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가 지난 26일 우리 영공을 5시간이나 침범해 경기 파주·김포 일대와 서울 상공까지 침투한 것으로 확인돼 안보 태세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7일 오후 경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 모습. 황진환 기자지난 26일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5시간 동안 휘젓고 다녔지만 1대도 격추시키지 못한 지 이틀만에, 군이 앞으로 5년 동안의 국방예산 계획을 담은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면서 여기에 대한 대응 방안을 포함시켰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등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한국형 3축 체계' 보완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여기에 여러 예산을 투자하기로 밝힌 것도 눈에 띈다. 다만 진보정부든 보수정부든 군사력을 강화하는 경향이 큰 한국 특성상 이는 과거 정부에서부터 계속 이어진 행보이기도 하다.
국방부는 28일 앞으로 5년 동안의 군사력 건설과 운영 계획을 담은 2023~2027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기간 동안 모두 331조 4천억원(2023 예산안은 정부안 기준)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평균 증가율은 6.8%다.
국방예산은 무기를 개발하고 사들이는 방위력개선비,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인원과 전력을 운용하는 전력운영비 두 가지로 나뉜다. 방위력개선비는 107조 4천억원으로 연평균 증가율은 10.5%, 전력운영비는 224조원으로 연평균 증가율 5.1%다.
더 강화되는 '3축 체계'…대북 억제력에 중점 두고, 특수부대 장비도
'한국형 3축체계 전력' 스텔스전투기와 KTSSM. 국방부 제공국방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새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현재 마무리 중인 국방혁신 4.0의 내용 등을 모두 감안해 중기계획을 짰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북한의 핵·WMD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체계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3축 체계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고 피해를 막기 위해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하는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체계(KMPR) 3가지로 나뉜다.
이번 국방중기계획은 먼저 첨단 스텔스 전투기(F-35A)를 추가로 확보해 이동 표적(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 TEL)에 대한 실시간 타격 능력을 향상시키고,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를 전력화해 지하 갱도에 숨은 표적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보강해 나가기로 했다. 후자는 2020년대 후반에 전력화될 예정이다.
우리 해군의 최신예 잠수함인 장보고(KSS)-Ⅲ, 즉 도산 안창호급 잠수함은 핵무기는 없지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SLBM은 발사 원점을 찾기 어렵다는 장점이 있는데, 국방부는 이러한 능력을 갖춘 잠수함을 추가로 확보하고 전력망을 무력화하는 '정전탄' 전력화와 전자전기·전자기펄스탄 연구개발 등 비물리적인 타격수단도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전탄은 적 상공에서 폭발, 정전 섬유를 뿌려 발전소나 송전선을 마비시키는 개념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연구개발 중에 있고, 중기계획 기간 내에 전력화 예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KAMD에 대해선 먼저 탐지 자산으로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Ⅰ·Ⅱ(그린파인 레이더)를 동시에 운용하며 8천톤급 이지스 구축함, 즉 세종대왕급·정조대왕급에 달린 이지스 레이더도 추가적으로 운용하여 SLBM을 포함한전방위 탄도탄 탐지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레이더는 지구가 둥글다는 문제 때문에 탐지 거리에 한계가 있어, 여러 곳에서 여러 대의 레이더를 운용해야 제대로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요격 자산은 천궁-Ⅱ(M-SAM 2)·패트리엇(PAC-3) 미사일의 전력화를 완료하고, 요격고도가 상향된 L-SAM도 일부 전력화해 다수의 탄도탄 요격탄을 보유하게 된다. 물론 추후엔 성능개량도 추진된다. 북한 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도 연구개발을 서둘러서 2026년 말까지 다대다 교전능력 기술을 확보하기로 했다.
강릉 공군 제18전투비행장 정문 전경. 국회사진취재단북한을 향한 '억제'에 해당하는 KMPR은 크게 현무 미사일로 대표되는 탄도미사일과,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특수임무여단을 기반으로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이른바 '참수작전'을 수행하는 특수전 자산으로 나뉜다.
먼저 국방부는 "파괴력이 더욱 증대된 고위력·초정밀·장사정 미사일을 개발하고 탄두중량 및 수량을 증대시켜 억제력을 제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무-4, 5 미사일이 여기에 해당하지만, 이는 비닉(秘匿)사업인 관계로 자세한 내용은 아예 공개되지 않았다.
우리 군은 그동안 대형 전력에 주로 투자하느라 보병·특수부대의 전력 보강에 인색했다. 그나마 전 정부에서 개인전투장비 개선 사업인 '워리어 플랫폼'이 시작되고 나서 조금씩 중요성을 깨닫고 발전하는 추세다. 국방부는 이 점을 감안, 특수작전용 경전술차량과 대물타격 무인항공기 등 특임여단에 대한 추가 전력보강을 통해 핵심시설 타격작전 능력을 향상시키겠다고도 밝혔다.
