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및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긴급 시국선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지원 단체들이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배상안에 반발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1532개 시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의 국격을 땅에 떨어뜨리고, 국민의 아픔을 다시 짓밟으며, '식민지배는 불법'이라는 우리 헌법의 근본 질서를 스스로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이처럼 본말이 전도된 백기투항, 망국적 외교참사가 있었느냐"며 "2023년 3월 6일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악의 날, 제2의 국치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의 사죄나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뺀 정부의 해법이 일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 취지마저 훼손한 점을 지적하며 "일본 우익과 일본 정부의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꼴이고, '2015 한일 위안부 합의'보다 못한 퇴행"이라고 평가했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및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긴급 시국선언'에서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날 시국선언에 참석한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4) 할머니는 "제가 95살이나 먹고 지금까지 (이렇게) 억울할 때는 이참이 처음"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사람인가 조선사람인가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인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양 할머니는 정부가 내놓은 제3자 변제안으로 마련된 배상금을 받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양 할머니는 "(국내 기업 후원금으로 모은) 그런 돈은 굶어 죽어도 안 받는다"며 "내가 우리나라에서 고생했나, 일본 가서 고생했지. 누구를 위해서 싸웠겠나"라고 했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및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긴급 시국선언'에서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가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 김성주 할머니도 "중학교·고등학교 다 보내주고 일하면 월급도 준다고 일본에 끌려갔는데 그것이 말짱 거짓말이었고 골병 들었다"며 "일본사람이 우리를 끌고 갔는데 어디다 사죄받고 어디에다가 (배상을) 요구하겠나"라며 정부의 해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강제동원 피해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한 김 할머니가 온 힘을 다해 발언을 이어가자 참가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날 시국선언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도 참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 자리에서 "과거 잘못된 위안부 합의로 박근혜 정부가 어떤 심판을 받았는지 기억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반역사적·반인권적·반국가적 야합에 대해 끝까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수십 년 싸움을 자신의 치적 쌓기에 묻으려는 윤석열 정부의 이번 결정에 우리 모두 힘 모아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주말인 오는 1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대규모 규탄집회를 여는 등 정부가 내놓은 강제동원 해법을 철회할 때까지 투쟁해나가겠다고 밝혔다. 13일에는 국회에서 정부의 해법을 검증하는 토론회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