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녹취록 사태와 쪼개기 정치 후원금 의혹과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최고위원인 태영호 의원이 고등학생을 '청년보좌관'으로 채용한 이후 고액의 정치후원금을 받는 등 '대가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청년보좌관 중 한 명은 태 의원으로부터 받은 추천서 등을 명문대 입시에 활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아직 고등학생인 이들도 있어 추후 입시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태 의원실은 "단순 봉사활동일 뿐 특혜가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청년보좌관들의 부모는 후원인·지역 사업가·지인 등 태 의원과 사적 관계로 얽혀 있었다. 이들은 별다른 공개 채용 절차를 통해 선발되지도 않았다. 의원실이 '스펙 품앗이'의 장(場)으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태 의원실은 지난해 여름과 올해 초 '청년보좌관' 제도를 운영했다. '대학생 명예보좌관', '청년보좌관 인턴십'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여러 의원실에서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청년들에게 국회에서의 근무 경험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주로 20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며, 모집 공고가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오곤 한다.
하지만 태 의원실 청년보좌관 대부분은 당시 '고등학생' 신분으로, 2006년생(근무 당시 만 15세, 고교 1학년)도 근무했다. 별도 나이 규정은 없지만 고등학생이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예를 들어 최근 국회 근무 중인 인턴들의 연령대를 알기 위해 이달 1일 기준 국회에서 청년보좌관 등 명목으로 발급해 준 출입증 현황을 조사해 본 결과, 가장 나이가 적은 사람은 2003년생으로 이마저도 224명 중 단 한 명 뿐이었다.
청년보좌관 중 일부는 태 의원으로부터 받은 표창장과 수료증, 추천서 등을 대학 입시에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청년보좌관은 작년 말 미국 명문대에 합격한 후 보좌진에게 "의원실 제공 추천서와 경험 등이 큰 역할을 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2명은 아직 고등학생이라 추후 입시 때 의원실 근무 경력을 스펙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초까지 태 의원실에서 근무한 청년보좌관은 취재로 확인된 사례만 10명이다. 이들 중 6명이 근무 당시 고등학생이었다. 10명 중 4명은 연간 학비가 4천만원 정도로 소위 '귀족학교'라고 알려진 인천 소재 유명 국제학교의 재학생이거나 졸업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태 의원은 이들을 뽑기 위해 별도 채용 공고도 올리지 않았다. 태 의원실에서 올린 청년보좌관 관련 채용 공고가 두 번 있긴 했지만 자격요건은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이었다. 태 의원실에서 근무한 청년보좌관 중 공개 채용으로 들어온 이는 대학생 1명 뿐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는 공개 채용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선발됐다는 의미다.
취재 결과 나머지 청년보좌관들은 태 의원 지인의 아들이거나 보좌진 지인의 아들, 지역구(서울 강남 갑) 사업가의 딸, 후원인의 손녀 등 태 의원과 사적 관계로 얽혀 있었다.
특히 태 의원 지역구인 역삼동의 사업가 딸은 대학생 신분으로 청년보좌관으로 근무했는데, 태 의원이 직접 보좌진 단체 대화방에서 "OOO(사업가 이름)의 딸은 꼭 뽑아주자"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사업가는 과거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의원이기도 했다. 태 의원은 사업가의 행사에 축전을 보내주고, 사업가는 태 의원이 참석하는 행사에 모델을 파견하기도 했다.
또 고등학교 청년보좌관 중 한 명은 근무 이후 그의 할아버지가 태 의원에게 300만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태 의원의 지난 3년간(2020년~2022년) 후원금 장부에 따르면 지난해 300만원 이상 고액을 후원한 경우는 총 6건에 불과하다. 태 의원이 손녀의 스펙을 챙겨주는 대가로 고액의 후원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태 의원이 사적 관계로 얽힌 이들의 자녀들에게 표창장·수료증·추천서 등을 제공해 준 것으로 확인되면서 의원실이 '스펙 품앗이의 장(場)'으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스펙 품앗이'란 자녀 스펙을 쌓기 위해 부모들간에 이뤄지는 상부상조를 가리키는 말이다. 조국 전 장관 사태 이후 '자녀가 부모의 인맥으로 스펙을 쌓는 일' 자체를 일컫는 말이 됐다.
태 의원실 관계자는 청년보좌관 논란에 대해 "순수한 봉사활동일 뿐 특혜가 아니다"라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활동을 하다 보니 일을 하고 싶은 지원자들이 메일을 자주 보낸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