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박종민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꺼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카드'가 당정 갈등의 '방아쇠'가 됐다. '공시지가 완충 장치 도입'에 당정이 공감대를 이루긴 했지만, 양도세 문제로 인해 당정 간 긴장감은 낮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이 후보는 "선거 끝나고 얼마든 할 수 있다"며 선제적으로 퇴로 확보에 나서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김 총리 "정부 정책 신뢰 떨어져" 완강한 반대
김부겸 국무총리. 연합뉴스
양도세 중과 유예와 관련해 무엇보다 정부의 반대가 완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 정책에 신뢰가 떨어져서 정부로서 양도세 중과 유예 부분들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선을 그었다.
지난 16일 청와대 이호승 정책실장이 방송에 출연해 "(양도세 중과 유예) 논의가 있으면 오히려 매물이 안 나오고 잠기게 된다"며 "오히려 수요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데서 전혀 입장이 바뀌지 않은 셈이다.
정부로서는 양도세 중과를 유예한다고 해도, 시장은 또다시 버티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권 교체 등 변수가 있는 만큼, 시장 참여자들은 관망을 할 수밖에 없어 '유예 카드'가 먹힐리 없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양도세 중과 유예 가능성 신호가 '매물 잠김'을 더욱 유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유예 안하면 오히려 시장 혼란" 정반대 판단…높아지는 당정 간 긴장
하지만 이 후보와 선대위는 정 반대 판단을 하고 있다. 선거대책위원회 공정시장위원회 채이배 공동위원장은 SNS를 통해 "다주택자 중 종부세가 부담돼 매도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양도세 중과 완화를 대선 이후로 하겠다고 하면 매물을 걷어들일 것"이라며 "그동안 시장은 더 혼란스러울 것이고, 그 피해자는 실수요자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관점 차가 좁혀지지 않는 이상 당정 갈등이 예견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견을 좁히기 위해 당은 계속해서 정부에 대한 '설득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도세 중과 유예 뿐 아니라 별도 압박 수단을 동반하면 '매물 유도'를 할 수 있다는 구상도 설득의 한 예다. 당은 '최종 1주택 보유기간 기산일'에 대한 규정을 장기보유특별공제의 보유기간 및 거주기간 계산에도 적용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도세 중과 유예와 '세트'인 셈이다.
당 안팎 반대도 문제…이재명 "선거 뒤 얼마든 한다" 탈출구 마련도
하지만 역시 설득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다. 본격적인 선거 기간 시작 전인 올해 말, 연초까지 관련 법을 통과시켜야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당 내에서조차 양도세 중과 유예에 대해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어, 이 후보로서 시간의 부담은 더욱 크다. 한 재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내에서는 양도세 중과 유예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월등히 많다"고 전했다.
정부와 당 안팎에 완강한 반대로 양도세 중과 유예가 대선 전 도입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일각에서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당장 22일 열리는 여당 의원총회에서도 양도세 중과 유예 방안에 대해 찬반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 정책통으로 꼽히는 한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정부는 물론이고 당 내 이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이 정부 내에서는 도입 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이런 당 안팎의 사정은 이 후보가 당정 갈등의 '탈출구' 마련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전날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와의 화상 대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솔직히 이제 서로 동의 안 되면 (대선이) 몇 달 후기 때문에 선거 끝난 후에 얼마든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지금 정부에서 '밀어붙이기'보다는 선거에서 승리 후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예산 정국에서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논란처럼 당정 간 불필요한 긴장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