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시의 청사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파괴되면서 길거리에 잔해가 나뒹굴고 있다. 연합뉴스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인구 30만명의 도시 헤르손을 러시아군이 '점령'했는지 여부를 두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헤르손을 점령했다고 주장했고 시장도 러시아군의 통제 하에 있다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 정부와 미국 국방부는 이를 부인했다.
CNN 등에 따르면 이고르 콜리카예프 헤르손 시장은 2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크라이나 군대는 더 이상 이 도시에 없으며 이제 주민들은 도시 행정부에 온 '무장된 사람들(armed people)'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콜리카예프 시장은 "모스크바 군대는 밤 8시부터 새벽 6시까지 통행 금지 시간을 설정했고, 음식과 의약품 등 물자를 수송하는 차량이 도시에 들어오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차량의 운전 속도에도 제한이 붙었고, 두 사람 이상의 통행은 금지됐다고 덧붙였다.
미국전쟁연구소가 파악한 동부표준시 3월 2일 오후 3시(한국시간 3월 3일 오전 5시) 기준 전황. 헤르손(검정색 원)을 러시아군이 '점령'했는지 여부를 두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전쟁연구소 제공그는 전날까지만 해도 러시아군의 헤르손 점령 주장을 부인하면서 우크라이나 군대가 여전히 도시 곳곳에서 항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군은 며칠 전부터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헤르손을 포위하고 공세를 퍼부었다.
헤나디 라후타 헤르손 지역정부 수장도 "지금 집에 없거나 외출할 계획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며 "점령자들은 도시 어느 곳에나 있으며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헤르손을 완전히 점령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도시가 러시아군의 완전한 통제 아래 놓였다"고 밝혔다.
헤르손이 실제로 러시아의 통제 하에 있다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가운데 러시아군에 의해 점령된 첫번째 도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고 CNN은 평가했다.
헤르손은 흑해 항구도시이자 산업 중심지로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서쪽 해안을 따라 오데사까지 점령한다면 우크라이나는 해안을 잃고 내륙 국가가 된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지난 2014년 러시아와의 분쟁 이후 크름(크림)반도 북부 운하를 둑으로 막아 헤르손에서 크름반도로 가는 수원(水原)을 차단했다. BBC는 헤르손 점령을 통한 용수 공급 복구가 러시아의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의 주요 목표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콜리카예프 시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청에 진입한 러시아군 장교로부터 우크라이나 동부의 러시아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 거주지역 루한시크 2곳과 유사한 새 행정부를 헤르손에 설립할 계획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헤르손이 러시아군에 점령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도 AP 통신에 구체적인 상황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헤르손에선 여전히 양측의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도 러시아가 헤르손을 장악했다고 주장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이러한 주장을 부인한다면서 "현시점에서 헤르손은 막상막하의 격전이 벌어지는 도시라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3일(현지시간) 오전 폴란드와 접경한 벨라루스 서남부 브레스트주(州) 벨라베슈 숲에서 2차 회담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