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유럽 주요 통신업체 CEO들이 잇따라 관련 성명을 내는 등 '망 사용료' 갈등이 유럽까지 확산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도이치텔레콤·영국 보다폰·스페인 텔레포니카·프랑스 오렌지 등 유럽 4대 통신업체의 CEO들은 최근 성명을 내고 "몇몇 빅테크 기업이 유발하는 비디오 스트리밍, 게임, 소셜미디어 등이 모든 트래픽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며 "공평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통신사들이 연결에 필요한 각종 투자를 하는 동안, 빅테크 기업들은 적은 비용으로 '하이퍼 스케일링'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수익을 내고 있다"며 "심지어 빅테크 기업들이 점점 고화질 스트리밍을 추진함에 따라 데이터 부담은 제한 없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신사들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결국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이같은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유럽의 통신 서비스 질은 다른 세계 지역보다 뒤쳐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FT는 4인의 성명이 최근 한국에서 SK브로드밴드(SKB)가 넷플릭스와 촉발한 '망 사용료' 분쟁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SKB가 넷플릭스의 트래픽 급증으로 네트워크 투자비용이 급증했다며 망 사용료를 요구하자 이를 지급할 수 없다는 취지의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SKB의 손을 들어줬으나 넷플릭스는 항소를 SKB는 반소를 제기해 2심이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대형 CP(콘텐츠사업자)를 향한 유럽 통신사들의 망 사용료 분담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오스트리아 통신 3사 CEO들은 지난달 말 네트워크 인프라 비용을 빅테크 플랫폼 기업이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프랑스통신사업자연맹(FFT)도 이달 초 대선 후보자들에게 보내는 정책 제안문에서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뿐 아니라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도 네트워크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국 통신기업이 모여 만든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도 나설 예정이다. GSMA는 오는 28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릴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망 사용료 분담 요구와 관련한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GSMA는 SKT와 KT를 비롯한 세계 220여 개국에 걸쳐 통신 사업자 750곳이 참여하는 모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