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 원을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아들 입시비리 관련 공범 혐의로 조 전 장관과 함께 기소된 배우자 정경심 전 교수는 기존 딸 입시비리 관련 징역 4년에 더해 징역 1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류영주 기자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년 넘게 이어진 재판 끝에 1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주요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법정구속을 면한 그는 일부 무죄 판결에 감사를 표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조 전 장관의 혐의는 크게 네가지였다. 우선 그는 ①아들 조원씨와 딸 조민씨의 학사 및 입시와 관련해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와 공모해 각종 서류를 위조하고 이를 행사해 학교 행정과 입학 사정 업무 등을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조 전 장관은 또 ②조민씨가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시절 받은 장학금 총 600만원과 관련해 뇌물수수 및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③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재산신고에서 코링크PE에 대한 투자 및 주식 차명취득 사실 등을 숨겨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이와 관련된 부인 정씨의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PC를 숨긴 혐의도 있다.
마지막으로 ④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했다는 혐의도 추가됐다. 당초 검찰은 2019년 12월 이 혐의로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되자 조 전 장관을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먼저 재판에 넘긴 뒤 감찰 무마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연합뉴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1부(마성영·김정곤·장용범 부장판사)는 3일 조 전 장관과 정씨 등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우선 자녀들의 학사 및 입시 관련 부정행위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아들 조원씨와 관련된 △한영외고 관련 사문서 위조·행사, 업무방해(학교생활기록부 허위 기재, 출결사항 허위 인정) △조지 워싱턴대 업무방해(성적평가) △고려대·연세대 대학원 업무방해(부정지원) 등이 모두 유죄였다.
딸 조민씨의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관련 위조공문서행사,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위조사문서행사, 업무방해도 각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전 장관은 다만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관련 사문서위조·행사만 무죄 판단을 받았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명의의 인턴 활동확인서로 주목을 받은 이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배우자인 정씨만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녀 입시비리 범행은 대학교수의 지위를 이용해 수년간 반복범행한 것으로서 그 범행 동기와 죄질이 불량하고,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 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에서 죄책도 무겁다"고 지적했다.
부산대 의과대학. 연합뉴스딸 조민씨가 부산대 의전원 시절 받은 장학금 600만원의 경우 뇌물이 아니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교부된 돈으로 해석됐다. 민정수석의 직무와 관련한 대가로 수수된 것으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로서 적지 않은 금원을 반복적으로 수수해 스스로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한 점에서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면서 600만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사실과 관련한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켜 특별감찰반 관계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당시 유 전 부시장이 근무했던 금융위원회 관련 혐의는 일부 무죄였지만 '감찰 무마'라는 주위적 공소사실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민정비서관이었던 백원우가 공모해 특별감찰반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남용해 유재수의 비위 사실과 관련한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켜 특별감찰반 관계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정수석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리고 정치권의 청탁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비위혐의자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킨 것으로서 그 죄질이 불량하고 죄책도 무겁다"고 지적했다.
다만 조 전 장관은 허위 재산신고 등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는 사실상 전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씨만 코링크PE에 대한 투자 사실 등을 숨길 목적으로 남편 조 전 장관을 통해 재산을 허위 신고한 혐의로 유죄가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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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내용을 종합하면 조 전 장관은 ①자녀 입시비리 ②딸 장학금 수수 ④감찰 무마 혐의는 대부분 유죄 판결을 받았고, ③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의 경우에만 무죄로 인정됐다.
조 전 장관의 해석은 달랐다. 조 전 장관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혐의 중 8~9개 정도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점에 대해 재판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유·무죄가 엇갈린 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 채 사모펀드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2019년 법무부 장관에 지명될 당시 검찰, 언론, 보수 야당은 내가 사모펀드를 통해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고 십자포화를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모펀드에 대해선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정경심 교수도 거의 모두 무죄를 받았다"면서 "오늘 재판과는 큰 관계가 없지만 이 사건이 어떻게 출발했는지 말씀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주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조 전 장관을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배우자가 수감 중인 점을 고려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