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연합뉴스북유럽 중립국 핀란드와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가입을 추진하는 과정에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바로 터키의 반대이다. 유럽 대부분 국가들이 중립국의 귀환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는데 유독, 터키만이 어깃장을 놓는 이유는 뭘까?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3일 "많은 테러조직의 온상인 북유럽 국가들의 나토 가입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며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테러단체의 게스트하우스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북유럽 중립국들과 테러단체는 언뜻 연결이 되지 않지만, 그 이면에는 터키에서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이 있다.
PKK는 독립된 나라를 갖지 못한 최대 민족인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조직이다. 터키 동남부와 시리아 북동부, 이라크 북부 등을 근거지로 삼아 무장 투쟁을 일삼고 있으며, 터키는 이 단체를 최대 안보 위협 세력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자국 내에 상당한 규모의 쿠르드족 이민 공동체가 형성돼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PKK에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던 것에 터키 입장에선 불만이었다. 특히 스웨덴 의회에서는 쿠르드족 의원 6명이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정치적 지분도 있다.
이전부터 터키는 PKK에 맞서는 데 있어 나토의 협조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불평해 왔는데, PKK에 우호적인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한다고 하자 다시 이 문제를 꺼내 든 것이다.
나토는 회원국이 전원 일치를 해야만 새 회원국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터키가 반대를 한다면 가입은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연합뉴스
그렇다면 터키는 끝까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막아설까?
이는 아직 미지수다. 터키 입장에서는 이번 참에 이들 국가의 나토 가입의 거부권을 지렛대 삼아 골치거리였던 PKK 관련 문제를 정리하고, 자신들의 외교적 영향력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 또 미국으로부터 전투기 제공 등의 새로운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
이브라힘 칼른 터키 대통령 대변인도 "터키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완전히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며 여지를 열어뒀다. 결국 미국과 터키의 물밑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