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회비 지로용지 발송작업. 연합뉴스서울시 적십자회비 납부율이 2021년 기준 전년대비 7.93% 낮아진 가운데 '부자 동네'일수록 납부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회 김기덕 의원(더불어민주당·마포구4)이 공개한 서울시 25개 자치구별 적십자회비 고지 및 납부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서울 적십자비 납부율이 전년대비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적십자회비의 최근 3년간의 고지금액은 2019년 고지된 총금액은 773억여 원으로 이중 납부금액은 61억여 원이었던 반면에 2020년에는 총 667억여 원의 고지 금액 중 57억여 원만 납부됐다. 2021년에는 3억여 원 줄어든 총 664억여 원의 고지 금액 중 52억여 원만 납부돼 전년대비 0.68% 감소했다.
적십자회비는 어려운 이웃을 돕고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을 위해 전국민(세대주, 개인사업자, 법인, 단체 등)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국민성금으로 납부의무는 없지만 사회 각계각층의 그늘진 곳에 국민의 온정과 관심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김 의원은 "코로나19 장기화 여파가 이웃 간의 온정마저 앗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며 "서울시 총 납부율과 자치구별 납부율이 계속하여 저조해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김덕기 의원 제공최근 3년간 자치구별 납부율을 보면 은평구와 도봉구, 노원구가 3년 연속 납부율 상위 3위를 차지한 반면, 강남구와 마포구, 서초구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9년 기준 도봉구(10.93%), 은평구(10.85%), 노원구(10.29%)가 납부율 상위 1위부터 3위를 차지했고, 강남구(5.32%), 마포구(6.09%), 서초구(6.48%)는 하위 1위부터 3위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은평구(11.65%), 도봉구(11.47%), 노원구(10.60%)가 납부율 상위 3위 안에 드는 자치구로 기록됐고, 하위 3위권은 강남구(6.1%), 마포구(6.3%), 서초구(6.95%)로 나타났다.
전년도에 이어 2021년에도 은평구(11.37%), 도봉구(10.69%), 노원구(10.43%)가 나란히 1~3위에 올랐고, 강남구(5.53%), 마포구(5.87%), 서초구(6.39%) 역시 최하위를 맴돌았다.
2020년도 최상위권 자치구와 최하위권 자치구의 평균 납부율 차이는 5.55%였다가 2021년 들어 5.84%p로 격차가 늘었다.
은평구 관계자는 "은평구는 최근에야 고층 아파트와 상권이 들어서고 젊은층의 유입이 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어르신이 많고 마을 공동체가 끈끈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전체 인구의 25%인 약 12만명이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어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고 말했다.
정말 '부자 동네' 인심이 박한 것일까. 서울시 자치구별 지방세 납부 현황을 살펴보면 '부자 동네'일수록 실제 적십자회비 납부율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 서울시 지방세 납부는 총 27조 1091만 5200만 원으로 적십자회비 납부율이 가장 높은 은평구의 경우 4945억 4100만 원, 도봉구 2867억 9700만 원, 노원구는 4592억 4천만 원인 반면 3년 연속 납부율 꼴찌를 기록한 강남구는 3조 8544억 900만 원, 마포구 9406억 4400만 원, 서초구 2조 2632억 9400만 원이었다.
지방세 납부율 순위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영등포구 순으로 높았고 강북구, 도봉구, 중랑구, 노원구 순으로 낮았다.
2020년 서울시 지방세 구별 징수 집계상대적으로 법인 기업과 자영업자 등 상권이 몰려있고 소득수준이 높은 자치구일수록 적십자회비 납부율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만, 자치구별 환경이 다른 데다 별도의 기부나 사회참여 방법이 다양해 단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재정자립도가 높고 경제적 여건이 높은 자치구일수록 적십자회비 납부율이 하위권에 머무르는 추세가 매년 계속되는 점은 돌이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그는 "젊은 세대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SNS를 적극 활용하는 등 모금홍보 전략을 실질적으로 고민하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2020년 연간 기부금 모금액은 8461억 660여만 원으로 2019년 연간 모금액 6409억 5720여만 원보다 약 2천억여 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에 기업들과 각계 단체, 유명인들의 참여가 늘면서 언론 등을 통해 보도 되는 홍보 역시 일반 국민들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매년 연말연시 길거리에 등장하는 빨간 구세군 자선냄비 역시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진행한 모금액은 전년보다 늘어난 48억여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전체 모금 목표액인 132억 원의 36%가량을 12월 한 달 만에 모은 셈이다.
한 때 관심에서 멀어지는가 했지만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와 현장 카드결제 기부, 온라인 모금 등의 다양한 기부방법 도입, 구세군의 전통적 상징성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적십자사는 적십자회비결정 및 모금에 관한 사무처리지침 제6조에 따라 연말에 만 25세 이상부터 만 75세 미만 세대주와 법인, 개인사업자 등에 적십자회비 지로용지를 보내 회비를 모금하고 있다. 하지만 지로용지를 세금고지서로 착각해 오인 납부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국민들이 거부감 크다고 보고 2023년까지 이를 폐지하기로 한 상태다.
김덕기 의원은 "원인을 두 가지로 본다"며 "각 자치구의 적극성과 노력에 따라, 또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되레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나누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포구를 지역구로 둔 김 의원은 "지역구 행사에 참여하면 늘 적십자회비를 강조하는데 정작 마포도 꼴지권이어서 늘 아쉽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