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윤창원 기자당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불복 의사를 밝힌 가운데 당내에서는 백가쟁명식 목소리가 한꺼번에 쏟아지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다음 날 의원총회에서 현 사태 해결을 위한 총의가 모아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주말을 낀 10일 당내 가장 눈에 띄는 기류는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공식화됐다는 것이다.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 대표로서 개인의 과거 문제로 촉발된 혼란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지도자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이 대표의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차분히 사태를 정리하고 누명(을) 벗기 위한 사법적 절차에만 집중하시라"고 조언하면서 "좀 더 성숙해져서 돌아오라"고 했고 나경원 전 의원은 "이 대표는 억울한 점이 있다면 당원권 정지 기간에 이를 풀어내는 것에 집중하고 일단 윤리위 결정을 존중해 주는 것이 본인의 미래를 지키는 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대구에서 연 북콘서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아무도 진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윤리위가 의혹만 가지고 중징계를 내렸다"며 "지금 윤리위나 윤핵관들은 조폭 같다"고 맹비난했다.
혁신위 부위원장인 조해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리위, 공심위 등 당내 기구의 의사가 그 기관의 의사를 넘어 당의 의사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최고위원회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며 징계 발표 시점은 당 지도부에서 최종적 판단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사퇴론을 일축하며 윤리위 재심 청구·법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대응 계획을 밝힌 바 있는 이 대표는 주말까지 계속 잠행 중이다. 전날 페이스북에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의 주제가인 '바람의 빛깔' 번안곡 유튜브 링크를 공유한 것이 전부다.
이 곡은 이 대표가 2018년 지방선거 때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안철수 의원을 비판하는 데 쓰였다는 점에서, 최근 안 의원과 연대했다는 분석이 있는 친윤 그룹을 저격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해당 곡의 가사는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 '아름다운 빛의 세상을 함께 본다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어요' 등으로 구성된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에게 '6개월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내린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실 앞을 지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처럼 이 대표가 '버티기'를 이어가며 친윤 그룹과 대척점을 이어가고, 여기에 맞서 친윤 그룹이 이 대표의 자진사퇴를 압박하면서 당내 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포스트 이준석 체제'를 염두에 둔 차기 당권주자들이 움직임이 가시권에 들어오기도 했다. 각자의 공부모임을 조직한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경우, 서로의 모임에도 출석할 예정이다. 조기 전당대회나 비상대책위원회 등 새 지도부 구성과 시점을 놓고 이들의 계산이 본격적으로 충돌한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일단 다음 날인 11일 이 대표의 직무가 정지됐다고 본 권성동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열 예정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번 징계로 이 대표가 6개월이 지나면 당 대표직이 회복되는 '사고'상태이며, 따라서 자신이 이 대표의 '권한'이 아닌 '직무'만 대행한다고 보고 있다. 오전 최고위에 당내 초선·재선·중진 등 선수별 모임이 잇달아 열려 당내 의견이 교환된다. 이후 오후 의총에서 최고위의 결정이 사실상 추인을 받고 정당성을 확보할 지, 사태 해결을 위해 어느 선까지 총의가 모아질 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