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향하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의 의대 편입 과정에서 '아빠 찬스'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입각에 빨간불이 켜졌다. '아빠 찬스' 논란이 조국 전 장관의 딸 부정 입학과 겹쳐지는 모양새여서 윤석열 당선인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후보자의 장남(32)과 장녀(30)는 2018년과 2017년 각각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는데, 이때는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이었다.
15일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이 확보한 경북대 의대 학사 편입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편입한 아들 A씨는 그해 '특별전형'으로 편입에 합격한 17명 중 유일한 경북대 출신이었다. 다른 합격자들의 출신 대학으로는 카이스트가 9명으로 가장 많았고, 포항공대 5명, 서울대 1명, 이화여대 1명이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A씨는 편입을 위해 제출한 서류에서 자신이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 2편을 소개했는데, 해당 논문은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학술지인 전자공학회지에 등재된 논문들이다.
첫 번째 논문은 '사물인터넷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한 oneM2M기반 ISO/IEEE 11073 DIM 전송 구조 설계 및 구현'으로, A씨는 제3저자였다. 두 번째는 '사물 인터넷 환경에서 CoAP 기반의 신뢰성 있는 이동성 관리 방법'인데, 여기에는 제4저자였다.
이 논문들의 저자 중에서 학부생은 A씨가 유일했다. 나머지 저자들은 모두 석·박사 혹은 석·박사과정생이었다.
A씨는 경북대 의대에 제출한 자기기술서에서 이 스펙과 관련해 "학부생이 제법이야 하는 눈으로 저를 바라볼 때면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밤을 새며 작업하고, 선배들이 놀랄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제안하기도 하고 최신 논문도 번역하면서 저는 연구실의 심부름꾼이 아닌 한 사람의 연구원으로서 당당히 연구에 참여하였고 두 편의 논문에 연구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그는 또 봉사활동기록도 제출했는데, 모두 경북대병원에서 활동한 이력들만 있었다. 2015년과 2016년 집중적으로 봉사한 활동들이 나오는데, 이때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진료처장이었다.
봉사활동 이력 논란은 A씨보다 1년 먼저 편입한 딸 B씨에게도 있다. B씨 역시 2016년 1월과 7월 경북대병원에서 봉사활동한 이력을 제출했다.
B씨는 또 편입 2단계 전형 구술평가(200점) 3고사실에서 60점 만점에 60점을 받았다. 1고사실에서는 53점, 2고사실에서는 51점이었다. 김 의원실에서 다른 15명의 구술평가 점수표도 확보했는데, B씨를 제외하고 특정 고사실에서 만점을 받은 응시생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8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정 후보자 자녀의 '아빠 찬스' 의혹이 격화되면서 '제2의 조국 사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쉽게 납득되지 않는 논문 공동저자 스펙부터 봉사활동 이력 논란, 정 후보자가 최고위직으로 있는 대학병원의 의대에 편입한 사실 등은 대한민국을 두 쪽으로 갈라 놓았던 이른바 '조국 사태'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의 딸도 고등학생 신분으로 논문에 공동저자 이름을 올렸거나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위조된 표창장을 제출한 사실 등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결국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과 고려대는 조 전 장관의 딸 입학을 모두 취소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4일 페이스북에 "가즈아. 조국 시즌2 국힘편"이라는 짧은 글을 올렸다.
또 '조국 흑서' 공동저자였던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지난 13일 "조국의 자녀 입시를 때려잡아 대통령이 된 분이 자녀 입시 의혹이 있는 이를 장관으로 임명했다. 도대체 인수위는 검증을 한 것일까"라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절차적·내용적 측면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 선발되었다"며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이익을 주는 것은 어려운 구조로 운영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특히 심사위원도 무작위 임의배정방식을 적용하고 1단계와 2단계의 심사위원도 달리 배정하는 등 심사의 공정성을 기한 것으로 파악하였다"며 "자녀의 편입학은 학업에 노력하여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선발된 것으로 후보자 자녀들의 인권과 개인정보보호를 고려하여 타당한 근거제시 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는 자제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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