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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사건인가 사고인가…성격 규명 분수령

사건/사고

    '이태원 참사' 사건인가 사고인가…성격 규명 분수령

    핵심요약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10만명 넘는 인파가 몰리면서 최악의 압사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참사의 성격이 어떻게 규명되느냐에 따라 책임 소재도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가해자·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이 될 경우 과실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한 반면, 만약 '사고'로 규정된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책임론은 더 거세질 전망입니다.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사고였는지 여부와 과거 핼러윈이나 유사 축제 때는 압사 사고를 방지할 안전 대책이 있었는지, 만약 과거엔 있었다면 올해 왜 적용하지 않았는지 등을 따져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현장에 합동감식반이 투입되고 있다. 류영주 기자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현장에 합동감식반이 투입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약 13만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최악의 압사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참사의 성격이 어떻게 규명되느냐에 따라 책임 소재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가·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이 될 경우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게 가능하다. 이와 관련, 경찰은 최초 시민들을 밀었다는 일행들을 추적하는 등 경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이들을 특정해서 찾아야 하고, 찾은 뒤에는 이들 행위와 참사와의 관계를 입증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만약 '사고'로 규정된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책임론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사고였는지 여부와 과거 핼러윈이나 유사 축제 때는 압사 사고를 방지할 안전 대책이 있었는지, 과거엔 있었다면 올해는 왜 적용하지 않았는지 등을 따져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3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어떻게 규명되느냐에 따라 '사건'이 될지, '사고'가 될지 나눠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사건'은 원인과 결과가 있어 가·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일을 뜻한다. 반면 '사고'는 뜻밖에 벌어진 일을 말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위원은 "사건이냐 사고냐 원인 규명부터 이뤄져야 한다. 사건이면 그 사건을 만든 당사자가 존재할 것이고, 사고면 (갑자기) 발생한 일이 되는 것"이라며 "만약 사고면 지금 같은 상황을 예견 가능했는지가 문제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따져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은 서울경찰청 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별도로 구성한 상황이다. 수사본부는 현재까지 총 52대의 현장 CCTV를 확보했고, 현장 상황이 담긴 SNS 영상도 확보해 정밀 분석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목격자·부상자 등 총 44명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은 사고 당시 일부 시민들이 앞사람을 고의로 밀었다는 의혹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일부 목격자들로부터 관련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생존자 A씨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처음에는 4~5명의 남성과 여성분들이 '밀어라' 이런 말을 시작했다"며 "사람들 여러명이 그 말을 따라하고 미는 압박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일행 중 일부는 토끼 머리띠를 했다는 구체적 증언까지 나오고 있다.

    만약 누군가 앞 사람을 밀어서 대열이 무너졌고, 연쇄작용을 통해 참사가 일어났다면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좁은 골목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이들을 밀면 누군가 넘어져 다치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 경험칙상 인정된다면 행위자의 과실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수많은 인파 속에서 특정 행위자를 찾아내야 하고, 이들의 행위가 연쇄작용을 벌여 참사로 이어졌다는 점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인과관계가 불분명할 것으로 보인다. 내가 밀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힘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공소장을 작성하려면 피해자도 특정해야 하는데, 수많은 사상자 중 누가 어떤 행위자에 의해 피해를 입었는지 입증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부관계자들이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한덕수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부관계자들이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참사가 '사고'로 규명될 경우 책임 소재는 정부와 지자체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지자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주최 없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축제이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이 없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주최가 없다고 이들의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고를 예상할 수 있었느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 핵심은 정부가 과거 유사한 경우에 보행 통제 등 안전 관리를 했었느냐 여부"라며 "과거에는 했었는데 올해만 유독 안 한 것이 된다면 행정상의 실책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에게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면 국가 배상의 요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음에도 그에 맞는 적절한 안전조치가 없었다면 경찰 등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인도 관리 책임 주체가 용산구청인 상황이라 구청의 책임도 일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인도는 등기부등본상 소유주가 다수인데, 관리 주체는 구청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은 인도가 보행 용도로 원활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는데,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이를 이용할 것이란 게 구청 차원에서 예상이 됐음에도 방치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의견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해당 도로에 사람이 이렇게까지 몰리지 않게끔 관리를 하거나, 사람이 몰리더라도 애초 목적인 보행 도로로 이용될 수 있게끔 관리를 했어야 됐다는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과거 한 번도 이 정도 인파가 몰린 적이 없어서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면 말 그대로 예상할 수 없는 사고가 될 텐데, 이전에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했는데 이번에 안 한 것이라면 법원에서 정부나 지자체의 책임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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