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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체크]尹발언 '이XX→F***er' 외신 번역은 과하다?



정치 일반

    [노컷체크]尹발언 '이XX→F***er' 외신 번역은 과하다?

    핵심요약

    CBS노컷뉴스는 국내 통번역 전문가들에게 외신이 쓴 'F***er'가 과한 표현이었는지 확인했습니다. 사회언어학을 전공한 서울 모 여대 영문학과 A교수는 '과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서울 모 대학 B교수 역시 '외신의 번역이 과하게 번역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이 사용한 '이XX' 표현은 문장의 맥락상 싸움이 아닌 흔히 사용할 때와 같은 표현이고, 이것이 'F***er'로 번역된 건 사회적 맥락상 인용될 수도 있는 번역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 도중 사용한 비속어를 두고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외신들이 쓴 '이XX' 번역문이 매우 강하게 보도된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23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패널로 출연한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은 '이XX'라는 단어가 'F***er'로 번역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이 한 이야기보다 그 서구권에서 읽을 때는 훨씬 강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말이 그렇게까지 센 말씀을 한 것은 아닌데 서구권의 텍스트로 볼 때는 '아니, 우리한테 이런 말을?'(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며 "영어로는 1과 10밖에 없는 것이고, 대통령이 3 정도 말한 건데 번역은 10으로 번역돼 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외신 독자들이 윤 대통령의 본래 어조보다 더 격앙된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미권 원어민인 한양대학교 임서희 영어영문학과 조교수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번역은)매우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F***er'는 우리나라에서는 'XX놈'으로 통용되는데 '이XX'는 느낌이 다르다. 어감이 다르다는 느낌이 있어서 약간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F***er' 단어는)영미권 매체에서 별로 보지 못한 표현이지만, 내가 번역한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안을 생각하면 bastard 정도로, Idiot은 너무 부드러운 표현이며 비속어가 아니다. 그냥 '멍청이'라는 느낌"이라며 "'F***er'와 Idiot 둘 중에 하나만 고르자면 'F***er'를 고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F***er'가 'Mo****f***er'의 준말이며, 영국인들은 이 두 단어를 가장 강한 표현의 욕설로 인식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indy100 캡처indy100 캡처
    실제 영국 인디펜던트(Indepandant)의 온라인 뉴스판인 'Indy100'에 지난달 29일 게재된 'Every British swear word has been officially ranked in order of offensiveness(모든 영국욕설은 불쾌감 순으로 공식 순위가 매겨져 있다)'라는 기사에는 표현의 강도에 따른 여러가지 욕설이 나열돼 있다. 여기에서 가장 강력한 최강 부분에 임 교수가 언급한것처럼 'F**k'와 'Mo****f***er'가 포함돼 있다.

    해당 보도는 영국의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콤(OFCOM)'에서 지난 2020년 영국인을 대상으로 총 150가지의 욕설에 대한 설문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인디펜던트는 "성적인 모욕의 경우 대부분의 단어가 '강하다'고 평가됐다"며 "성별과 섹슈얼리티, 인종과 민족과 관련된 대부분의 단어는 '강하다'고 나타난 반면, 장애와 관련된 대부분의 단어는 '경미'하거나 '보통'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당시 윤 대통령의 발언을 'F***er'로 번역해 보도한 매체는 글로벌 통신사인 AFP.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다수의 영미권 매체들도 인용보도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와 블룸버그는 '바보'를 뜻하는 'Idiots'으로 순화해 보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의 발언을 'F***er'로 번역해 보도한 것은 과한 번역이었을까?

    "'Idiot' 보다는 'F***er'"…번역기는 대체로 순화 표현 사용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우선 흔히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한-영 번역기를 이용해 번역해봤다.

    국내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번역기는 네이버에서 서비스하는 '파파고', 다음에서 서비스하는 '카카오i' 그리고 구글에서 서비스하는 '구글번역' 등이 있다.

    이 세 가지 번역기는 '이XX'를 어떻게 번역했을까. 흥미롭게도 세 번역기 모두 다른 결과를 보였다. 먼저 파파고는 'You bastard', 카카오i는 'S** of a b***h(띄어쓰기 하면 '
    this pup
    '), 구글번역은 '
    Cub
    '이라고 번역했다.

    문장으로 번역하면 맥락상 의역되는 번역기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세 가지 번역기 모두 순화된 표현이었다.

    카카오i·네이버 파파고·구글 캡처카카오i·네이버 파파고·구글 캡처

    "잘 번역", "언어적 습관"…주관적 번역으로 온도차 있어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그렇다면 번역기가 아닌 전문가들의 의견은 무엇일까.

    CBS노컷뉴스는 국내 통번역 전문가들에게 윤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한 외신들의 'F***er' 표현이 과한 번역인지 문의했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F***er' 표현이 과한 표현은 아니지만, 번역하는 것 자체가 주관적 해석이 들어가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사회언어학을 전공한 서울 모 여대 영문학과 A교수는 외신의 'F***er' 번역 보도에 대해 과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A교수는 "(한-영 번역시)1:1로 단어가 매칭된다는 건 불가능하고 약간의 뉘앙스나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 결국 번역하는 사람의 의도, 정서가 일정부분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F***er'로 번역한 분들은 조금 더 강한 의미가 담겼을 것을 전제로 번역한 것이고, 'Idiot'은 순화된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어느 게 답이 맞다고 얘기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F***er' 단어의 경우 기사 등의 문어체에서는 기피되지만 일반 구어체에서는 입에 담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이XX'를 입버릇처럼 하는 사람도 많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라며 "사견이긴 하지만 네이티브들이 옮긴다면 그 정도로 옮길 수 있을 것 같다. ('F***er' 표현이)솔직히 말하면 맞다. 잘 표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A교수는 영어권 국가보다 국내에서 'F***er' 단어를 더 심하게 느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어 자체를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글자대로의 의미 정도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비전 포럼 연설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디지털 비전 포럼 연설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한국번역학회의 임원을 맡고 있는 서울 모 대학 B교수도 '외신의 번역이 과하게 번역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B교수는 "'이XX'라는 표현은 한국사회의 격이 없는 자리에서 흔히 사용되는 말"이라며 "'F***er'는 'Mo****F***er'의 순화된 말로 상황에 따라 욕이 되지만, 친근한 사람 사이에서는 자주 사용되는 편"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번 외신보도는 '이XX'와 1:1로 등가(等價)가 되는 단어가 없어서 발생한 것이라며 "(번역자가) 사회에서 쓰는 언어적 습관에 따른 번역을 하다 보니 'F***er'로 번역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XX') 표현이 친근한 욕설에 해당되지만 어디까지나 욕설인데 'Idiots'은 욕설이 아니다. 'Idiots'은 순화한 번역"이라면서 "Bastard 표현은 매우 센 욕으로 친근한 표현이 아닌 싸울 때나 사용하는 표현이라서 'F***er'보다 강한 표현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이 사용한 '이XX' 표현은 문장의 맥락상 싸움이 아닌 흔히 사용할 때와 같은 표현이고, 이것이 'F***er'로 번역된 건 사회적 맥락상 인용될 수도 있는 번역이다.

    한 국립대 영어학과 C교수는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외신의 'F***er' 번역이 해석하기 나름이라면서도 최근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SNS에 밝힌 것처럼 '이XX' 표현이 사용되지 않았다면 "외신의 번역은 과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만약 윤 대통령이 '이XX'를 발언했다면 그때부터 다른 얘기"라며 "팩트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XX' 언급의 유무에 따라서 외신의 번역이 적절할 수도, 과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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