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불릿 트레인' 스틸컷. 소니 픽쳐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생애 네 번째 내한으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 브래드 피트 주연의 논스톱 액션 블록버스터 '불릿 트레인'이 관객들과 만난다. '데드풀 2' '존 윅' 등을 연출한 데이빗 레이치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과 다양한 배우들이 주·조연은 물론 카메오로 등장하는 등 이른바 '소문난 잔치'다. 초고속 열차가 빠르게 달려 나갈지 아니면 제 속도를 잃을지는 이제 관객에게 달렸다.
운이 없기로 유명한 킬러 레이디버그(브래드 피트)는 초고속 열차에 탑승해 의문의 서류 가방을 가져오라는 미션을 받는다. 생각보다 쉽게 미션을 클리어한 후 열차에서 내리려는 그를 가로막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전 세계에서 몰려든 초특급 킬러들이다. 열차에서 내릴 수 없다면 목숨을 걸고 가방을 지켜야만 한다.
'불릿 트레인'은 미션수행을 위해 탈출이 불가능한 초고속 열차에 탑승한 언 럭키 가이 레이디버그(브래드 피트)와 고스펙 킬러들의 피 튀기는 전쟁을 담은 논스톱 액션 블록버스터로, 브래드 피트의 생애 4번째 내한 작품이기도 하다.
외화 '불릿 트레인' 스틸컷. 소니 픽쳐스 제공영화는 명실상부 세계적인 배우 브래드 피트와 스턴트맨으로 시작해 격투 연출가, 스턴트 코디네이터를 거쳐 수십 년간 쌓은 경력으로 액션 장르 분야에서 최고가 된 데이빗 레이치 감독의 만남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특히 '존 윅' '데드풀 2' '분노의 질주: 홉스&쇼' 등의 영화를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데이빗 레이치의 또 다른 액션 영화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운 없는 킬러는 새로운 활동명으로 행운의 상징인 '레이디버그'(무당벌레)를 받게 된다. 새로운 활동명과 함께 다른 킬러의 미션에 대타로 나선 레이디버그가 교토행 신칸센에 탑승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불릿 트레인'은 불운과 행운의 교차 속 운명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미션과 죽음, 복수와 운명, 우연과 오해가 엇갈리는 신칸센 속에서 레이디버그에게는 거듭된 불운이 닥친다. 본의 아니게 자신을 노린 킬러 울프를 죽이고, 쌍둥이 킬러 레몬(브라이언 타이리 헨리)과 탠저린(애런 테일러 존슨)의 표적이 되고, 연기 천재 사이코패스 프린스(조이 킹)에게 당하고, 나무독뱀 독에 당하고, 오해받아 목숨을 위협 받는 등 레이디버그의 반점만큼 불운이 찾아온다.
기이하게 다가오는 불운 속에서도 레이디버그는 불운과 그 결과물들을 요리조리 잘 피해 나간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불운이 찾아오지만 이를 타개해나가는 과정, 오해와 의심 등이 겹겹이 쌓이고 얽히는 사이를 관통하는 건 인물들의 입을 통해서도 나오지만 '운명'이다.
외화 '불릿 트레인' 스틸컷. 소니 픽쳐스 제공레이디버그는 자신이 가는 길에 죽음이 이어질 정도로 불운한 인물이고, 서류 가방 하나 들고 내리는 간단해 보이는 미션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션을 위해 올라탄 초고속 열차 안에서 죽음이 계속되고, 어느덧 죽음의 공감으로 바뀐다. 열차의 목적지 교토에서도 레이디버그를 비롯해 열차에 탑승한 킬러들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인생도 열차와 비슷한 면이 있다.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죽음'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일이 발생한다. 불운과 행운이 교차하고, 우연과 오해가 쌓이기도 하고, 주변의 죽음을 목격하기도 한다. 결국 운명이라는 건 '죽음'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가는 여정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 같으면서도 적어도 목적지로 가는 과정에서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는 나의 손에 달려 있다. 운명은 하나로 결정된 것 같지만,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길로 나아가고자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볼 수도 있다.
불운과 운은 예고 없이 나도 모르게 찾아들 수 있지만, 적어도 이를 어떻게 이용하고 어떻게 받아 들이냐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다. 운명도, 불운도, 행운도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는 열차를 통해 운명을 이야기하고자 하지만 운명이 무엇인지, 그리고 운명의 어떤 점에 이야기하고자 하는지는 조금 불분명한 지점이 있다.
외화 '불릿 트레인' 스틸컷. 소니 픽쳐스 제공액션 블록버스터답게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다양한 물건을 이용한, 다양한 액션이 나온다. 특히 브래드 피트의 액션 연기는 마치 세기의 액션 배우 성룡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맨몸과 지형지물을 이용해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말을 통한 유머와 액션,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들의 대처 등으로 웃음을 자아내고자 한다. 그러나 때를 잊은 유머 코드와 길을 잃은 이야기는 영화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속도감 있는 연출로 극적 재미를 끌어내고자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속도감 있는 건 신칸센으로 보일 정도로 액션조차도 속도감 있게 다가오지 못한 채 구식 액션 영화처럼 느껴진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레이디버그보다는 조이 킹, 애런 테일러 존슨,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가 연기한 프린스, 탠저린, 레몬 캐릭터가 더욱 도드라진다. 엉뚱하면서도 묘한 긴장을 일으키는 그들의 연기와 액션은 볼만하다.
'로스트 시티' 3인방이 '불릿 트레인'에서 다시 뭉친 것도 눈길을 끈다. '로스트 시티' 주연 채닝 테이텀과 산드라 블록은 카메오로, '로스트 시티' 카메오는 '불릿 트레인' 주연으로 나오는 인연을 이어간다. 채닝 테이텀과 산드라 블록 외에도 어떤 카메오가 어떤 역할로 나오는지 찾아보는 것은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126분 상영, 8월 24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외화 '불릿 트레인' 메인 포스터. 소니 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