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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부족한 데 행사 비용은 '펑펑'…해경 예산 낭비 논란



경인

    예산 부족한 데 행사 비용은 '펑펑'…해경 예산 낭비 논란

    해경, 올 하반기 295억원 추가예산 요청 방침
    해경 450명만 참석한 '해경의날 기념식'에 1억4700만원 지출
    국민없는 '국민을 위한 음악회'? 뒷말 무성한 해경의 내부 행사들
    해경청장 작사 유명가수 작곡…청장 홍보 논란도

    해양경창청 청사 전경. 해양경찰청 제공해양경창청 청사 전경. 해양경찰청 제공
    올해 예산이 부족해 정부에 예비비를 신청한 해경이 정작 내부 행사 예산은 과도하게 써 빈축을 사고 있다.

     

    해경, 올 하반기 295억원 추가예산 요청 방침


    1일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해경은 올 하반기 예산이 341억원가량 부족하다고 보고 올해 말까지 기획재정부에 추가 예산 지원을 요청할 방침이다. 부족한 예산은 세부적으로 유류비 251억원, 기존에 도입한 대형 헬기 2대의 대금 65억원, 공공요금 부족비 20억원, 국내 여비 부족분 5억원 등이다.
     
    해경은 예산 부족의 주요 원인을 세계 경제 불황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헬기 구입 대금도 더 늘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류비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지출이 늘었다. 해경은 올 상반기에 전체 선박용 경유 예산 935억원 가운데 620억원(66%)을 사용했다.
     
    해경은 부족한 재원을 잔여 치안활동비 35억원과 기본경비로 쓰고 남은 잔액 등 11억원 등 46억원으로 메꾸고, 나머지 295억원은 기획재정부에 예비비로 요청할 방침이다.
     

    지난달 15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69주년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 모습. 해양경찰청 제공지난달 15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69주년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 모습. 해양경찰청 제공

    해경 450명만 참석한 '해경의날 기념식'에 1억4700만원 지출


    그동안 해경은 하반기에 통상적으로 추가 예산을 요청해왔기 때문에 이번 예산 부족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해경 내부에서 '평소 과도하게 행사비용을 지출하는 등 무분별하게 지출한 게 이번 예산 부족의 한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례로 지난달 15일 해경청이 '제69회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 행사에 과도하게 비용을 썼다는 불만이 나온다. 당시 해경은 기념식 행사를 위해 1억4700만원을 지출했다.
     
    이 행사의 참가자 450명은 모두 전·현직 해경관계자들이었다. 유명 전직 아나운서가 행사를 진행하고, 가수와 성악가 등 2팀의 축하공연이 있었던 걸 감안해도 너무 과한 지출이라는 평가다. 당시 해경청을 제외한 각 지방해경청과 해양경찰서는 회의실에서 조촐하게 기념식을 열었다.
     

    지난달 15일 인천 연수구 중부지방해양경찰청 대회의실서 열린 '제69주년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 모습. 해양경찰청 행사와 대비된다. 중부해경청 제공지난달 15일 인천 연수구 중부지방해양경찰청 대회의실서 열린 '제69주년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 모습. 해양경찰청 행사와 대비된다. 중부해경청 제공
    특히 해경의날 기념식 1주일 뒤 '서해 실종 공무원 피격사건'의 피해자인 고(故) 이대준씨의 영결식이 해양수산부장으로 열렸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씨는 2020년 9월 22일 연안 어선 단속 과정에서 표류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됐다.
     
    당시 해경은 사건 발생 1주일 만에 "이씨는 빚이 많아 신변을 비관했고, 북한 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며 이씨가 자진월북 과정에서 사망한 것처럼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6월 해경은 '피살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단정지을 수 없다'며 입장을 바꿨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해경청 경비국장을 맡았던 정봉훈 해경청장은 수사 결과를 번복한 이후 "종합적인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은 해경 수사 번복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경은 해경의날 기념식 행사를 하기 위해 8월 1~16일 행사 용역을 경쟁입찰 공고했다. 그러나 낙찰업체가 나오지 않자 행사 열흘 전 수의계약을 통해 업체를 선정했다. 그만큼 기념식 행사 개최 의지가 컸다.
     

    지난 5월 26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해양안전 음악회 겸 2022년 해양경찰 홍보대사 위촉식' 중계 화면 캡처.지난 5월 26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해양안전 음악회 겸 2022년 해양경찰 홍보대사 위촉식' 중계 화면 캡처.

    사기진작용 홍보대사 임용? 뒷말 무성한 해경의 내부 행사들


    해경 내부 행사가 물의를 빚은 건 해경의날 기념식이 처음은 아니었다. 정봉훈 해경청장이 '이씨 사망사건' 수사 번복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하기 한 달여 전인 지난 5월 26일 해경은 해경청 강당에서 28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국민과 함께하는 해양안전 음악회'를 열었다.
     
    이 행사는 해경 홍보대사 위촉식을 겸해 열렸다. 당시 음악회 무대에 오른 이들은 올해 해경 홍보대사로 신규 위촉된 가수 설운도·나태주·조정민과 성악가 정경, 2020년 해경 홍보대사로 위촉된 가수 임도형, 해경에서 군 복무 중인 래퍼 비와이 등 6명이었다.
     
    '국민과 함께'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실제 참가자는 해경직원과 그 가족이 180여명이었고, 일반인은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연수구 자원봉사단체 등 70명에 불과해 사실상 해경 직원들의 사기진작 행사 성격이 짙었다.
     

    2022년 해양경찰 홍보대사로 위촉된 가수 설운도와 조정민의 제작곡 '더 나은 바다로'와 '바다의 영웅' 노랫말. 주영민 기자2022년 해양경찰 홍보대사로 위촉된 가수 설운도와 조정민의 제작곡 '더 나은 바다로'와 '바다의 영웅' 노랫말. 주영민 기자

    해경청장 작사 유명가수 작곡…청장 홍보 논란도


    게다가 행사 과정에서 올해 해경 홍보대사로 가수 설운도가 해경을 위해 제작한 노래 '더 나은 바다로'의 작사를 정봉훈 해경청장이 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애초 이 곡은 가수 설운도가 작사·곡했으나 노랫말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해경이 설운도와 협의해 노랫말을 전면 수정한 곡이다.
     
    큰 틀에서 정 청장이 노랫말을 수정하고 관현악단장 출신의 직원이 보조해 지금의 노랫말이 나와 정 청장을 작사가로 올렸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통상 업계에서는 여러 사람이 공동작업해 노랫말을 만들 경우 공동작사가로 이름을 올린다.
     
    해당 곡이 대중가요가 아니기 때문에 정 청장이 단독 작사가로 이름을 올려서 얻는 경제적 이득은 없지만 이 곡의 성격이 '해경 헌정곡'이 아닌 '정 청장 개인 홍보곡'이라는 오해를 살 빌미를 제공했다.
     
    더욱이 해경은 이 행사 한 달 뒤 해당 헌정곡이 담긴 음반 200장을 960만원에 구매해 내부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1장당 4만8천원에 구매한 것인데 음반을 받은 직원 대부분이 정 청장이 작사한 노래가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있다. 비싸게 주고 산 이 음반 수록곡 '무손실 음원'은 해경청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이상인 해양경찰청 대변인은 "해경의날 기념식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첫 해경의 날 행사여서 평소보다 크게 행사를 준비했다"며 "해경청이 수개월째 감사원 감사를 받는 등 직원들의 피로감이 커 사기를 북돋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여러 행사를 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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