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 측 법률대리인인 강신업 변호사가 4일 오전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자회견 중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고발장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성 상납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핵심 참고인인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에 대한 4차 접견조사까지 나서며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도 '공소시효'의 벽을 깰 만한 핵심 단서가 나왔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마치 '고장난 레코드'처럼 실익이 없는 조사를 반복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경찰이 노리는 바가 분명히 있어 이 역시 주목된다.
장기화되는 경찰 수사는 이번 사건의 불씨를 살리려는 김 대표 측의 행보와 맞물리며 '정치쟁점화'가 유지되는 모양새다. 이는 공교롭게도 여권 내 이 대표 반대파 측에 유리한 구도가 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향후 수사가 공소시효 문제로 불송치 결정되더라도 고발인에게 보내는 결과 통지서에는 해당 사유를 적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를 두고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용에 따라 정치적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4차 접견 조사 이뤄졌지만…여전한 벽 '공소시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게 성 접대를 한 의혹을 받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 측 법률대리인인 강신업 변호사가 28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김 대표의 오전 접견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전날 진행한 참고인 조사에서 김성진 대표는 △이준석 대표가 대표교사로 있던 자원봉사단체 모임에 전달한 뇌물 △이 대표 조모상 당시 김 대표와 나눴던 대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아이카이스트 방문 과정 △이 대표에게 보낸 추가 선물 등에 대해 진술했다. 김 대표는 이 대표에게 2013년 7~8월 두 차례 성 상납을 했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김 대표 법률대리인 강신업 변호사에 따르면 자원봉사 단체는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로 김 대표가 2013년 8월 23일, 900만 원 상당의 화장품 세트를 보냈으며 영수증 등 증거도 있다고 진술했다.
또 2013년 8월 15일 성 상납을 하기 전 술자리에서 이 대표로부터 '박 전 대통령이 아이카이스트로 방문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으며, 2013년 9월 7일 이 대표 조모상에 찾아간 자리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아이카이스트에 갈 것'이라는 확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조모상 때는 조의금 100만 원을 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11월 29일 KAIST(한국과학기술원) 안에 차려진 아이카이스트 부스를 방문해 김 대표를 만나고 약 10분간 제품 시연을 봤다. 박 전 대통령의 방문은 김 대표로부터 성 상납, 뇌물 등을 받은 이 대표의 '대가'로 알선수재 혐의가 성립된다는 게 김 대표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이제껏 지적돼왔던 '공소시효'의 벽을 여전히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알선수재 공소시효는 7년으로 박 전 대통령이 방문한 시점을 감안하면 이미 2020년 11월 시효가 도래됐다. 성매매 공소시효는 5년으로 사실이 입증되더라도 공소제기는 불가능하고 입증의 실효성도 없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윤창원 기자이번 조사에서 김 대표 측은 새로운 카드로 2013년 추석에 60만 원 상당의 한우 선물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2015년 추석까지 계속해서 이 대표에게 명절 선물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를 뇌물로 보고 포괄일죄(범행 수법이 비슷한 경우 하나의 범죄로 간주하는 것)를 적용한다면 최소한 올해 추석까지는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역시 알선수재 입증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미 2013년 11월 박 전 대통령 방문이라는 대가를 받은 상황에서, 앞선 접대와 이후 명절 선물이 동일한 성격을 지녔다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앞선 접대가 박 전 대통령 방문이 목적이었다면, 이후에 보낸 명절 선물은 어떤 목적을 가졌고 이 대표가 이를 포괄하는 어떤 추가적 알선을 했는지가 입증돼야 공소시효가 살아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감안한 듯 김 대표 측은 최태원 SK 회장을 언급하며 선물에 대가성이 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2014년 최 회장 수감 당시 김 대표는 이 대표에게 '최 회장 사면을 추진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당시 아이카이스트는 SK와 공동 사업을 추진 중이었는데 최 회장이 사면될 경우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구상을 했다는 것이다. 강 변호사는 "김 대표는 이 대표에게 사업적으로 기대할 것이 있다고 생각해 선물을 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이 대표 반응은 미지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이후 이 대표가 당과 갈등을 빚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 알선을 할 만한 위치에 있었는지부터가 애매한 상황이다.
이날 접견 조사는 오전 9시 30분께부터 오후 8시 20분께까지 이뤄졌다. 이례적인 심야 조사가 벌어졌고 향후 추가 조사도 예정돼 있지만 '도돌이표'처럼 돌아오는 공소시효 도과에 대한 해법이 여전히 풀리지 않으며 '곁다리 진술''만 이어지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불씨' 살리려 '기우제식 수사' 비판에도…불송치 경우 '사유' 주목하는 경찰
김 대표 측은 이 대표에 대한 유죄를 주장하며 '불씨'를 살려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경찰은 김 대표에게 지난 5월까지 4차례 수사 접견을 요청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변호인 선임 등을 이유로 6월 30일이 되어서야 첫 조사를 받았다. 당시 법률대리인은 김소연 변호사였다. 이후 김 변호사가 사임하고 지난달 25일 강신업 변호사가 선임됐다. 김 변호사는 바른미래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 등 정당 활동을 거치며 이 대표를 줄기차게 비판해온 바 있다. 강 변호사는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 출신으로 이 대표 퇴진을 주장해왔다. 김 대표와 법률대리인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접견 조사를 받은 6~7월은 이 대표 징계를 위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한창 가동되던 시기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윤리위 측에 증언할 용의를 법률대리인을 통해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진환 기자경찰의 4차 접견 조사가 마무리된 뒤, 강 변호사는 이 대표를 무고죄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강 변호사는 "이 대표가 성 상납을 받은 것이 확인됐는데도 성 상납 의혹을 최초로 방송한 가로세로연구소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기자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무고죄로 먼저 고소를 하면서 경찰이 추가적으로 사안을 따져 볼 수 있게끔 일종의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김 대표 측의 이러한 행보는 경찰의 수사 진행 상황과 묘하게 맞물리는 모양새다. 지난 1월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7개월이 다 되어가도록 이 대표 소환을 하지 않는 상태다. 공소시효 문제 등으로 수사가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경찰이 김 대표의 '입'만 바라보는 이른바 '기우제식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당 구도를 볼 때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경찰 윗선을 통해 수사팀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최근 '이준석 사건'을 두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수사팀 공개 질책도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결국 끊임없이 '정치 쟁점화'가 필요한 김 대표 측과,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을 풀어야 하는 경찰 측의 입장이 맞아 떨어지며 마치 '고장난 레코드'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윤핵관 등 여권 내 이 대표 반대파와 경찰 수뇌부의 이해 관계 속에 수사 실무팀의 고뇌는 깊어지는 기류다.
한편 공소시효 문제로 결국 수사가 '공소권 없음' 등으로 불송치 결정될 경우 수사결과 통지서에 적힐 사유가 관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당 통지서에는 각종 혐의에 대한 경찰의 판단과 공소권 없음이라는 결정에 이르기까지 이유가 적힌다. 경찰 관계자는 "불송치 결정서에 실체적 판단을 함께 적는다"라고 밝혔다.
통지서는 고소인 혹은 고발인에게 전달된다. 앞서 이 사건은 지난해 말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이 고발한 바 있다.
경찰은 일단 추가 조사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다음 조사일은 이달 9일에 이뤄진다. 9일 이후 추가 조사가 더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르면 이달 말 이 대표가 소환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