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도어스테핑 중단이라는 대통령실의 강수에 국민의힘은 "MBC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보조를 맞추며 윤석열 대통령 엄호에 나섰다. 더 나아가 일부 의원들은 MBC 기자의 복장과 태도를 문제 삼는 등 강한 어조로 MBC 비판의 선봉에 섰다. 하지만 MBC 취재진에 대한 전용기 탑승 불허부터 이어지는 대언론 강경 기조에 내부에서도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응"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존재한다.
21일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의 도어스테핑 중단에 MBC 책임론을 제기하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도어스테핑에서) 지명도 안 했는데 소리를 지르면서 하는 것은 난동수준"이라고 비판했고, 언론인 출신 김행 비대위원장은 "1호 기자(대통령실 출입 기자)는 특히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 하시는 경우에 예의범절을 갖추는 걸 가르쳐서 내보낸다"며 기자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고성 지르기, 슬리퍼 난동으로 대통령과의 소통 창구를 배설장처럼 혼탁하게 했다(김기현 의원)",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인지 모르겠다(이용호 의원)" 등 강도 높은 비판들이 하루 종일 MBC를 향해 쏟아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대통령실의 강경 대응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문제의 도어스테핑 설전이 벌어졌던 지난 18일 국민의힘 의원들 단체메신저에는 대통령실의 'MBC 보도가 악의적인 10가지 근거' 서면브리핑 내용이 공유됐고, 친윤계 의원들이 "속이 후련하다"며 호응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 주류의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대통령실의 언론관에 공개적인 비판은 연일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 정도가 유일하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누가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고 대통령 스스로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시작한 일인데 이를 중단한다니"라며 "중요한 국정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진실한 마음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일이 중단되어선 안 된다"고 적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순방 때부터 두 달 넘게 해당 이슈가 소멸되지 않고, 오히려 여권이 이슈를 키우는 모양까지 보이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국민의힘 정당지지율은 33.8%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강성 여권 지지자들에게는 MBC에 대한 대응이 속시원하겠지만, 외연 넓히기에는 좋은 소재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권 전체가 나서서 MBC를 언론자유의 투사로 키워주고 있는 셈'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실이 정치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점점 줄이는 것 같은 자세를 취하는 인상은 우리 전통 지지층만 만족시킬 뿐 중도층에는 어필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가짜뉴스냐 언론탄압이냐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슬리퍼나 팔짱이라는 기자의 '태도'를 문제 삼는 방식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MBC 기자의 복식이 적절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예의범절을 갖춰야 한다'고 호통을 치는 대응은 권위를 깬다는 도어스테핑의 본 취지나 윤 대통령의 지향과는 맞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의 대언론관과 도어스테핑이 계속 도마에 오르다보니, 일각에서는 계기가 어떻게 됐든 결론적으로 도어스테핑 중단을 환영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그간 도어스테핑의 형식이나 내용에 문제가 많았다"며 "결과적으로는 옳은 방향으로 결단을 했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도 "(도어스테핑을) 애초부터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대통령에게 필요한 건 통 큰 이미지 보다는 안정적인 이미지였는데 도어스테핑을 중단하면서 대범하지도 않고 안정적이지도 않은 결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인용된 여론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4~18일 전국 성인 25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전화(ARS)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3.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