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7일 광주시 동구 충장로를 방문, 즉석연설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이 양자 토론을 이유로 다자토론을 피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에 "같은 날 둘 다 하자"고 제안한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이 후보 측은 양자 토론의 경우 깜짝 지지율 반등을, 다자 토론의 경우 안정적인 이미지 구축을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민주당 박주민 선대위 방송토론콘텐츠단장은 27일 입장문을 통해 "법원 판결에 따라 (31일) 방송 3사 초청 4자 토론에 참석하고 윤 후보 측이 제안한 양자 토론도 수용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 후보 측은 오는 31일로 추진 중이던 다자 토론에 반대하며 대신 같은 날 양자 토론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이목이 집중되는 설 연휴, 지지율 선두인 윤 후보 측이 굳이 위험 변수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계산에서다.
그러자 이 후보 측은 양자 토론을 수용할테니 같은 날 다자토론도 하자며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이 후보 측은 양자든, 다자든 현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토론을 열어야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 A의원은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는데 쓸 수 있는 카드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 할 수 있는 건 주요 공약을 메시지로 응집시켜 잘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 측은 그동안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을 비롯해 전국 226개 시군구별 맞춤형 공약을 쏟아냈다. 그러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대표 공약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선대위는 이번 설 연휴 TV토론에서 이 후보의 '신경제 비전' 공약을 강조해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각 후보별로 정책 어필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는 양자 토론이 나쁘지 않다는 게 선대위 측의 계산이다. 실제로 이 후보는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윤 후보에 비해 경제 정책관을 뚜렷하게 어필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동시에 이 후보가 상대적으로 윤 후보에 비해 토론에 능숙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차분히 분위기를 리드할 수 있다는 기대도 계산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반면 위험 부담도 있다. 토론이 과열돼 윤 후보에 대한 흠집내기로 이어질 경우 보수 세력 결집을 통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일례로 2012년 대선 당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새누리당 당시 박근혜 후보를 겨냥해 "박 후보를 떨어뜨리려 나왔다"고 발언했다가 보수 진영의 결집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반대로 다자토론의 경우 선명한 이미지를 얻긴 쉽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큰 위험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토론을 진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통해 윤 후보를 공격하는, 이른바 '차도살인'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민주당 선대위 측에서는 안 후보 측이 단일화에 '거리두기' 위해 윤 후보를 집중 공격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다른 선대위 관계자 B의원은 "안 후보가 윤 후보를 공격할 경우, 이 후보 입장에서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이 때 이 후보는 차분하게 정책 설명을 이어나가는 게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다자 토론에서의 위험요인은, 나머지 후보들이 현 정권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이 후보에게 공격을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B의원은 "어느 후보든 현 정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려는 게 기본 전략"이라며 "거듭 당을 쇄신하고자 노력하고 문재인 정권과의 차별화 전략을 취해왔지만 공격 받을 여지는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