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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체크]외국인 관광객 소비 분석 믿어도 될까?…'中 바르고, 日 먹는데 돈 쓴다?'



사회 일반

    [노컷체크]외국인 관광객 소비 분석 믿어도 될까?…'中 바르고, 日 먹는데 돈 쓴다?'

    CBS 주말 뉴스쇼 모아모아 팩트체크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MHz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 대담 : 선정수 (뉴스톱 기자)

    대한상의 '외국인 관광객 선호 상품 조사결과'
    외국인 400명 대상 조사… 의류 및 피혁류>화장품 및 향수>식료품
    나라별로 한정하면 표본 작아져…중국 62명, 일본54명, 미국 53명
    표본 적어지면 오차범위 커져…오차범위 고려 안 한 결과

     서울 명동 상점 의류 상점 쇼윈도에 봄옷이 진열돼 있다. 박종민 기자서울 명동 상점 의류 상점 쇼윈도에 봄옷이 진열돼 있다. 박종민 기자
    ◇ 조태임 >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주제를 준비했나요?
     
    ◆ 선정수 > 지난주에 서울 시내에 나가봤더니 외국인 관광객들이 굉장히 많이 돌아다니더라고요. 관련해서 제 눈길을 잡아 끈 기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中 바르고, 日 먹고, 美 입는 데에 지갑 활짝 열어"라는 제목의 기사였는데요. 이게 과연 사실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확 들었습니다.
     
    ◇ 조태임 > 중국인 관광객은 바르고, 일본인은 먹고, 미국인은 입는 데 돈을 많이 쓴다. 재미있네요. 사실인가요?
     
    ◆ 선정수 > 결론부터 먼저 말씀을 드리면 중국인 관광객은 화장품이나 향수를 사는데 가장 돈을 많이 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인과 미국인은 뭐에 돈을 가장 많이 썼는지 가려낼 수 없었습니다.
     
    ◇ 조태임 > 일단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지부터 확인해봐야겠죠?
     
    ◆ 선정수 >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6일 최근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트렌드를 분석한 '외국인 관광객 선호 K-상품군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대한상의가 여론조사업체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한국관광을 마치고 출국하는 외국인 관광객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고 합니다.
     
    내용을 살펴보면요. 선호 상품부터 한국에서 경험한 쇼핑에 대한 만족도와 개선점까지를 다루는데요. 조사결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상품군은 의류 및 피혁류(30.8%), 화장품 및 향수(30.0%), 식료품(29.3%)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건강보조제4.0%, 한류상품 2.5%, 전자·전기제품 2.5%, 캐릭터용품 1.0%은 선호도가 낮았구요.
     
    ◇ 조태임 > 패션, 화장품, 식료품에 돈을 많이 쓰더라 이런 거네요. 맞는 이야기 같기도 한대요.
     
    ◆ 선정수 > 네 한국갤럽은 굉장히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업체니까요. 허튼 이야기는 안했겠죠. 그런데 대한상의는 보도자료를 통해 관광객 출신 권역별로 지출이 많은 그러니까 가장 선호하는 쇼핑 품목을 꼽았습니다.
     
    최근 방한이 급증하고 있는 동남아 등 아시아 관광객은 화장품(38.5%)을 꼽았고, 식료품(32.7%), 의류 및 피혁류(22.6%) 순으로 많았습니다. 반면 미주와 유럽 관광객은 의류 및 피혁류(각 39.6%)를 가장 많이 샀다고 응답했습니다.
     
    응답자수 상위 3개국인 중국, 미국, 일본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쇼핑품목은 달랐다고 전했는데요. 중국인 관광객의 75.8%는 화장품 및 향수 지출이 가장 컸고, 미국인 관광객의 43.4%는 의류 및 피혁류를 선택한다고 답했습니다. 일본인 관광객은 식료품(41.9%)과 화장품 및 향수(32.4%) 응답비율이 높았습니다. 
     
    ◇ 조태임 > 여기에서 "중국 바르고, 일본 먹고, 미국 입는데 지갑 연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거겠네요.
     
    ◆ 선정수 > 네 그렇습니다. 관광객 국적별로 품질, 브랜드, 한국적 상품인지 등 상품 선택 기준을 분류한 통계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 조태임 > 그런데 이 여론조사 결과가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는 걸까요?
     
    ◆ 선정수 > 이게 좀 전문적인 이야기라서 재미가 없을 수도 있는데요. 최대한 쉽게 설명을 드려볼게요. 선거할 때마다 여론조사를 하고 출구조사도 하잖아요. 그때마다 논란이 되는 게 오차범위 안이냐 바깥이냐 이런 부분입니다.
     
    ◇ 조태임 > 네 맞아요. 오차범위 안에 있으면 경합이라고 표현을 하죠. '누가 몇% 이기고 있어도 이긴다고 이야기 하는 게 의미가 없다' 이런 이야기는 많이 들었죠.
     
    ◆ 선정수 > 정확합니다. 오차 범위 바깥에 있으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하고요. 오차 범위 안에 있으면 순위를 가리는 게 무의미 합니다. 숫자는 더 크게 나오긴 했지만 그게 의미 있는 예측이 아니라는 것이죠.
     
    ◇ 조태임 > 그럼 이번 조사도 이 오차 범위와 상관이 있는 건가요?
     
