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국회의서 발언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뉴스1 제공북한이 미국을 향해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지난 2018년부터 중단됐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시일(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할 방침을 시사했다.
북한의 각종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와 유엔의 제재 논의에 대응해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조치(모라토리엄)의 철회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한반도 정세에서 그동안 '레드라인'으로 설정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조치를 철회할 뜻을 북한이 밝힌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회로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가 어제(19일) 열렸다면서, "현 조선반도 주변정세와 일련의 국제문제들에 대한 분석보고를 청취하고 금후 대미 대응방향을 토의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정치국 회의에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행위들을 확고히 제압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물리적 수단들을 지체 없이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국방정책과업들을 재포치"했으며,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구축 조치들을 전면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 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주동적으로 취했던 신뢰구축 조치들과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이란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의 잠정 유예조치(모라토리엄)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018년 4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핵 실험장을 폐기하고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연합뉴스신문은 이어 "미국은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이후 최근 년간에 만도 저들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을 수 백차례나 벌렸으며 각종 전략무기시험들을 진행하는 한편 첨단군사공격수단들을 남조선에 반입하고 핵전략무기들을 조선반도 주변지역에 들이밀면서 우리 국가의 안전을 엄중히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 미 행정부는 우리의 자위권을 거세하기 위한 책동에 집요하게 매 달리고 있다"면서, "(이런) 제반 사실은 미 제국주의라는 적대적실체가 존재하는 한 대조선적대시정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명백히 실증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국은 특히 "싱가포르 조미수뇌(북미정상)회담이후 우리가 조선반도 정세완화의 대 국면을 유지하기 위하여 기울인 성의 있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적대시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고 평가한다면서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인 대결에 보다 철저히 준비되어야 한다는데 대하여 일치하게 인정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면서 당 정치국은 "국가의 존엄과 국권,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우리의 물리적 힘을 확실하게 다지는 실제적인 행동에로 넘어가야 한다고 결론했다"며, "채택된 해당 결정은 현 정세하에서 우리 국가의 존립과 자주권을 믿음직하게 담보하기 위한 시기적절하고 정당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미 제국주의'라는 용어를 다시 꺼내들면서 '실제적 행동으로의 전환'을 결정한 것은 북한이 언급해온 '강대강 선대선' 기조 중에서 '강대강' 전략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강대강 전략의 핵심 사안이 바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선언의 해제 검토이다.
이에 따라 빠르면 오는 2월 16일 김정일 생일 80주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 등 이른바 '혁명적 대경사'의 주요 계기에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실제 행동이 우려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제8기 제6차 정치국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뉴스1 제공다만 이번 정치국 회의에서 핵·미사일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고, 발사유예 조치의 철회도 아직은 '검토' 단계라는 점에서 일정한 여지는 남긴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미 강대강 전략이라는 큰 틀에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해제 검토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오는 2월 16일 김정일 생일 80주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 등 주요 계기에 이를 실행할 가능성도 있다"며, "실제 행동은 SLBM, 중거리 탄도미사일, 장거리탄도미사일, 핵 실험 순으로 점점 강도를 넓혀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무진 교수는 "다만 유엔 제재논의 등 향후 미국의 동향에 따라 북한의 대응도 속도와 강도의 측면에서 수위조절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대 교수는 "북한 보도에서 핵·미사일의 모라토리엄이라는 단어는 없다"며, "결국 정책 방향의 암시를 통해 유예 철회의 가능성을 연 상태에서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관계를 2018년의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전으로 돌려놓겠다는 명백한 선언"이라면서, "핵실험과 ICBM 발사재개를 포함해 8차 당 대회에서 언급한 핵무력 고도화, 전술핵무기 개발, 초대형핵탄두 생산, 핵 선제 및 보복타격능력 강화 등에서 보다 속도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을출 교수는 "그 동안 아슬아슬하게 지켜왔던 레드라인을 다시 넘을 수 있다는 대미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북미 대화와 협상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다만 과거의 사례로 보면 강대강의 극한 대립은 결국 대화와 협상으로 귀결되었다는 점에서 북미대화 국면으로의 극적 전환 가능성도 열어 놓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올해 돌아오는 김일성 출생 110주년과 김정일 출생 8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기 위한 문제도 논의해,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당과 국가기관들의 임무"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