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내일 마무리됩니다. 한 차례 기한이 연장된 국회 국정조사도 다음주면 끝나는데요. 참사 당일 당국의 대응을 두고 유족 등은 아직도 답답한 부분이 많은 상황입니다. 특히 경찰의 대응뿐 아니라 구청직원들은 뭐했는지에 대해선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CBS 취재로 새로운 사실이 확인됐는데, 위험을 감지한 시민들이 경찰과 구청 등에 도움을 요청하던 그때, 구청 당직자들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한 전단지, 포스터를 떼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취재한 허지원 기자에게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허지원 기자 어서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참사가 벌어지던 순간에, 구청 직원들은 대통령 비판 포스터를 떼고 있었다? 충격적인데 어떤 스토린가요?
[기자]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용산구청을 조사하면서 구청 당직 직원들의 참사 당시 행적을 파악했는데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사 당일 저녁, 구청 당직실에는 당직사령을 포함해 총 5명이 숙직 근무를 했습니다.
보통 민원 전화에 응대하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먼저 조치를 취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취재해보니 이들 당직 직원 중 2명이 참사가 발생하던 때 삼각지역 인근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포스터와 전단 등을 떼어내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저녁 6시반부터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던 상황이라 구청에도 민원이 있었을 것 같다. 알고도 한가하게 그런 일을 한겁니까?
[기자]
네 진술 내용에 따르면 구청 당직실에도 그날 저녁 "이태원에 차량과 사람이 많아 복잡하다"는 전화 민원이 접수됐는데요. 이 때문에 직원들을 현장에 출동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다음날 출근하니 담벼락에 붙은 시위대 전단을 즉시 제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태원이 아닌 삼각지역 부근으로 직원들을 보냈습니다.
[앵커]
누가, 언제 그런 지시를 한 거죠?
[기자]
당시 상황을 보면요. 먼저 오후 8시 30분쯤 용산경찰서에서 "전쟁기념관 북문에서 남영역 쪽 담벼락 시위 전단을 제거해달라"고 했는데, 전화를 받은 구청 당직 주임은 상황상 어렵다고 1차로 거절합니다. 그러나 경찰이 새벽에라도 제거할 수 없냐고 재차 물어보자 "그때 상황에 따라 협조하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습니다.
그런데 30분쯤 지나 당직실로 다시 전화가 옵니다. 이번엔 구청 비서실장이었는데, "시위대 전단을 즉시 제거해달라"고 해 결국 당직사령이 근무자 2명을 현장에 보냈습니다.
[앵커]
직원들도 업무 우선순위 파악을 하고 1차적으로 거절을 했어요. 민원이 빗발쳤으니까. 그런데도 포스터 떼러 간 거예요?
[기자]
네 보통 어딜 갈 때는 운전을 해서 2인 1조로 움직이기 때문에 애초에 현장에 갈 수 있는 인원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의 요청을 거절했지만 구청 비서실장의 지시로 결국 포스터를 떼러 나간 겁니다.
오후 9시 15분쯤부터 시작된 전단 제거 작업은 1시간 넘게 이어졌습니다. 이태원에서 사고가 난 시각은 오후 10시 15분인데요. 이때도 구청 당직 직원들은 벽에서 전단을 떼고 있었습니다. 당시 5천명 규모 집회가 끝나고 시위대가 벽에 스티커나 포스터를 엄청 붙여놨다고 해 2명이서 떼는 데 시간이 걸렸을 겁니다.
이태원으로 경찰과 소방이 출동하고 재난상황이 각 기관에 전파되는 동안에도 당직실 직원들은 깨끗해진 벽 사진을 찍고 구청 비서실장에게 보고하고 있었습니다. 이러는 동안 구청이 참사 당시 인명을 살릴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앵커]
구청 직원들은 언제 참사 상황을 파악한 건가요?
[기자]
구청 당직실이 최초로 사고 상황을 접수한 시각은 행안부에서 상황관리 지시를 받은 오후 10시 53분이라고 합니다. 전단을 떼고 다시 구청으로 돌아오던 직원들은 오후 11시 13분에서야 당직실로부터 사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앵커]
상식적으로도 그렇고 공무원이니 업무 처리에도 정해진 순서가 있지 않나요?
