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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민 "역류하던 변기통 아직도 생생…모텔비 없어 2주째 전전"

정치 일반

    수재민 "역류하던 변기통 아직도 생생…모텔비 없어 2주째 전전"

    폭우 이후 하수구 역류에 집 전체에 썩은내
    지인 사무실서 생활 중…아들은 친구 집 전전
    지원금은 물론 침구류 지원도 안 되는 상황
    이웃 반지하 거주 청년들 보며 많이 울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 (신림동 침수피해 이재민)

    지금도 전국 곳곳에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비가 언제까지 오려나, 빗소리만 들어도 등골이 서늘한 분들이 있어요. 바로 2주 전에 수도권을 강타했던 기록적인 폭우로 삶의 터전을 잃은 분들. 비가 억수같이 오던 그날 우리는 잠시 불편하고 말았지만 침수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의 고통은 2주가 지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1670여 명 가까이 되는데요. 이분들 중 한 분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분들의 고통을 나눠보죠.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선생님 나와 계세요?

    ◆ 침수 피해 이재민> 예, 반갑습니다.

    ◇ 김현정> 어디 사시는 분이신가요?

    ◆ 침수 피해 이재민> 관악구 신림동에 살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네, 서울 신림동에. 그러면 그 반지하 사망 사고 났던 그 동네 근처인가요?

    ◆ 침수 피해 이재민> 네, 거기 한 100m 떨어진 이웃집이었습니다.

    ◇ 김현정> 아, 그러시군요. 선생님 댁은 얼마나 피해를 보셨어요.

    ◆ 침수 피해 이재민> 저희들도 그 집하고 똑같은 상황이었죠. 하수구가 역류해서 집 전체가 물에 잠겨버렸죠.

    ◇ 김현정> 선생님도 반지하 방 사시나요.

    ◆ 침수 피해 이재민> 사정이 그래서 반지하에 살았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그 동네에 그런 방이 많으니까, 그런 집이. 그러면 지금 비는 그쳤는데 깨끗이 청소하고 다시 들어갈 수 없을 정도인 거예요?

    ◆ 침수 피해 이재민> 그렇죠. 거기가 하수구가 역류하면서 집 전체가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고 곰팡이에 절어 있기 때문에 하여튼 지금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고요. 일단 도배도 새로 해야 되고 장판도 걷어내기는 했지만 바닥 청소도 다시 한 번 더 해야 되고 해서 시간이 아마 언제 들어갈지 모를 상황입니다.

    ◇ 김현정> 선생님이 저희한테 제공해 주신 사진을 한번 같이 좀 보겠습니다. 이게 비가 그친 다음에 들어가서 촬영하신 거군요.
    침수피해 이재민 제공침수피해 이재민 제공
    ◆ 침수 피해 이재민> 네, 비가 그친 다음에 다 물 퍼내고 청소할 때 찍은 사진입니다.

    ◇ 김현정> 세상에, 비가 다 그쳤는데도 한 무릎까지 물이 차 있는 것 같은데요.

    ◆ 침수 피해 이재민> 한 하루 정도는 물이 계속 방 안에 다 차 있다가 한참 뒤에 조금씩 하수구가 빠지면서 무릎 정도까지 물이 차 있다가 뒤에 양수기로 다 퍼냈죠.

    ◇ 김현정> 양수기로 다 퍼낸 뒤에 사진을 보니까 집에 세간살이가 남아 있는 게 없네요.

    ◆ 침수 피해 이재민> 가구, 가전제품, 소중한 물품들이 전부 오물에 다 잠겨서 다 버렸습니다.

    ◇ 김현정> 냉장고, 세탁기, 하다 못해 이불까지 전부 다.

    ◆ 침수 피해 이재민>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래서 여러분 지금 사진 보시지만 여기 지금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무엇보다 썩은 내가 진동해서 당장 생활이 안 되는 상황. 어디 계세요, 지금?

    ◆ 침수 피해 이재민> 일단 한 3일 정도는 모텔 생활을 했었고요. 지금은 아는 지인 사무실이 있어서 거기에 침구류 깔고 생활을 하고 며칠째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사무실에서요?

    ◆ 침수 피해 이재민> 네, 회사 사무실.

    ◇ 김현정> 아니, 그럼 모텔은 그래도 숙박업소니까 숙박을 하는 곳이니까 그렇다 치지만 사무실이면은 주거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지 않습니까.

    ◆ 침수 피해 이재민> 그래도 일단 재난지원금이 나온다든지 모텔비 지원금이 나온다든지 그런 게 없으니까 당장 모텔비는 하루에 아시다시피 7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 정도 이렇게 들어가고 비용들이 들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도 너무 부담스럽고 해서 아는 지인 사무실에 이렇게 이불 깔고 지금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특별재난구역으로 지금 선포가 됐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피해 복구비의 50에서 80%를 국비로 지원한다든지 또 주민이 사망되거나 실종 시에는 재난지원금 2천만 원 또 국세 납부 기한 연장 등등 등의 혜택이 있긴 있는데 지금 당장 손에 쥔 돈이 없으신 분들은 방법이 없는 거군요.

