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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없는 행사' 핑계…'이태원 참사' 책임 미루는 정부·지자체

사건/사고

    '주최 없는 행사' 핑계…'이태원 참사' 책임 미루는 정부·지자체

    '이태원 참사' 사고 성격…대비 못한 정부 책임 가능성
    지자체·경찰 "주최자 없는 행사에 매뉴얼 없다" 반복
    "경찰·소방 인력 문제 아냐"…정부 책임회피성 발언
    '시민 안전 관리' 경찰·서울교통공사 '책임 떠넘기기'
    전문가들 "주최자 없어도 미리 감지하고 대비했어야"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할로윈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애도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할로윈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애도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이태원 참사'의 성격을 둘러싸고 사건이냐, 사고냐를 규명하는 것이 쟁점이 되고 있다. '사건화'된다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반면, '사고화'된다면 사고를 미리 대비하지 못한 정부에 책임이 돌아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안전매뉴얼이 없었다"라는 등 벌써부터 책임회피성 발언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주최자가 없더라도 사고 이전 상황을 보고 대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3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주최측이 없는 다중 인파 사건에 대응하는 경찰의 관련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경찰은 주최측이 분명한 행사의 경우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소방 등 유관기관들이 사전에 역할을 나눠 대응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최자가 없고 다수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유사 사례에 관한 재발방지를 위해서 국가공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 것인지에 관해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고 이에 따라서 적절한 대응 매뉴얼이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에 대해 주최측이 없는 행사였기 때문에 대응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현장에 합동감식반이 투입되고 있다. 류영주 기자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현장에 합동감식반이 투입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경찰은 이번 참사에서 경비 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모양새다. 사고 발생 당일 현장에는 불법 단속 및 범죄 예방과 교통 관리를 위해 경력 137명이 배치됐다는 것이다. 2017년부터 이전까지 대부분 30~90명 수준으로 대처해온 것에 비해 부족한 경력이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면서 "그때 경찰관이 좀 더 많았다고 해서 완전한 통제가 됐을까라는 부분은 우리가 전략이나 기술적으로 보완할 부분을 새로 매뉴얼을 만들 때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해 좀 더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날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이 경찰과 소방 인력 배치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한 발언과 같은 취지로 해석된다. 이 장관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사고를 막기에 불가능했다는 것이 아니라 (경찰·소방 인력 배치 부족이) 사고의 원인이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행사"라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다. 서울 용산구는 참사가 발생하기 하루 전인 지난 28일 핼러윈 데이 축제를 앞두고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구청 직원들이 방역추진반, 행정지원반, 민원대응반으로 나뉘어 방역, 불법 주정차단속, 청소 대책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구청이 투입하기로 한 인원은 하루에 30명 수준이었으며, 압사 등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인원은 없었다. 구에서 주관하는 행사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는 행사기 때문에 질서유지 요원이 투입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용산구의 설명이다.

    서울시도 핼러윈과 관련해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태원 골목길은 용산구청 관할이고, 주최자가 없어 시 차원에서 안전 대책 회의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달 8일 한화 등의 주최로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때는 종합안전본부를 설치해 현장을 관리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편 이태원 참사 당일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요청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의 '책임 떠넘기기'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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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당일 사고가 발생하기 전인 오후 9시 38분쯤 지하철 무정차 요청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오후 11시 11분에서야 최초로 무정차 요청을 했다며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두 기관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안전매뉴얼이 없었다'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관리 책임은 없다'와 같은 이유로 정부의 책임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년 만에 '노 마스크'로 진행되는 핼러윈 행사이고, 10만 명이 몰릴 것이란 예측도 있었던 상황에서 관계 부처가 안전관리에 소홀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면서 결국 참사 희생자들에게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전문가들도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도 경찰, 지자체 등 정부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숭실대대학원 재난안전관리학과 문현철 교수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서 구청에서 관리할 수 없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주최자가 있으면 관리하기 쉬우니, 오히려 주최자가 없이 다수가 모이는 행사가 더 위험한만큼 미리 감지하고 대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전날이나 사고 당일 (참사 발생 전인) 오후 8시부터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모습을 봤다면 구청에서 비상 경찰이나 공무원을 배치하는 등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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