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고승범 금융위원장. 황진환 기자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4일 '지금까지 경험 못한 경제‧금융여건의 변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금융권과 가계·기업 모두 다가올 충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고 위원장은 이날 열린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잠재위험요인 관리 강화에 각별히 주력하라'고 지시하며 이같이 밝혔다.
고 위원장은 "다수의 위험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글로벌 긴축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면서 "경기 하방리스크와 금융불균형 리스크 등이 '상호 강화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경제‧금융상황을 면밀히 살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 하방리스크로 △코로나19 변이 확산 지속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국제정세 불안 및 공급망 차질 장기화 등을 금융불균형 리스크로 △부채 증가 및 자산가격 급등 △잠재 부실위험 누적 △긴축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이동 등을 꼽았다.
고 위원장은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전례없이 늘어온 만큼, 글로벌 긴축 개시로 지금까지 경험 못한 경제‧금융여건의 변화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며 "금융안정을 책임지는 금융위원회는 '금융안정 방어선'을 지켜낸다는 각오로 소임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특히, 이례적으로 금융권, 가계‧기업 등 민간에 대해서도 '다가올 충격에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며 경고에 나섰다. 금융권에 대해서는 "단기적 이익 추구에 매몰되어 직면한 리스크를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가계‧기업에 대해서는 "금리상승 충격 등을 견딜 수 있을지 재무상태를 점검하고, 과도한 레버리지는 줄여 나가야 할 것을" 각각 주문했다.
고 위원장은 이와함께 당장 이번주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해서도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1월에 이어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철저한 모니터링 및 대비 태세를 지속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지난주 후반 발표된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가 또 다시 40년 만의 최대치를 갱신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한 각국의 우려도 주말을 거치면서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미국의 CPI는 전년동월비 7.5% 상승하며 전월(7.0%)보다 오름폭 확대됐다. 또,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재차 제기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모양새다.
고 위원장의 전망처럼 이날 국내 증시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코스피 지수는 2% 넘게 하락하며 2700선이 다시 무너졌고, 코스닥 지수도 3% 가까운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이날 '공포지수'라 불리는 변동성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 넘게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