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시 비평저수지에 설치된 '두꺼비 표지판'. 연합뉴스"2~3월 새끼 낳으러 이동", "5~6월 새끼 두꺼비 이동."
전남 광양시 진상면 비촌리 비평저수지 북쪽에 놓인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볼 수 있는 특별한 '두꺼비 표지판'.
두꺼비는 산란기에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알을 낳는 회귀성 동물인데, 산란지인 비평저수지와 서식지를 오가면서 만나는 이 도로에서 찻길 사고로 목숨을 잃는 개체가 많자 2019년 설치됐다.
8일 전남녹색연합에 따르면 표지판을 만든 이후 최근 4년(2020~2023년) 동안 비평저수지 주변 도로 800m 구간에서 로드킬을 당한 두꺼비는 1433마리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240마리, 2021년 569마리, 작년 296마리, 올해 328마리였다.
얼핏 로드킬 사고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전체 두꺼비 중 로드킬을 당한 비율은 2020년 30.4%에서 올해 37.8%로 높아졌다.
비평저수지로 이동하는 데 성공한 두꺼비는 2020년 550마리에서 이듬해 1832마리로 늘어난 뒤 작년 1291마리, 올해 540마리로 빠르게 감소했다.
로드킬 당한 두꺼비. 전남녹색연합 제공전남녹색연합과 광양시청, 지역주민들은 비평저수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차에 치이거나 수로에 갇혀 목숨을 잃는 두꺼비를 구하기 위해 매년 장갑을 끼고 도로 위를 훑고 있다.
올해도 두꺼비가 산란지로 이동하기 시작한 지난달 10일부터 구조를 시작했고, 지난 7일 서식지로 돌아가는 두꺼비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했던 임시차단막을 해체하면서 활동을 마무리했다.
비평저수지에는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을 통해 조성된 터널형 생태통로도 한 곳 있다.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실시한 민간사업자에게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협력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산란지로 이동하는 두꺼비. 전남녹색연합 제공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2021년 5월 만든 '동물 찻길 사고 조사 및 관리 지침'에는 로드킬 조사 대상이 포유류와 조류로 정해져 있지만, 국립생태원은 광양과 대구, 울산, 청주, 순천 등 두꺼비 서식지가 있는 곳에서 로드킬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이와 함께 이달 중 순천시, 두꺼비 캐릭터를 활용 중인 하이트진로와 실무협약을 체결해 로드킬 예방을 위한 교육을 강화한다. 오는 8~9월에는 순천 용당동 업동저수지 일대에 생태통로를 만들 계획도 있다.
다만 생태통로를 만들었다고 해서 로드킬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전남녹색연합 박수완 사무국장은 "생태통로를 만들면서 유도 울타리 같은 추가 시설을 만들게 된다"라며 "이런 시설이 작은 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을 조사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