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검찰의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해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전 생각에 잠겨 있다. 검찰이 제1야당의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황진환 기자검찰이 1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그를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최종 책임자인 이 대표가 사업 초기 단계서부터 민간 업자들과 유착을 통해 토착비리 범죄를 저질렀고, 그 결과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배임액 4895억…"李, 유착업자에 이익 몰아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 대표의 구속영장에 배임 혐의 액수를 4895억원으로 산정해 명시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초기인 2014년부터 민간업자들이 이 대표 측근인 정진상(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유동규(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씨 등과 유착해 성남시와 공사 내부 비밀 정보를 빼돌려 막대한 부당 이득을 가져간 것으로 봤다.
이 과정에서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최고 의사 결정권을 쥔 이 대표가 업자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용적률 상향, 서판교 터널 개통, 임대주택 비율 축소 등을 통해 업자 몫의 이익을 극대화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전경. 연합뉴스검찰은 대장동 개발 사업이 '토착 비리' 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성남시가 전체 개발이익의 70%를 가져갔어야 마땅하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이 대표가 '제1공단 공원화'라는 성남시장으로서의 정치적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민간업자와 유착해 특혜를 몰아준 것이, 검찰이 파악한 이번 사건의 골자다.
검찰은 공사가 받아야 했던 적정 이익을 6725억원(전체 70%)으로 보고 확정이익 1830억원을 제외한 4895억원을 배임액, 즉 성남시가 의도적으로 포기한 돈으로 추산했다. 이런 방식의 계산을 통해 배임액은 지난 1차 수사팀이 산정한 651억원+알파(α)보다 크게 늘었다.
검찰 관계자는 "성남도개공 내부 주무부서에서도 전체 개발이익의 70%가 공공이익이 되는 것이 적정하다는 판단이 있었지만, 이 대표와 측근들이 업자와의 유착을 통해 이런 내부 의견을 묵살했다"고 설명했다.
김만배 지분 428억 약정설…혐의서 뺐지만 영장엔 넣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류영주 기자검찰은 이 대표의 구속 영장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 428억원을 받기로 약정한 혐의(부정처사후수뢰)는 반영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적인 수사로 검토 및 확인이 필요한 혐의라서 (영장에) 의율하지는 않았지만 구속영장의 경과 사실에 관련 부분을 넣어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정 전 실장을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기면서는 정씨가 김만배씨로부터 대장동 수익 428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부정처사후수뢰)를 적용했었다. 검찰은 김씨가 정진상과 김용, 유동규씨 등 '이재명 측'에 대장동 개발 이익 중 절반을 건네기로 약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구 전날 성남FC 이송…檢총장 "중대한 비리" 입장도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대장동과 위례 개발 의혹뿐 아니라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도 한번에 묶었다.
이 대표가 정 전 실장 등과 공모해 성남시 소유 부지 매각, 각종 인허가 관련 청탁을 들어주고 네이버와 두산건설, 차병원, 푸른위례 등으로부터 성남FC에 뇌물 133억 5천만 원을 공여하도록 요구했다는 혐의다.
서로 다른 사건을 하나로 합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대검찰청 차원에서의 최종 조율 및 판단을 거친 것이라고 한다. 중앙지검이 성남FC 사건을 영장 청구 하루 전인 15일 오후 이송받을 정도로 의사 결정은 급박하게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발언하는 이원석 검찰총장. 류영주 기자구속영장 청구 직후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례적으로 "지방 권력과 부동산 업자의 불법 유착을 통해 천문학적 개발이익을 업자·브로커가 나눠 갖도록 만든 토착비리로 극히 중대한 사안"이라는 입장문을 내놓기도 했다.
150쪽 넘는 영장청구서…"증거인멸 해왔고 앞으로도 할 것"
검찰이 제출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는 총 150페이지에 달한다. 검찰은 "측근 등과 인적·물적 증거를 인멸했고 앞으로도 인멸할 우려가 크다"라며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대장동 사건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민간업자 등 지역 토착 세력과 광범위하게 유착된 구조적 권력형 비리 범죄"라며 "죄질이 무겁고 범행이 매우 불량하고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앞선 두 번의 소환 조사에서조차 자신이 직접 보고받고 승인·결재한 문건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을 회피했고, 사건을 정치 영역으로 끌어들여 처벌을 회피하려고 시도한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 연합뉴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이 이 대표 측근 정진상·김용을 접견한 것을 두고서는 "중요한 증거 인멸 사유로 보고 구속영장 청구 사유로 검토했다. 이 사건 관련 증거 인멸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수사팀 판단"이라고 밝혔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라는 말에는 "야당 대표가 아니라 성남시장 재직 당시 발생한 비리에 관한 수사"라며 "사안의 중대성이나 여러 증거인멸 우려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고 그 외 다른 사항은 일체 고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달 말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부결되면 불구속 수사
현역 국회의원인 이 대표의 구속영장은 국회의 체포동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현행법상 국회의장이 의원의 체포 동의를 요청받으면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하고, 그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한다. 다만 72시간이 지날 경우 그 이후 처음 여는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한다.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한 뒤 27~28일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보인다.
체포동의안은 국회 재적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면 가결된다. 이 경우 법원의 영장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가 열린다. 이 대표의 경우 다수당인 민주당의 현역 의원인 데다 제1야당 대표라는 점에서 부결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법원은 검찰의 영장을 심사 없이 기각한다. 이럴 경우 검찰은 영장 재청구 없이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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