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의 한 상가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한형 기자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취업자는 2690만4천명. 이 가운데 20.6%인 553만1천명이 자영업자다. 급여는 받지 않지만 함께 일하는 가족까지 포함하면 24.6%다. 취업자 네 명 중 한 명은 자영업자인 셈이다.
OECD 6번째…빚 늘고, 저소득층 비율↑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OECD 회원국 중 여섯 번째로 높다. 특히 경제 수준이 높은 주요 7개국(G7)과 비교하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이 얼마나 높은 편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프랑스는 12.4%였으며, 일본 10%, 캐나다 9.6%, 미국 6.3%로 대부분 우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만큼 경쟁도 심하다. 올해 1분기 기준 자영업자 246만이 총 832조원의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지난해보다 빚을 진 자영업자가 50만명 늘고, 부채는 132조원 증가했다.
또 코로나 이후에는 자영업자 가구 중 저소득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25.9%에서 28.4%로 늘었을 정도로 자영업자들의 형편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창업까지 한 달이면 OK…손 쉬운 창업 문제
2년 전 '대만 식품' 유행과 함께 가맹점을 열었다가 경영난으로 이번 달 폐점하는 경기 수원의 한 대만 샌드위치 전문점. 정성욱 기자업계와 전문가들은 국내에 자영업자들이 과당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로 창업 절차가 어느 국가들보다 까다롭지 않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다 폐업한 양모(48)씨는 "창업 당시 교육이라고는 본사에서 받은 10일 간의 교육이 전부였다"며 "닭을 얼마나 팔아야 손익분기점이 되는지, 비용은 어떻게 아낄 수 있는지 등 현실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들은 하나도 모르고 문을 열었던 것 같다"고 후회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창업을 하려면 △위생교육필증 △액화석유가스 사용시설 완성 검사 필증 △소방·방화 시설 완비 증명서 △점포 임대 계약서 △건강진단증명서(보건증) 등 준비해 관할 지자체에 영업신고를 하면 된다.
서류 준비부터 영업신고 이후 실사 기간까지 합치면 허가를 받는데 한 달이 채 걸리지 않는다.
전국자영업자비대위 관계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 천막시위장 앞에서 '거리두기 완화 요구' 기자회견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진환 기자또한 정부의 지원방식이 컨설팅이 아닌 자금 지원에 편중돼 있다는 것도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안 되고 있다.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이성훈 교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창업 교육을 하고 있지만, 자금 지원을 전재로 한 교육일 뿐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부족하다"며 "자금 지원은 창업을 더욱 쉽게 할 뿐, 자영업자들이 살아남는데 도움이 되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서강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정유신 교수도 "할 게 없어서 자영업을 하는 게 아니라 한 명의 전문가로서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게끔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소상공인 전문 플랫폼 등을 키워서 나름의 생존 전략을 세우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총량제, 창업자‧예비창업자간 갈등 야기" 우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둘러본 뒤 시장 내 고객편의센터에서 지역 화폐 관련 전국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그렇다고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영업 비중이 낮은 선진국들 중에도 총량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대신 이들은 대부분 창업 요건을 까다롭게 해 창업에 시간이 오래 걸리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식당 구조, 식기류·조리도구 인증 여부, 식재료 구매처, 소방·안전 준수 사항 등 다양한 조건을 지켜야만 음식업 허가를 내준다. 일부 지역은 컨설팅까지 필수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허가가 나는데 1~2년이 걸린다. 때문에 미국 내에서 음식점을 창업하려는 이들은 새로운 면허를 발급받는 것이 아니라 기존 면허를 양도받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자영업자 비율이 5~6% 수준으로 유지되는 이유다.
호주의 경우 핵심 상권에 점포를 열려면 공무원이 몇 달간 상권을 조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기존 유사 업종 운영자와의 면담을 통해 생존 가능성이 있는지까지 따져 허가를 내준다. 자영업자 비율은 9.7% 수준이다.
이처럼 업계와 전문가들도 과당경쟁의 해결책으로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언급한 '음식점 총량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피자 가맹점을 운영하는 강모(38)씨는 "정부에서 음식점 수를 제한하면 창업 이후의 경쟁 대신 창업을 하기 위한 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택시 총량제를 실시했을 때 면허값이 폭등했던 것처럼 임대료나 권리금이 올라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세종대 이성훈 교수는 "정부가 강압적으로 음식점 수를 정해 제한한다면 자영업자 또는 예비창업자 사이에서 반발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시장 경제를 간섭하지 않는 선에서 자영업자 수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