    ◆ 침수 피해 이재민> 방법이 없죠. 저도 그런 부분들 때문에 구청도 찾아가 보고 주민센터도 찾아가서 이렇게 피해가 막심한데 왜 아무도 신경 쓰지도 않고 심지어 거기 체육관에서 주무시는 기거하시는 분들은 이불조차도 지원하는 게 없느냐. 침구류조차도 지원하는 게 없느냐라고 문의를 드렸더니 그런 것도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더라고요. 긴급재난지역이 선포됐다고는 하는데 기본적으로 침구류조차도 지원이 안 될 정도니까 행정에서 하는 게 너무 미흡하다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 김현정> 실례지만 혼자 사시는 거예요. 아니면 다른 가족…

    ◆ 침수 피해 이재민> 아들하고 같이 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들들 데리고. 그럼 그 아들들은 그럼 지금 어디서 지냅니까?

    ◆ 침수 피해 이재민> 아들은 친구 집에 지금 전전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들들은 친구 집에. 지금 이렇게 생활하시면서 제일 불편한, 2주가 지나가고 있는데 제일 불편한 건 어떤 건가요?

    ◆ 침수 피해 이재민> 사실은 가장 힘든 게 우리가 영화 기생충을 다들 보셨지 않습니까. 기생충에서 보면 변기에서 오물이 역류하는 그런 광경들 그걸 제 눈으로 직접 다 봤거든요. 그리고 그 오물 속에서 아들하고 저하고 귀중품을 들고 나와서 제가 아들을 마지막에 다 끌어안는데 아버지 너무 비참해요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말을 듣고 사실은 아버지로서 저도 너무 비참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마음이 가장 힘들고 그리고 사람이 사는 곳에 오물이 넘쳐나서 가득 찼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실은 아주 기분 나쁜 일이고 다시는 여기 안 살아야 되겠다는 그런 마음들이 힘들죠. 그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 김현정> 오물이 역류하는. 내가 사는 집에 오물이 역류하는 걸 눈으로 보면서 아버지 비참해요라는 아들의 말을 듣는 부모의 심정.

    ◆ 침수 피해 이재민> 그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 김현정> 어떤 분들은 그러세요. 반지하 살면서 그럴 줄 몰랐느냐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 이런 매정하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누가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잖아요.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사진은 15일 서울 시내 한 반지하 주택. 2022.8.15  [연합뉴스](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사진은 15일 서울 시내 한 반지하 주택. 2022.8.15 [연합뉴스]◆ 침수 피해 이재민> 그렇죠. 저도 아들을 데리고 상경한 지가 한 4년 정도 됐는데 서울에서 사실은 서민들이 그래도 긴급하게 이렇게 구해서 살만한 집이 그나마 저렴한 반지하방들이 많거든요. 신림동에는 정말로 많거든요. 사실은 제가 사망 사고 난 지역 100m 떨어진 곳에 살았는데 그 일대에는 반지하 방이 정말로 많았어요. 이제 수해입고 나서 저도 청소하러 몇 번을 지나다니면서 그 반지하 방에 귀가하는 젊은 청년들이 그 쓰레기더미에서 자기 귀중품을 찾으면서 우는 모습들을 너무나 많이 봤어요. 제가 그런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전부 제 딸 같고 제 아들 같은데 너무나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저도 한참을 서서 그 모습을 보면서 지켜보면서 많이 울었거든요. 그래서 다시는 사람이 반지하에서는 살면 안 되겠구나. 이게 지금 정부에서 뭔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서라도 반지하에 못 살게 하는 법을 제정해서 또 많은 공공임대주택들을 만들어서 청년층들이 임대주택에서 조금이라도 주거환경이 괜찮은 곳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되겠구나, 그런 생각들이 참 많이 들더라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아마 반지하 주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지금 논의가 시작이 됐으니까 좀 더 진지하고 깊고 완결성 있게 이번에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고요. 지금 폭우 피해 관련해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된 곳은 서울 영등포구, 관악구, 강남구 개포1동, 경기도 성남시, 광주시, 양평군, 여주시 금사면, 산북면, 강원도 횡성군, 충남 부여군, 청양군, 이렇게가 지금 우선 선포 지역으로 특정이 됐고요. 이 지역은 조금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쪼록 지원이 선포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원금이 빨리빨리 이재민들 손에 닿아서 조금 더 불편 없이 사실 수 있도록 처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침수 피해 이재민> 그게 가장 중요하고 더 중요한 것은 절대 사람이 반지하에서 안 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 김현정> 주거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다시 한 번 깊이 있게 있어야 될 것 같고요. 선생님 오늘 생생한 상황들 알려주셔서 감사드리고요. 힘내십시오.

    ◆ 침수 피해 이재민>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침수 피해 이재민>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지 2주가 지났는데 전국의 이재민들은 도대체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 건가 오늘 상황을 좀 생생하게 들어봤습니다. 서울 신림동의 침수 피해 이재민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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