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핵 추진 항공모함을 동원한 한미연합훈련이 끝나자 북한이 5일 평양 순안과 평남 개천, 평북 동창리, 함남 함흥 등 4 곳에서 총 8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총 4개 지역에서 다수의 목표물을 겨냥해 8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오전 9시 8분경부터 35분 동안 순차적으로 쐈다.
유사시 다수 지역에서의 동시 다발적인 공격능력을 통해 한미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음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110km에서 670km, 고도는 약 25km에서 90km, 속도는 약 마하 3에서 6으로 탐지했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합참은 "원인철 합참의장이 라캐머라 연합사령관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화상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북한의 어떠한 미사일 도발에도 즉각 탐지 및 요격할 수 있는 연합 방위 능력과 태세를 확인했다"며, "최근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심각한 도발로서 이를 강력히 규탄함과 동시에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도발은 북한이 지난달 25일 ICBM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3발의 미사일을 섞어 쏜 뒤 11일 만이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는 세 번째 무력시위이다.
북한이 이번에 8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다수 지역에서 일시에 발사한 것은 한국과 미국을 향한 무력시위 효과의 극대화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일부터 사흘간 일본 오키나와 동남방 공해상에서 한미 해군 간 항모강습단 연합훈련을 했다고 4일 밝혔다. 합참 제공우선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일본 오키나와 동남방 공해 상에서 실시된 한미 해군의 항모강습단 연합훈련에 대응한 측면이 있다.
한미 해군은 북한의 도발에 강력 대응하고 경고를 보내는 차원에서 이번에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 등을 동원해 방공전, 대잠전, 해상 기동군수, 해양 차단작전 등 다양한 해상 훈련을 벌인 바 있다.
아울러 지난 달 한미정상회담과 최근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회동 등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에 반발하는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미가 연합훈련 등으로 북한에 대해 강경하게 나오면 북한도 초강경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라며, "북한이 35분이라는 짧은 기간에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8발이나 여러 장소에서 연속적으로 발사한 것은 유사시 동시다발 공격으로 한미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으로 각 단위에서의 봉쇄 및 격폐 조치가 단행된 가운데 동요하는 민심을 외부로 돌려 체제 결속을 꾀하고 기강을 잡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관건은 북한의 미사일 섞어 쏘기 도발이 향후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전략 도발로 이어지느냐 이다.
북한은 지난 2006년 7월 5일에도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강원도 안변군 깃대령과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 등 다수 지역에서 대포동 2호를 포함해 노동 미사일, 스커드급 미사일 등 총 7발의 미사일을 하루 종일 발사한 적이 있다.
이 때 대포동 2호 미사일은 공중에서 폭발했으나, 북한은 석 달 뒤인 10월 9일 결국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공언한 대로 미국 본토를 사정권 안에 두는 전략핵무기와 임의의 전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를 모두 갖추고 그 성능을 부단히 제고할 것"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보면 소형화된 핵탄두를 직접 실험하기 위한 7차 핵실험 강행은 정해진 수순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까지는 한반도 긴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향후 북한의 7차 핵 실험 까지 몇 차례 미사일 발사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당 전원회의에서 대외 메지와 함께 핵실험 실시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NSC 전체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