    대한상의 제공대한상의 제공
    ◆ 선정수 > 그렇습니다. 대한 상의에 따르면 이 조사는 400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진행됐는데요. 2023년 3월14일부터 4월9일까지 서울역과 김포공항역, 공덕역, 명동, 홍대에서 개별 면접 조사 방식으로 설문을 했다고 합니다.
     
    대한상의가 조사 원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전체적인 분석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일부 공개된 수치(윗 그림 참조)를 토대로 설문 대상의 분포를 엿볼 수 있다. 응답자 분포는 여성과 남성 50%씩이다. 전체 대상자가 400명이므로 여성 200명, 남성 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연령별로는 20대 33%, 30대 33.5%, 40대이상 33.5%이다. 20대 132명, 30대 134명, 40대 이상이 134명이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52%, 유럽 24%, 미주 24%다. 인원수로 계산해보면 아시아 208명, 유럽 96명, 96명이다. 응답자 국적 중 상위 3개국은 중국 15.5%, 일본 13.5%, 미국 13.3%이다. 인원수로는 중국 62명, 일본 54명, 미국 53명이다.

    중국인 62명, 일본인 54명, 미국인 53명을 조사한 뒤, "중국은 바르고, 일본은 먹고, 미국은 입는 데 지갑을 활짝 열었다"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표본이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가 되느냐는 문제입니다.
     
    ◇ 조태임 > 글쎄요. 그래도 공신력있는 조사기관에서 내놓은 통계인데. 믿을만한 것 아닐까요?
     
    ◆ 선정수 > 대한상의에다가 물어봤는데요. "통상적으로 실태 파악 조사는 300~1000명 규모에서 진행된다"며 "표본 30 이상이면 일정 수 이상으로 대표성을 가진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문제없다는 이야기죠.
     
    ◇ 조태임 > 대한상의 설명대로 30명 이상이 대표성을 가진다고 한다면 이번 조사의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요?
     
    ◆ 선정수 > 다른 전문가한테도 물어봤죠. 여론조사 업체인 조원씨앤아이 김봉신 부대표는 "과도한 해석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습니다. "상의가 비용을 더 투입해서 좀 더 정밀한 조사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도 말했고요. 전체 조사대상 400명을 놓고 이야기를 하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지만, 국적별, 연령별 등 세부 조건을 따지고 들면 표본의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에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 조태임 > 표본이 작아지기 때문에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말은 오차범위와 연결돼 있는 건가요?
     
    ◆ 선정수 > 표본이 400개인 전체 조사의 오차범위가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 4.9%p였다면, 표본이 작아지면 오차범위가 더 커집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뭘 선호했는지를 살펴보려면 표본이 400개가 아니라 62개가 되면서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12.5%p로 커집니다. 이 경우 중국인 내의 선택 비율에서 항목 간 격차가 25.0%포인트 이상 벌어져야 유의한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중국인 관광객 쇼핑 품목 지출에서 '1위 화장품, 향수'가 75.8%이고 '2위 의류, 피혁류'가 19.4%이니 격차는 56.4%포인트로 오차범위를 넘어섭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중국인들이 화장품을 가장 많이 산다고 말할 수 있는 거죠.
     
    ◇ 조태임 > 일본과 미국도 살펴보죠.
     
    ◆ 선정수 > 일본인 관광객 54명을 모수로 놓고 보면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13.3%포인트가 되면서 격차가 26.6%포인트 이상 벌어져야 유의한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는 '1위 식료품' 41.9%와 '2위 화장품, 향수' 32.4%의 격차는 9.5%p로 오차범위 내에 있습니다. 1위와 2위 중 무엇이 더 많이 선택됐다고 말하기 어려운 거죠.

    미국인 관광객 53명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13.5%p여서 역시 격차가 27.0%p 이상 벌어져야 하는데, 이번 조사에서 '1위 의류, 피혁류'는 43.4%이고 '2위 화장품, 향수'는 28.3%로 격차가 15.1%p로 오차범위 이내입니다.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중국인 관관객이 '바르는 데 가장 많이 쓴다'고 하면 틀리지 않겠지만, 일본인 관광객과 미국인 관광객에 대해서는 무엇이 더 많다고 하기 어렵다는 거죠.
     
    ◇ 조태임 > 그렇다면 왜 이런 조사 결과를 발표한 걸까요?
     
    ◆ 선정수 > 이 부분은 김봉신 부대표의 말대로 좀 더 비용을 많이 투입해서 조사대상을 더 늘리고, 표본 할당을 외국인 관광객 입국 실태를 좀 더 정밀하게 반영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조태임 > 이 조사를 가지고 대한상의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단 말이죠.
     
    ◆ 선정수 > 대한상의는 "외국인관광객 쇼핑 활성화를 위해 국가별 K-상품 구매 행태를 반영한 제품을 개발하고 유통하는 것은 물론 언어소통과 친절한 서비스 제공 등 편리한 쇼핑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요. 외국인 관광객 국적별 구매 실태를 더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조태임 > 정확한 원인을 분석해서 그 수요에 맞게 상품을 준비해야, 외국인 구매 욕구를 더 불러일으킬 수 있겠단 생각이 드는데요. 너무 일반화를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모아모아 팩트체크 선정수기자였습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 유튜브 채널 '노컷', 팟빵, 오디오클립을 통해 다시듣기가 가능합니다.■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 유튜브 채널 '노컷', 팟빵, 오디오클립을 통해 다시듣기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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