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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와 9억 거래' 기자, 대장동 수사 때 편집국 부국장

법조

    '김만배와 9억 거래' 기자, 대장동 수사 때 편집국 부국장

    법조계, 청탁금지법 '일정 금액'만 넘으면 적용
    일각에선 배임수재죄 의율 가능성도 제기
    한겨레, 편집국장 사퇴·경영진 등 조기 퇴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황진환 기자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황진환 기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측과 9억을 거래한 한겨레신문 기자가 대장동 수사 당시 편집국 신문총괄로, 직제상 부국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서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뿐 아니라 배임수재 혐의 적용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1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겨레신문 간부 A씨는 김만배씨 측으로부터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몇 차례에 걸쳐 수표 9억원 상당을 전달 받았다. A씨 측은 2019년 상반기에 아파트 분양이 당첨됐는데 정부 규제로 대출이 막히자, 친분이 있던 김씨에게 9억원 상당을 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가 김씨로부터 돈을 빌린 시점의 보직은 정치팀장이었다. 2017년 법조팀장을 했던 A씨는 김씨와 타사 법조팀장으로 친분 관계가 있었다고 한다.

    2021년 초부터 사회부장을 맡았던 A씨는 같은해 8월 말 편집국 신문총괄로 발령이 났다. 편집국 신문총괄은 직제상 '부국장'이다. 한겨레 편집국 내에는 총 4명의 부국장이 있는데, 신문총괄은 지면 배치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권태호 한겨레 저널리즘 책무실장은 "콘텐츠 총괄이라는 부국장 산하에 사회부장, 경제부장 등이 있는 시스템이고, 신문총괄은 면 배치를 담당하고 있어 사회부장에게 기사를 쓰라마라 할 수는 없다"면서도 "신문총괄은 기사를 크게 쓰냐 작게 쓰냐의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지난 6일 "편집국 간부(A씨)가 '김씨에게 6억원을 빌렸지만 현재 2억여 원을 변제한 상태이며 나머지도 갚겠다는 의사를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회사에 밝혔다"며 "그가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보도 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서 윤리강령과 취재보도준칙 위반 소지가 있어 직무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이후 A기자는 김씨로부터 3억을 더 전달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3일 후인 9일 한겨레에 서면 소명 자료를 통해 "김씨로부터 총 9억원을 빌렸다"면서 "나머지 금액도 김씨에게 갚으려고 했지만, 김씨가 구속되면서 연락할 길이 없었다. 출소 이후에 갚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황진환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황진환 기자 법조계에서는 A씨에 대해 우선 청탁금지법 위반 적용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청탁금지법 제8조(금품등의 수수금지) 1항에 따르면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 이때 공직자에는 언론인도 포함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청탁금지법은 '대가성'을 요하지 않고 '금액'만 넘으면 적용 가능하다"면서 "변호인 측에선 법 적용을 막기 위해 정당한 채권채무 관계를 주장할 테지만 너무 큰 금액이라는 점은 부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배임수재죄는 쉽게 말해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이 업무와 연관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돈을 받으면 처벌 받는다. ①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하고 ②부정한 청탁과 재산상 이익 사이 '대가성'이 인정돼야 한다. 또 다른 검찰 출신의 변호인은 "과거 방송사 PD가 돈을 받고 출연 편의를 봐주고 한 것도 모두 사법 처리 대상이 되었다"며 "배임수재 의율이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그 대가성 여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고, 그 부분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2017년 조선일보 송희영 전 주필에 대해서도 2007년부터 2015년까지 홍보대행업체 영업 활동을 돕고 기사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현금, 수표, 상품권, 골프접대 등 총 4947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받았다며 기소한 바 있다. 송 전 주필이 금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시기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기 전이었다. 1심은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송 전 주필의 2심 재판부는 홍보대행사가 송 전 주필에게 기사를 게재해 달라고 한 청탁 등에 대해 '부정한 청탁'이라고 보지 않았다.

    실제로 재판부가 공무원의 뇌물죄에 비해 배임수재죄를 따질 때는 '부정한 청탁'의 정도를 굉장히 까다롭게 따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배임수재죄는 원칙적으로 공무원 아닌 사람이 재산 사무에 대한 것을 다뤘을 때를 조건으로 하고, 이 부분을 넓게 본다고 하더라도 재판부가 부정한 청탁에서 '부정'의 정도를 굉장히 까다롭게 보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전날 류이근 편집국장이 보직에서 사퇴한데 이어 김현대 한겨레 대표이사 사장 등 경영진도 조기 퇴진하기로 했다. 김 사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한겨레가 가장 소중하게 지켜온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우리의 존재 이유가 근본적으로 부정 당하고 있다"며 "한겨레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고 제가 먼저 무릎 꿇고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씨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검찰은 김씨가 A씨 뿐 아니라 중앙일보와 한국일보의 간부 등에도 각각 9천만원과 1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경위를 수사 중이다. 이들은 "김씨에게 돈 빌려준 것을 받은 것"이라거나 "돈을 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가 화천대유에 언론사 출신 인사들을 고문 등으로 영입한 뒤 고문료를 지급하며 '언론인 관리'를 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중앙 일간지에서 논설위원을 지낸 B씨는 연봉 1억 2천만원에 화천대유 고문 계약을 했다. 민영 뉴스통신사 부국장이었던 C씨는 연봉 3600만원에 화천대유 고문계약을 맺었고, 2021년 1~8월 2400만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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