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도마지파는 10일 주최 측 추산 9천여 명을 동원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데 이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다.
전 아내를 살해한 가해자의 "신천지 때문"이라는 진술을 보도한 CBS노컷뉴스에 대한 '언론 재갈 물리기'로 지역 교계는 해석하고 있다.
이번 집회로 세(勢)를 과시한 신천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위축된 조직을 살리기 위한 세력 결집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신천지 빠진 가족, 어린아이와 카드섹션
전주 종합경기장 일대에 모인 이단 신천지. 유튜브 채널 노컷브이 캡쳐10일 신천지 도마지파 신자 9천여 명(주최 측·경찰 추산)은 오전 11시쯤 전북 전주시 종합경기장 일대에 집결해 'CBS노컷뉴스 규탄대회'를 열었다.
흰색 상의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빨간색 모자를 쓴 집회 참가자들은 'CBS 폐쇄'를 주장하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참가자 중에는 20대 청년이 많았다.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웃돌며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인 상황에서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대형스피커와 북, LED홍보차량을 이용해 카드섹션과 파도타기를 진행하며 집회를 이어갔다. 보수집회에서 자주 등장하는 '전우', '전선을 간다' 등 군가를 개사한 노래도 따라 불렀다. 일부는 집회 도중 탈진 등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신천지 측은 CBS 노컷뉴스의 보도를 규탄하기 위해 모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신천지 측은 질서 정연한 집회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CBS 취재진이 취재를 위해 접근을 시도하자 카메라를 가리는 등 막기도 했다.
전북 경찰은 시민의 교통 불편과 혼잡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찰 기동대 2개 중대, 107명을 배치했으며, 경찰의 중재로 심각한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진 않았다.
신천지 "신천지 활동 안 다음 날 살인"
10일 오전 11시, 전주 종합경기장 옆 3개 차선을 막고 집회를 벌인 신천지 신자 9천여 명. 전북CBSCBS노컷뉴스는 지난달 16일 정읍시의 한 가게에서 흉기를 휘둘러 전 아내와 처남댁을 숨지게 한 전 남편을 취재해 보도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던 중 범행 배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신천지 종교 때문"이라는 전 남편의 입장을 보도한 셈이다.
신천지 도마지파 이재상 지파장은 집회에서 "이 사건은 종교와 상관없는 스토킹 범죄"라며 "CBS 노컷뉴스는 살인사건의 원인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뒤집어씌우고 종교 때문에 살인을 벌인 것처럼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신천지 측은 사건 경과 보도에서 "도마지파 신자가 지난 2020년 10월 경제적 이유로 남편과 이혼했고, 자녀와 함께 살다가 정읍 남동생집으로 피신했다"며 "이후 전 남편이 재결합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당하자 전 아내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천지 측은 전 남편이 아내의 신천지 활동을 안 시점을 2022년 6월 15일이라고 말했고, 이튿날인 16일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신천지 말을 요약하면 전 남편이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에 전 아내의 신천지 활동 사실을 알았다는 것인데, 도리어 이를 근거로 "종교 갈등의 기간이 없었다. 재결합이 무산되자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도넘은 신천지, 언론·경찰·정치권 접촉 시도
전주 종합경기장 일대에 모인 이단 신천지. 전북CBS신천지는 이미 곳곳에서 실력 행사를 하고 있다. 신천지는 6월 26일부터 CBS전북방송 사옥 앞에서 1인 시위하고 있고, 30일에는 신자 3천여 명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신천지 도마지파 이재상 지파장은 이달 5일 전주 덕진경찰서를 방문해 서장 면담을 가졌고,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며 협조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심지어는 6일 신천지 관계자가 사건을 담당하는 정읍경찰서를 찾아가 수사 담당자에게 관련 내용의 입장과 관련한 사실 확인 공문을 접수하기도 했다.
또한 7일 전북도의회와 전주시의회에 이번 사건과 관련한 호소문 전달했다는 게 신천지 측의 말이다.
하지만 전북지역 등 주요 교계에서는 신천지의 이러한 집단행동은 '언론 재갈 물리기'를 통한 조직의 재결집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수봉 전주시기독교연합회 이단대책위원은 "집단행동의 본질은 불안감을 줘서 신천지 문제에 대한 보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압력의 수단으로 볼 수 있다"면서 '언론 재갈 물리기'의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윤 위원은 이어 "2020년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했고, 일부 언론과 정치인 등 신천지와 관련성이 제기되면서 신천지가 부정적 단체라는 인식이 되어 왔다"며 "신천지 신도가 2년 동안 코로나 때문에 교회 출석을 못 하던 상황에서 조직의 재결집을 위한 결속력 강화 차원의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북CBS 김선경 대표는 "신천지는 종교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라며 "개인의 영혼과 가족을 파괴하고 이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게 문제다. 책임있는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