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1단계 시행으로 유흥·체육시설 등에는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적용된 1일 서울 광진구 크로스핏라온2 체육관에서 한 시민이 운동을 하고 있다. 방역패스 제도 안착을 위해 내달 7일까지 1주간 계도기간이 주어지며,. 헬스장·탁구장과 같은 실내체육시설에 대해서는 이용권 환불·연장 등을 감안해 내달 14일까지 2주간은 벌칙 없이 영업할 수 있도록 했다. 박종민 기자"백신 맞으셨나요? 안 맞으셨으면 안 돼요."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당구장 직원은 카운터에 놓인 'QR코드 리더기'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을 경우 당구장 이용이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백신 미접종자도 사적모임 인원수 제한에만 걸리지 않으면 당구장 등 실내체육시설 이용이 가능했지만, 이번 주부터는 '방역패스'가 본격 시행됐기 때문이다.
헬스장·당구장·탁구장·볼링장 등 실내체육시설 이용자들은 지난 15일부터 예방접종증명서나 유전자 증폭(PCR) 검사 음성확인 문자를 제시해야만 체육시설에 입장이 가능하다. 정부는 현장에서의 혼선을 고려해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2주일간 방역패스 계도기간을 뒀었다.
현장에서 만난 실내체육시설 운영자들은 정부의 정책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입을 모았다.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는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는 백신 미접종자도 이용 가능한데, 실내체육시설만 이용을 아예 못 하게끔 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볼링장 관리인은 "방역패스 계도기간이 지나고 어제부터 본격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했다. 손님들도 거부감 없이 응했다"면서도 "실내 체육시설이 음식점보다 안전한데 음식점은 그냥 패스하고 실내 체육시설에서는접종 안 하신 분들이 못 들어오시는 게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방역패스' 정책에 반기를 드는 움직임도 있었다. 수도권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장은 "카페나 식당은 마스크를 벗고 이용하는데 헬스장에서는 마스크를 꼭 쓴다"며 "방역을 위해 700만원짜리 소독기도 설치했다. 어디가 더 안전하겠느냐"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방역패스를 무시하고 운영하겠다"며 "이미 회원들에게도 방역패스와 상관없이 운영하겠다고 공지한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헬스장 입구에 백신패스 시행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일부 실내체육시설 운영자들은 방역패스로 인한 매출 감소를 우려하기도 했다. 수도권 한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로 근무하는 박모(30)씨는 "방역패스가 예고된 1일부터 하루에 5명씩 환불 문의가 오기도 했다"며 "기존 회원들이 3~4명만 빠져도 체육관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이미 임대료나 월급 등으로 사용된 돈을 환불해주면 그만큼 피해가 막심하다"며 "업계에서는 차라리 '위드 코로나' 이전이 낫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 협회장도 "방역패스 시행되고 회원 3분의 1정도가 줄었다"며 "젊은 층은 단속에 걸리면 피곤하니까. 정지나 환불도 있고 주위에 대학이나 중고등학교 있는 곳 헬스는 타격 큰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방역패스' 위반 시 관리자‧운영자뿐만 아니라 이용자에게도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설 관리자‧운영자에게는 1차 위반 시 150만 원, 2차 300만 원 과태료가 부과되고 사안이 중대할 경우, 운영중단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의 '방역패스' 지침에 따르겠다는 운영자도 있었다. 공덕동의 헬스장 직원은 "전화주시면 '홀딩(중지)' 기간을 주고 있다. 2차 백신을 맞고도 2주가 지나야 하니 짧게는 2주간 홀딩을 해준다. 백신을 안 맞겠다고 하는 분은 2주 넘게 장기 홀딩을 해주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회원 등록을 취소하는 사람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그건 개인 선택이니까 어쩔 수 없지 않겠냐" 며 "여기 오신 손님들은 다 백신 접종을 했다"고 답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필라테스 센터도 16일 오후 회원들에게 "위드코로나 방역패스 정책으로 입장시 백신 접종 완료 여부를 확인한다. QR 코드 스캔이 어려우면 백신 접종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양해와 참여를 부탁한다"는 당부가 담긴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해당 필라테스 센터 이용객 이모(26)씨는 "위드코로나가 시작되고 운동을 등록했는데, 상담할 때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더라. 백신 못 맞았으면, 등록 못할 뻔했다"며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이 백신 다 맞았다고 하니까 안심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번지면서 '방역패스' 적용범위를 18세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방역 패스 적용 범위가 청소년까지 넓어질 경우 수능이 끝난 백신 미접종 청소년은 PC방 노래방이 이용 불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본격적으로 검토한 바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방역패스 적용 확대와 관련해서 중대본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는 부분은 없다"며 "교육부 차원에서 관련 의견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한편 접종 후 심각한 이상반응이나 건강상 이유 등으로 백신 접종을 마치지 못한 접종 미완료자들은 보건소에서 발급받은 '예외확인서'를 내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완치자는 방역패스가 예외로 인정돼 격리해제 확인서를 제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