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2년 개정 초중등학교 및 특수학교 교육과정 확정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디지털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초·중·고교 교육과정을 7년 만에 개정했다. 초·중학교 정보 수업시수(時數·수업시간)는 현재의 2배로 확대되고,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진로에 따라 들을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과목이 신설된다.
교육부는 22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2 개정 교육과정(새 교육과정)'을 확정·고시했다. 교육과정 총론, 각론이 모두 개정된 것은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새 교육과정은 우선 학생들의 디지털 소양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초·중학교 정보 수업 시수가 2배 늘어난다. 초등학교는 5~6학년 '실과' 과목 내 정보교육 단원 시수를 기존 17시간에서 34시간 이상, 중학교는 '정보' 과목 시수를 34시간에서 68시간 이상으로 편성하도록 했다.
초등학교에서는 블록 코딩 등을 통한 놀이·체험 활동 위주의 정보 수업을 하고 중학교에서는 컴퓨팅 사고 과정을 이해하고 인공지능 윤리 등에 대해 학습한다. 고교에서는 일반선택 과목인 '정보' 외에도, 진로 선택 과목으로 '인공지능 기초', '데이터 과학', 융합선택 과목으로 '소프트웨어와 생활' 등이 신설된다.
한글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초등 1~2학년의 국어 시수는 448시간에서 482시간으로 34시간 늘어난다. 또 다양한 매체 활용 능력이 중시됨에 따라 초·중학교 국어에 '매체' 영역을, 고등학교 국어에는 선택 과목으로 '문학과 영상', '매체 의사소통' 등이 신설된다.
영어의 경우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등 기능별 분류 방식에서 벗어나 영어 지식정보의 '이해'와 '표현' 등 2개 영역으로 개선하고, 실생활 중심의 영어 의사소통 역량도 강화하기로 했다.
고교 수학 교과 공통과목에 '행렬' 부활
박종민 기자수학 교과에서는 고교 공통과목에 '행렬과 연산' 단원이 부활했다. 행렬은 2000년대 중반까지 고교 수학 교육과정에 포함됐다가 학습 부담으로 '수포자'를 양산한다는 비판에 따라 2009 개정 교육과정부터 제외된 바 있다.
과학 교과의 경우 일상의 자연현상과 삶의 경험을 토대로 탐구 및 추론, 통합적 사고를 통해 융복합적 문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안전 교육도 대폭 강화했다. 초등학교 1~2학년의 경우 안전교육 시수를 현행 64시간으로 유지하되 현재 '안전한 생활' 교과에서 배우는 안전 교육을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교과와 연계해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는 관련 교과목에 다중 밀집 환경의 안전 수칙, 위기 상황 대처 능력 등을 반영해 체험·실습형 교육 요소를 강화했다.
고교, 학점기반 교육과정 운용…'2025학년도 도입 추진' 고교학습제에 대비
고교학점제 멀티미디어실. 연합뉴스 교육부는 현재 중1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5학년도에 도입을 추진 중인 고교학점제에 대비해, 고교 교육과정을 수업 시수 중심인 초·중학교 교육과정과 달리 '학점 기반' 교육과정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고 정해진 만큼 학점을 채우면 졸업을 인정하는 제도로, 현재 일부 고교에서 시행하고 있다.
고교학점제 적용을 고려해 필수 이수 학점을 94단위에서 84학점으로 줄이고, 자율 이수 학점을 86단위에서 90학점으로 늘렸다. 다만,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상 주로 필수이수학점으로 운영하는 한국사, 체육, 예술, 기술·가정, 정보, 제2외국어, 한문, 교양 교과군은 현행 수준을 유지했다.
또한 다양한 교과에 대한 균형 학습이 이뤄지도록 국어‧영어‧수학 교과 총 이수 학점이 81학점을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학생의 진로나 적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도록 선택과목을 현재 '일반 선택과목', '진로 선택 과목' 등 2개에서 '융합 선택 과목'을 신설하기로 했다. 융합선택과목은 교과 내 혹은 교과 간 주제를 융합하고 실생활에 적용하는 내용이 중심이 되는 과목이다.
다만,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해부터 (고교학점제 도입 관련)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보완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며 "이주호 부총리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고교학점제 2025년 전면 도입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한 부분은 여러 보완할 사안이 많기 때문에 면밀하고 신중하게 보자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24학년도에 초등 1~2학년, 2025학년도에 초등 3~4학년과 중1·고1, 2026학년도에 초등 5~6학년과 중2·고2, 2027학년도에는 모든 학년에 적용된다.
한편, 교육부는 현재 중학교 1학년이 치를 2028학년도 대입 제도를 2024년 2월까지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