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강의' 듣는 학생들. 연합뉴스 "취업 준비에 들어가는 고학년들은 여전히 비대면 강의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만난 신학과 4학년 김모씨는 코로나19로 인한 대면 강의 제한이 풀렸지만, 고학년들 중심으로 여전히 비대면 강의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수강신청 기간에는 비대면 강의만 쏙쏙 골라 신청하는 학생도 있었다고 했다.
김씨는 "한 친구는 취업 준비를 한다고 최대한 비대면 강의를 신청하려 했다"며 "코로나19 전에는 몰랐는데, 취업 준비와 병행하기에는 비대면 강의가 유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황진환 기자 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코로나19 이후 대학교 대면 강의 제한이 풀린 가운데 고학년 대학생들은 여전히 비대면 강의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다만 코로나19 기간 입학한 저학년들은 대면 강의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전문직 시험 또는 취업을 준비하는 고학년 학생들은 비대면 강의가 효율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중인 경희대학교 회계세무학과 4학년 유재성(27)씨는 "강의에 따라 다르지만 비대면 강의가 더 좋다"며 "우리 과 특성상 전공수업은 정보전달 위주로 진행되므로 비대면이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유씨는 "비대면의 경우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대에 들을 수 있고, 혹시 놓친 부분을 다시 돌려볼 수도 있어서 (비대면 강의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연세대를 졸업한 김모(25)씨는 "코로나19가 끝나가는 분위기지만 나같은 졸업반들은 비대면 강의가 더 편한 것이 사실"이라며 "영어 시험이나 자격증 준비를 하기위해 통학 시간 자체도 최대한 줄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학과 특성에 따라서도 반응은 갈렸다. 실습이 많지 않고 정보 전달이 중심인 학과에서는 학업 성과에 있어서도 대면보다 비대면 강의가 좋다는 반응이 나왔다.
경희대 행정학과 1학년 김지헌(23)씨는 "장거리 통학을 하고 있어서 시간도 걸리고, 실습이 있는 학과가 아니다 보니 집에서 들어도 문제가 없었다"며 "(대면과 비대면 강의) 사이에 학습 효과 차이를 딱히 못느끼겠다"고 말했다.
대학 캠퍼스. 연합뉴스반면 코로나19로 대학생활 초반부터 대면 강의를 받기 어려웠던 저학년 학생들은 규제가 풀리면서 기대된다는 반응이다.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3학년 송예린(22)씨는 "대학 생활에 있어서 친구들이랑 교수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비대면일 때는 그런 것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며 "대면 활동하면서 그런 것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밝혔다.
이어 "대면 강의를 하면서 학교 동아리나 아르바이트 등 보다 생산적인 활동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며 "학습 측면에서도 줌(Zoom)으로 수업을 하면 다들 화면을 꺼서 집중도 잘 안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주로 실습 수업이 많은 예·체능 학과 학생들도 대면 강의를 선호한다고 했다. 경희대 회화과 1학년 A(21)씨는 "대학교에서 비대면 강의를 들어본 적은 없다"며 "고등학교에서 비대면 강의를 할때, 일단 모르는 것이 생겼는데 질문을 해도 즉각적으로 대답이 안나와 소통이 어려운 점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이 비대면 강의를 더욱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숭실대학교 사회복지과 노혜련 교수는 "학생들이 비대면 강의에 익숙해진 것 같다"며 "특히 멀리 거주하는 학생들은 교통비나 이런 비용도 부담되고, 집을 구하는 일도 어려우니까 (비대면 강의를) 선호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만큼 비대면 강의를 없애기보다 대면 강의와 융합한 교육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화여대 교육학과 정제영 교수는 "비대면 강의를 듣고 지식을 먼저 습득한 다음에 대면 수업을 하는 식으로 융합하는 교육을 도입했는데 학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고 말했다.
다만 비대면 강의가 학생들의 교육 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영남대 한성안 전 경제학과 교수는 "비대면 강의를 제대로 준비하면 오히려 대면 수업보다 밀도 높은 교육이 가능하다"면서도 "학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잘 따라오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은 뒤쳐지면서 학력 격차가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