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거리에 마스크를 벗은 시민 및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류영주 기자"진짜 마스크 안 해도 돼서 편한데 아직은 불안해요"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3년여 만에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국면에 들어섰다. 동네 의원과 약국에선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졌고,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의무도 권고로 바뀌었다.
4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만난 시민들은 이같은 변화에 완전한 일상이 회복될까 기대에 부풀면서도 동시에 다시 코로나19 감염이 번질까 우려된다는 반응을 함께 보였다.
33개월 아이와 바깥 나들이를 나온 송모(43)씨는 후련함부터 내비쳤다. "코로나로 한창 어려웠던 2020년에 아이가 태어났다. 코로나에 걸릴까 봐 아기를 데리고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2년 가까이 집에 있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마스크를 너무 오래 쓰고 있으면 안 좋다고 해 트여 있는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으려고 한다"며 "코로나에 한 번 걸렸지만 또 감염될까 불안해 아이와 문화센터에 가고 버스를 탈 때는 마스크를 꼭 쓰게 된다"고 했다.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면서 생긴 변화 중 하나가 의원급 의료기관과 약국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진 점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치과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병원에서 마스크를 안 쓰는 데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었다"며 "1일부터 딱 (마스크) 해제가 된다고 하니까 좋다"고 했다.
류영주 기자하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벗기 불안해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종로구의 한 이비인후과에는 기침을 하는 대부분의 환자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해당 병원의 출입구에는 '마스크 의무 착용' 안내가 그대로 붙어있었고, 의료진들도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끼고 환자들을 대하고 있었다.
해당 이비인후과의 의사인 유모씨는 "코로나 환자와 독감 환자들이 혼재 돼 병원을 찾다 보니 아직은 조심한다"며 "기침을 많이 하는 환자들에겐 따로 마스크를 드린다"고 했다. 인근 약국의 약사 A씨는 "아직은 손님 대부분이 마스크를 쓴다"며 "최근엔 감기와 독감 환자도 늘어 당분간은 마스크를 벗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일주일 격리 의무가 5일간 격리 권고로 바뀌면서 확진자도 출근이나 등교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데 대한 반응도 엇갈렸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임수정(32)씨는 코로나19 확진자에게 적용되던 격리 의무 해제에 반대했다. 그는 "원래부터 격리 의무가 아니었다면 모르겠지만 옆자리 직원에게 옮길 것 같고 찝찝하다"고 토로했다.
경기 남양주에 거주하는 박수하(41)씨는 "이제 감기처럼 생각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서로 조심해야 하는 것 같다"며 "(확진자가) 출근하면 서로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류영주 기자서울 마포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 금모(30)씨는 "예전엔 코로나에 걸렸다고 하면 "바로 쉬어라" 이런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회사는 안 나와도 재택은 하라"는 식으로 이미 회사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어지만, 완전한 코로나19 종식까지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는 시민도 있었다.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50대 박모씨는 "최근 뉴스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늘고 있다고 하더라"며 "직업상 손님도 많이 만나고 나이도 있다 보니 아들이 항상 마스크를 챙겨줘 마스크를 쓰고 일한다"고 했다. 그는 "아침 6시 20분에 집에서 나오는데 출근 지하철에는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있더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