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겸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을 가결시키면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보다는 6·1지방선거 민심 챙기기에 방점을 찍었다. 지방선거에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지방선거 '성적' 고려해 인준 결단…'갈등의 불씨' 남아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한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재적 292명 중 총 투표 250명, 가결 208명으로 통과시켰다. 부결은 36명, 기권은 6명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3일 한 후보자를 지명한지 47일만에 임명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이다.
표면적으로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인 출범을 위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한 후보자는 총리로서 부적격이지만 협치의 일환으로 가결해주겠다는 것이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새 정부 출범에 우리 야당이 막무가내로 발목잡기 하거나 방해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부적격 총리 임명을 막지 못했고 역할을 더 잘해주길 기대한 국민들에게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열흘 남짓 남은 지방선거 표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이 새 정부 출범에 따른 '허니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발목잡기 중이라는 프레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당초 민주당 내에서는 한 인준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 데다 '아빠찬스' 등 수많은 논란을 일으킨 정호영 복지부장관 임명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면서 반발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한덕수 초대 국무총리. 윤창원 기자그러나 지방선거를 이끌고 있는 이 위원장을 중심으로 인준을 통과시켜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여론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대선 패배의 부담을 안고 보궐선거에 나선 이 후보자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을 진 상황인 만큼 표심 향방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가) 첫 출발하는, 새로운 진영을 준비하는 단계라는 점도 조금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도 한 후보자를 인준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고 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정대철 상임고문 등 원로들도 인준 가결에 힘을 실어줬다.
다만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한 견제를 주장해온 일부 강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다수당으로서 윤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견제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원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한 초선 의원은 의원총회 진행 도중 기자들과 만나 "인준 가결 결론이 나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 같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 강병원 의원은 의원총회에 앞서 인준을 부결해야 한다며 동료 의원들에게 친서를 돌리기도 했다. 그는 친서에서 "발목잡기 프레임에 갇혀 한 후보자를 총리로 인준하면 대통령의 독주에 어떤 쓴소리도 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총리를 만들었다는 국민적 비판이 불 보듯 뻔하다"며 "한 후보자가 부적격 인사라고 주장해온 우리 스스로가 인사청문회는 무의미한 절차라고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의원총회서 '가결-부결' 격론…본회의 2시간 미뤄지기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민주당은 전날 인준 가결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을 앓았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의원총회를 열고 한 후보자 인준 여부를 두고 논의를 시작했지만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 19일에도 비공개 내부 회의를 열었지만 팽팽한 의견 대립으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바 있다.
결국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상정되는 본회의는 당초 오후 4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6시로 미뤄졌다. 민주당은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연기를 요청했고 국민의힘이 수용하면서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과정에서 보다 깊고 진지한 토론이 계속되고 있어 결론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연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의원총회 과정에서는 인준안 가결, 부결을 두고 첨예하게 의견이 갈렸다. 일각에서는 지금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며 본회의를 추후로 연기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총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한 후보자가 부적격이라는 데는 의견이 모아졌지만 부결할지, 가결할지 정무적 판단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간이 지나도 의견이 쉽사리 모아지지 않자 아예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는 의원들도 나왔다고 한다. 가결을 당론으로 정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아예 기권하겠다는 것이다. 회의는 3시간 넘게 이어졌고 어렵사리 가결로 당론이 모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