이 시기 유 전 본부장은 김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민간사업자와 논의해 사업 전반의 특혜를 제공하기로 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기로 의사를 모았다. 그해 10월~11월경엔 역할 분담까지 이뤄졌는데 김씨는 대장동 개발 사업 총괄과 로비, 남 변호사는 자금조달과 공모지침서 작성 관여, 정 회계사는 사업계획서 작성과 회계 세무 업무, 유 전 본부장은 특혜 제공을 맡았다. 남 변호사의 추천으로 공사에 채용된 정민용 변호사는 이들의 수족 역할을 했다.
'대장동 민관 특혜 원팀'은 2015년 초에 본격 가동되는데, 김씨는 정 회계사로부터 민간 사업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모지침서에 포함돼야 할 '필수조항'을 설명 받고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정 변호사에게 이를 반영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김씨에게는 '우리(공사)는 임대주택 필지 하나만 주면 되고, 나머지 블록은 알아서 가져가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 그 결과 검찰이 공모지침서에 그대로 반영됐다고 판단한 필수조항의 골자는 △건설사 주도 컨소시엄 배제 △1공단 공원조성비를 도시개발 사업비용으로 부담하고 A11블록 임대주택 부지를 공사에 제공하는 것 외에는 공사의 추가이익 분배 미요구 △민간사업자의 공동주택 건축사업 시행 근거 조항 마련 등이다.
이 같은 유착으로 김씨 등 민간 사업자들은 공모지침서가 공고되기도 전에 미리 사업계획서 초안을 작성하는 등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공사 내부에선 '공사 수익을 더 보장하는 사업자에게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는 견제 목소리가 나왔지만 모두 배제된 채 그해 2월13일 공모지침서가 공고됐다. 이에 따른 사업자 선정과정에선 유 전 본부장의 지시로 평가방법마저 어긴 편파심사가 이뤄졌으며, 화천대유를 구심점 삼은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15년 5~6월 사업‧주주협약 때엔 공사가 취할 수 있는 개발 이익이 축소 또는 배제됐고, 일련의 특혜가 작용한 덕에 화천대유 측이 651억여원 이상의 이익을 더 챙길 수 있었으며 공사는 그만큼의 손해를 봤다고 검찰은 결론 내렸다. 특히 협약 과정에서도 공사 내부에서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분양가(평당 1400만원)를 상회해 발생되는 추가이익금은 출자 지분율에 따라 별도 배당하기로 한다'는 이른바 민간 초과이익 환수조항 도입 의견이 제기됐지만 묵살됐다. 공사 실무자들은 이 조항을 추가한 사업협약서 수정안까지 작성했다가 정 변호사의 요구로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만배, '이재명' 거론하며 배수진…"행정 지침 따라 사업 진행한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재차 구속 위기에 놓인 김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이재명 후보를 거론하며 검찰이 적용한 배임 혐의를 정면 반박했다. 성남시장이었던 이 후보가 강조했던 행정지침에 맞춰 사업이 진행된 것일 뿐, 사업자의 필수조항 청탁 등으로 특혜성 공모지침서가 꾸려졌다는 등의 검찰 수사 결과는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다.
김씨가 언급한 '행정지침'은 이 후보가 지난달 18일 국정감사에서 밝힌 내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당시 "비용 부풀리기와 부정거래가 의심되기에 고정이익을 최대한 환수하라, 이게 첫 번째 지침이었고 두 번째는 공개경쟁을 반드시 시켜라. 세 번째로 건설사가 들어오면 문제가 될 수 있기에 건설사 같은 데는 배제하고 반드시 대형 금융기관 중심으로 공모해라 (등 이었다)"며 "그런 지침을 도시개발사업단과 도시공사 합동회의를 통해 몇 차례 제가 강조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해 공모지침서에 반영했다는 필수조항 일부가 이 후보가 언급한 지침과 유사한 점에 대한 인과관계는 아직 수사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이 공백을 파고들고 있는 김씨는 취재진 앞에서 "저희(화천대유 측)는 그분(이재명)의 행정지침이나 그런 것을 보고 (사업을) 한 것"이라며 "시가 내놓은 정책에 따라 사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최선의 행정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 변호인 역시 "시장 방침이 그러했기 때문에 유 전 본부장에게 특별한 요청을 할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증거를 충분히 수집했다고 판단한 수사팀은 성남시 방침에 맞춰 '대장동 민관 원팀'이 교묘하게 특혜구조를 설계한 것인지, 특혜구조에 맞춰 시 방침이 정해졌는지 등 선후관계에 대해선 추가 수사영역이라는 입장으로 파악된다. 배임 등 공범으로 지목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남 변호사와 정 변호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도 같은 날 진행됐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늦어도 4일 새벽엔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