[기자]
용산구 지방공무원 복무 조례와 구청 당직 업무처리 매뉴얼에 따르면 당직 근무자는 사고를 방지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는데요. 불법광고물 정비 요청이 들어왔을 때는 긴급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당직실에서 처리하게끔 돼있습니다. 그런데 전단 제거 작업이 혼잡한 이태원 현장 관리보다 긴급했는지는 의문입니다.
[앵커]
전단 제거 작업을 요청한 경찰이 누군지, 구청 비서실장은 누구 지시라고 밝혔는지는 확인됐나요?
[기자]
경찰관은 당시 본인 소속을 밝히지 않았지만 용산서 정보과 직원으로 확인했고요. 비서실장은 구청장 업무를 수행하니까 아무래도 구청장 지시가 아니었을지 추정해볼 뿐인데, 이부분은 수사를 통해 더 밝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이태원 좁은 골목길에 사람 1명만 통행을 관리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를 시민분들이 많이 하셨어서 아쉬움이 남아요.
[기자]
네. 처음에 당직 직원이 진술했듯이 저녁 8시 반부터 당직 직원 1명이라도 경광봉을 들고 현장에 나갔다면 사고를 예방했을 수도 있고, 최소한 사고 대처가 더 빠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경찰의 경우, 참사 이후 사후대응에서도 대통령실로 화살표가 돌아오는 것을 경계한 흔적이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네. 지난달 30일 검찰이 구속기소한 박성민 전 서울청 정보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의 공소장을 보면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참사 원인으로 지적될까봐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논의한 흔적들이 나옵니다. 박성민 전 부장은 경찰 경력 배치가 미흡했다는 시각이 나올 경우 주말 대규모 집회 시위 대응으로 경력이 부족했고 그 이유는 용산 이전 때문이다 이런 흐름으로 연결된다고 우려했는데요. 그러면서 지자체의 안전불감증으로 책임을 넘겨야 경찰 부담이 완화된다는 식의 논리를 만들었습니다.
[앵커]
용산서 정보계통의 관심사가 시민의 안전이 아니라 대통령실 경호에 있었다는 얘긴데. 실제로 핼러윈 이전 대비도 준비될 뻔 했지만 용산서 정보과에서 안됐다면서요?
[기자]
네 맞습니다. 용산서 정보관이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를 제출하자 김진호 전 과장은 "이걸 누가 쓰라고 했냐"면서 "주말이니 집회에 총력대응해야 한다", "이건 크리스마스 같은 건데 크리스마스에 정보관이 나가냐"고 묵살한 정황도 공소장에 나옵니다.
[앵커]
핼러윈 사전 대비부터 참사 당일 대응, 사후 정리까지 구청과 경찰이 모두 시민이 아닌 용산만 쳐다보고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오늘 국정조사 공청회에서 유족들 어떤말 하셨나?
[기자]
네 공청회에서 유족과 생존자들은 정부가 아직도 감추는 게 많다면서 진상조사를 제대로 하라고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직접 목소리 들어보시죠.
[인서트]
"우리 유가족들은 단 한 가지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 달라는 것. 매뉴얼대로 지침대로 왜 하지 못했는지. 그 결정의 이유는 무엇인지." - 고 박가영씨 어머니 최선미
"중대본 뭐했습니까. 정말로 진상규명을 위해 조사를 하기는 한 것 입니까." - 고 이주영씨 아버지 이정민
"참사와 같은 재난을 겪은 사람에게 진상규명만큼 큰 치유는 없습니다. 잘못한 사람 찾아서 벌주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극복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 생존자 김초롱
[앵커]
특수본은 내일 종결되지요?
[기자]
네 특수본은 내일 오전 수사결과를 마무리하는 브리핑을 열 예정인데요. 지금까지 이임재 전 용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주요 피의자 10명을 검찰에 넘겼고 그중 경찰 정보계통은 기소까지 된 상황입니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김광호 서울청장 등을 불구속 송치하면 서울시나 행안부 등 윗선에 대한 수사 없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허지원 기자 다른 부분도 계속해서 취재해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