이와 관련된 질문에 국방부 관계자는 "야간투시경, 정찰 드론, 관측경 등 실제 작전을 수행할 때 필요한 장비들이 있다"며 "이 장비들에 대해 (합동참모본부에서) 소요가 결정돼 있고, 중기계획 기간 중 사업에 착수해 일부는 그 안에 전력화되고 일부는 그 이후 전력화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특수부대의 효과적인 공중침투를 위해 C-130H 허큘리스 수송기와 UH-60 블랙호크 헬기의 성능개량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현재 군은 적지에 비밀리에 특수부대를 투입하기 위해 기존 C-130 수송기를 개조한 MC-130K 특수전용 수송기와 함께 특전사 특수작전항공단에서 UH-60 헬기를 운용하고 있다.
다만 현재 보유한 UH-60 헬기는 특수전용이 아닌 일반 사양이어서, 임무에 맞는 개수와 성능개량이 필요하다. 국방부가 공개한 내용에는 없지만 MH-47 특수전용 대형기동헬기 도입 관련 사업도 진행 중이다.
북한 무인기 사건, 중기계획에 반영될 시간은 없었지만…4개 무인기 대비 사업에 5600억 투자
중기계획이 발표되기 이틀 전 온 나라를 뒤집어 놓은 무인기에 대한 대비책도 포함됐다. 상식적으로 국방중기계획을 이틀 만에 바꿀 수는 없으니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물론 바꿔 말하면 우리가 소형 무인기에 대처할 전력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중기계획을 수립하면서 적 무인기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관련 탐지 자산과 소프트킬, 하드킬 방식 대응전력을 구축하는 예산을 반영해 모두 4개 사업에 5600억여원을 투입한다"며 "탐지를 위한 국지방공레이더는 계속 전력화하고 있고 레이저 대공무기도 연구개발 중인데, 블록 1과 2 가운데 1이 중기계획 기간 중에 전력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련 질문에 "국지방공레이더는 현재 7대가 전력화돼 있다"고 답했다. 레이저 대공무기는 레이저로 공중 무인기를 파괴하는 하드킬 방식의 드론 대응 무기체계다. 국방부는 블록 1 연구개발 사업이 현재 시험평가 단계인데 2026년 개발을 끝내고 2027년 전력화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전을 통해 무인기를 추락시키는 소프트킬 방식 소형무인기 대응체계는 2020년대 중반 전력화를 목표로 체계개발이 진행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소프트킬 방식의 소형무인기 대응체계를 전방에 전력화하면 탐지가 쉽지 않은 소형무인기 대응 역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군 당국은 개발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휴대용 소형무인기 대응체계를 신속시범획득사업으로 도입해 공백을 메울 계획이다. 현재는 전파방해 방식의 휴대용 소형무인기 대응체계 구매 입찰공고가 진행 중인데, 구매 사업이므로 자체 연구개발보다 조기에 군에 도입할 수 있다.
27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드론 부대 창설'의 경우, 당연히 중기계획엔 반영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계획을 앞당기려고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참은 전날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에 대해 "드론부대는 기존 (지상작전사령부) 드론봇 전투단과는 차원이 다른 전략적, 작전적 수준에서 과학기술의 발전 추세, 전쟁 양상 등을 반영하여 창설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작전운영 개념, 지휘구조, 편성,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계획하여 추진하고, 모든 영역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종섭 장관도 국방위에서 "합동부대차원에서 운영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의, 다양한 목적으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고 작전수행 개념을 만들고, 훈련하는 차원에서 (지상작전사령부 드론봇 전투단보다) 좀 더 상위 개념의 드론 부대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군 의존도 높은, 감시정찰·지휘통제 체계도 보강
한편 국방부는 현재 우리 군의 가장 취약한 점 가운데 하나로 지적받고 있는 감시정찰·지휘통제 체계도 함께 발전시켜 3축 체계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겠다고 설명했다.
먼저 여러 정찰위성을 전력화(425 사업)해 한반도 상공 재방문 주기를 단축시키고 핵심표적을 빈틈없이 감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아나시스 2 통신위성은 있지만 자체 정찰위성이 없어 위성정보 대부분을 미군에 의존한다.
또 신호정보를 수집하는 백두 정찰기 2차 능력보강을 완료해 적 통신장비에 대한 신호정보(SIGINT) 수집능력을 고도화하기로 했다. 연합지휘·합동화력 등 다양한 지휘통제 체계를 성능개량하고, 다출처 영상융합체계를 전력화해 표적 탐지에서 타격까지 정보가 유통되는 과정을 자동화하고 결심지원 능력을 향상시키겠습니다.
다출처 영상융합체계란 위성과 무인기 등 다양한 정찰수단에서 수집한 영상을 하나의 완전한 영상으로 융합해 지휘와 판단을 보조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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