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 박종민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 인테리어 설계와 감리 용역을 조달실적이 전무한 업체가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용역계약 직전에야 입찰자격을 등록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20일 나라장터와 조달정보개방포털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가 'OO주택'으로 위장 발주한 대통령 관저 인테리어 용역과 공사계약은 4건, 15억3160만원 규모로 모두 수의계약이었다.
행안부가 총 25억원을 사용했다고 밝힌 대통령 관저 인테리어 비용 중 9억여원을 제외한 계약관계가 드러난 셈이다.
OO주택의 인테리어 설계와 감리용역을 맡은 업체는 서울시 마포구 소재 'A 건축사 사무소'로, 지난 5월 27일 조달청과 6400만원의 설계용역 계약을, 행안부와 2193만원의 감리용역 계약을 각각 맺었다. 입찰공고와 개찰이 5월 26일에 진행됐는데 바로 다음 날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대통령 관저 인테리어 용역 및 공사 계약 현황. 진선미 의원실 제공수의계약을 비롯해 조달청 입찰에 참여하려면 입찰 자격등록을 해야 하는데, A 사무소는 건축설계용역 자격등록을 계약체결일 4일 전인 5월 23일에 했다. A 사무소의 개업일은 2020년 1월이다.
건축감리용역 등록은 계약체결 3개월 후인 8월 26일에 이뤄졌다.
A 사무소의 사무실 소재지는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아파트 단지의 상가 지하 1층으로 기재돼 있는데, SOHO 형태의 사무실이 모여 있는 해당 장소에는 업체 간판도 달려 있지 않았다.
조달업체 조달품목 등록내역. 진선미 의원실 제공조달청의 초고속 계약은 대통령 관저 인테리어 공사계약에서도 이뤄졌다.
조달청은 5월 25일 하루 동안 입찰공고를 내고 시공업체로 낙점된 '주식회사 21그램'과의 계약까지 마무리했다. 금액은 12억2400만원으로 수의계약이었다.
주식회사 21그램은 코바나컨텐츠를 매개로 김건희 여사와 관련성이 논란이 되면서 대통령 관저 인테리어 공사 수주 특혜 의혹이 불거진 업체다.
해당 계약은 공사가 마무리돼 가던 7월 1일 '공사량 증가에 따른 공기연장'을 사유로 기존보다 2억1270만원(17.4%) 늘어난 14억3670만원짜리 계약으로 변경됐다.
진선미 의원실 측은 앞서 대통령실 공사에서도 1차 계약 당시 41억원이던 공사비가 4차례의 계약 변경을 거쳐 123억원까지 늘어난 사례가 있다며 인테리어 공사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설계용역 현장은 서울시 용산구로 돼 있는데, 감리용역과 공사 현장은 세종시로 허위로 기재돼 있는 점도 의문을 낳고 있다.
나라장터 캡처진선미 의원은 "대통령 관저가 '가급' 중요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예산과 계약관계 자료제출조차 거부하고 있는 행안부가 설계와 감리용역을 조달실적도 없고 검증도 안 된 개인사업자에게 맡길 수 있느냐"며 "해당 업체들에 조달실적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진 의원은 "조달청과 행안부가 누구와의 어떤 인연으로 용역·공사 업체들을 추천해 계약했는지, 긴급공사에 따른 예산 낭비와 부실공사가 초래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