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의 직전까지 일부 조문을 재조정하는 등 법안 급조에 따른 많은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또 국가사법체계를 바꾸는 중대한 법인 만큼 유관기관은 물론 학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민주당은 의견 수렴은 물론 법안 심의 과정도 일부 생략하면서 '속전속결'에만 집착하는 모양새다.
발의 전인 법을 당론으로 채택…발의부터 통과까지 2주면 된다?
민주당이 손 보고 있는 개정안은 2개다.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다룬 형사소송법 196조와 검찰이 아직 갖고 있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한 수사권을 명시한 검찰청법 4조다.
지난 12일 의원총회에서 당론법으로 채택됐지만, 발의는 15일 오전 중에야 이뤄질 예정이다. 민주당은 법안 발의 뒤 소관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다음주 중 법안을 회부하고 5일 간의 숙려기간을 거쳐 본회의에 곧바로 상정시키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상태다.
민주당은 발의 전날인 14일 오후까지도 법안 세부사항에 대해 막판 조율을 할 정도로 준비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법 시행 시기를 놓고 발의 전날 밤까지 당내 이견을 조정해야 했다. 지난 12일 의총에서는 유예기간을 3개월로 정했지만, '통상 법 시행 유예기간이 6개월'이라는 의견이 다시 대두되면서다.
두 법안의 초안에는 법체계상 맞지 않는 부분이 포함돼 문제가 되기도 했다. 검찰청법은 검찰 조직에 관한 법인 만큼 수사 범위를 규정하는 건 부자연스러운데, 초안에 관련 구문이 들어가서 급하게 고치는 해프닝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법안을 날림으로 개정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당초 민주당은 경찰의 비대화를 막기 위해 형사소송법상 '경찰의 직무상 범죄는 검찰이 계속 수사'하는 내용을 신설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빠른 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법이 정한 심의 과정을 생략한다는 방침이다. 국회법 58조 1항은 "위원회는 안건을 심사할 때 먼저 그 취지의 설명과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듣고 대체토론과 축조심사 및 찬반토론을 거쳐 표결한다"고 했고, 2항은 "상임위원회는 안건을 심사할 때 소위원회에 회부하여 이를 심사·보고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축조심사는 의안을 한 조항씩 낭독하면서 의결하는 법안 심사 과정이다. 다만 의무 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지난 2020년 '임대차 3법'을 처리할 때도 축조심사를 거치지 않은 전례가 있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자당 소속 법사위원 간 법안 초안을 놓고 조항마다 살펴보면서 사실상 축조심사를 했다는 입장이다.
두 법안을 2주 안에 통과시키기 위해 '살라미 국회'를 재현한다는 내부 방침 역시 비판을 살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는 두 법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다면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민주당은 보름 안에 본회의를 최소 세 번 열 것으로 보인다. 필리버스터 도중 회기가 끝나는 경우 다음 회기에서 해당 안건에 대해 바로 표결해야 한다고 한 국회법을 이용한 꼼수다. 2020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역시 하루에서 이틀짜리 임시국회에서 처리된 바 있다.
檢, 집단 반발에 여론전까지 펼치지만…법 조문 하나 못 봐
박종민 기자민주당 내에서도 졸속 처리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검찰은 조직의 권한을 폐지하는 과정에서 당사자가 해당 법안을 검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법안의 실체가 나오지 않았는데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게 말이 되냐"는 격앙된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법무부를 거쳐 법안이 올 텐데 전달받지 못했다. 정확하게 분석하려면 입수를 해야 할 것 아니냐"며 "민주당이 법안의 내용을 검찰과 협의하지 않아서 구체적인 의견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법안 성안 과정에서 "경찰 측 의견만 들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검찰 의견은 아예 배제된 상태다.
이에 대해 김오수 검찰총장은 "왜 군사작전 하듯 국민의 인신에 큰 영향을 주는 법안 (통과에) 시한을 정해놓고 4월 국회에서 처리한다고 하는 것이냐"며 "저희는 이해가 가지 않고 받아들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