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자원회수시설 작업 모습. 연합뉴스서울시가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생활폐기물 소각장) 설치 예정지인 마포구와 인근지역 고양시 주민들의 반발을 무릎쓰고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8일 마포구와 인접한 고양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동양인재개발원에서 입지 선정 전략환경영향평가(초안) 주민설명회를 가진데 이어 내달 1일 덕양구 한국항공대에서 2차 주민설명회를 진행한다.
이에 앞서 소각장 설치 예정지인 마포구 주민을 대상으로 작년 10월과 12월 두 차례 주민설명회를 가졌지만 마포소각장 추가 백지화투쟁본부 등 주민들의 격렬한 항의에 부딛혀 설명회는 무산됐다.
석연치 않은 고양시 주민설명회…한국항공대서 2차 설명회
18일 오전 10시 서울시가 일산동구 동양인재개발원에서 광역자원 회수시설 입지 선정 전략환경영향평가(초안) 주민설명회를 열고 있다. 고무성 기자고양시 주민들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서울시의 소각장 추진에는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고양시는 당초 마포 상암동 소각장과 가까운 고양 덕은지구 주민의 의견부터 더 많이 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덕양구 민방위교육장에서 수용 가능한 500명 참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민방위교육장에서 12.5km가량이나 떨어진 동양인재개발원을 고수했다. 여기는 가장 가까운 마을버스 성석초등학교 정류장에서도 765m나 떨어져 있어 외진 곳이다.
시는 참석 인원도 고양시민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선착순 사전 신청 200명으로 제한했다.
전날 고양시민 250여 명과 마포구 주민 150여 명 등 총 400여 명은 고양시 덕양구 현천동에 있는 서울시난지물재생센터 앞에서 마포구 소각장 건립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지만 정작 설명회에는 '서울시 기피시설 고양시에서 나가라'는 팻말을 든 여성 1명 만이 눈에 띄었을 뿐이었다.
이에 고양시민들은 서울시가 일부러 주민들의 접근이 어려운 외진 곳을 설명회 장소로 정한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참석자 동원 의혹' 제기…실제 사전신청 참석 주민은 11명
연합뉴스이날 지역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한준호(고양시을) 의원과 명재성(고양5) 경기도의원, 고양시 공무원들이 설명회장 뒤편에서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설명회를 강행했다며 항의했다.
여기에 '동원 의혹'까지 불거졌다. 고양시에 따르면 사전등록은 31명이었지만 당일 참석자는 11명이었다. 그러나 200석 가운데 150석 가량이 채워지면서 한 의원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한 의원은 현장에서 서울시 관계자에게 "나머지 140명은 도대체 어디서 동원된 것이냐,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데 앉아있는 사람들은 누구냐"며 "공람 기간을 연장하고, 고양시민이 많이 참석할 수 있는 곳에서 설명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충분한 답을 내놓지 못했고 결국 추가 설명회를 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1일로 정해진 장소는 덕양구 한국항공대다. 상암동 마포자원회수설로부터 차로 약 6km, 경의중앙선 화전역 2번출구에서 접근할 수 있다.
서울시 "마포 신규 소각장 가동시 연간 820억 경제효과" 강조
한편, 서울시는 마포구, 고양시 주민들과 소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지역경제 유발 효과와 설치 당위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시는 서울시 4개 소각장을 통해 생활폐기물에서 회수된 에너지가 작년 한해 117만Gcal에 달한다며 이는 7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난방 에너지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열병합발전소에서 천연가스(LNG) 12만t(톤)을 태웠을 때, 얻을 수 있는 에너지와 맞먹는 수준이라며 천연가스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약 16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서울시 제공시는 상암동에 신규 소각장(1000t/일 규모)이 가동되면 신규 시설에서만 약 60만Gcal의 에너지를 더 회수하게 돼 추가로 82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3년 뒤인 2026년부터 수도권 내 쓰레기 직매립이 전면 금지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서울시는 선 소각장 증설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마포구는 신규 소각장보다 각 자치구별로 전처리시설을 구축해 자치구별 폐기물은 해당 자치구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포구 박강석 구청장은 "서울 자체 소각량 초과분인 1000t을 감량하면 소각장을 추가로 설치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며 "종량제 쓰레기 봉투에 분리되지 않은채 버려지는 금속, 플라스틱, 폐비닐 등을 전처리 과정을 통해 걸러내면 생활폐기물을 7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동해시 생활폐기물 전처리 시설(2020년 9월~2021년 4월)의 경우 수거 쓰레기의 62% 정도가 재활용돼 매립은 32%에 그쳤다며 서울시의 신규 소각장 입장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강원 동해시에 따르면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을 운영하면서 동해시 매립시설의 전체 폐기물 매립량이 2020년 매립량에 비해 45.8%(1만 373톤) 줄었다.
종량제 봉투 폐기물 재활용률은 2020년 27%에서 2022년 71.5%로 크게 증가했고, 공사장 생활폐기물 재활용률도 2020년 18%에서 2022년 32.4%로 점차 상승추세다.
"25개 자치구별 전처리시설 두자" vs "효율성↓…증설 선택 아닌 필수"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서울시는 전처리시설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4개 광역자원회수시설 폐기물 성상분석한 결과 폐비닐·폐플라스틱 등은 약 18%로, 전처리시설 운영을 통해 소각량을 70% 줄일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종량제 봉투에 버려진 음식물이 묻은 비닐 및 복합재질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불가해 선별돼도 연료용으로만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기존 4개 광역자원회수시설 처리양을 늘리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전처리시설을 25개 자치구로 확대하는 경우 서울시 입장에서 전체 자치구를 대상으로 각종 영향평가와 심의, 구청, 주민 설득 작업을 해야 해 단 시일내 성과를 내기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소각로나 전처리시설이나 주민들 입장에서는 불편한 시설이 들어오는 것"이라며 "건강과 환경 문제뿐 아니라 재산권 제약에 민감한 시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미룰 수 없는, 선택할 수 없는 문제'라며 주민설명회와 전략환경영향평가(초안) 공람 절차를 거쳐 조만간 소각장 입지 결정 고시를 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마포 상암동 부지 인근 주민들에게 약 1천억 원 규모로 수영장, 놀이공간 등 주민의견을 반영한 주민편익시설을 조성하고 연간 약 1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 주민복리증진과 지역발전에 사용하는 등 '당근'도 내놨지만 결국 주민 설득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