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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만명 찾은 서울국제도서전 폐막…'비인간'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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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만명 찾은 서울국제도서전 폐막…'비인간'에 주목

    국내외 36개국 530개 출판사 참여…200여명 연사 출동
    애니 영화 흥행에 '슬램덩크' 단행본도 현장서 큰 인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여 '오정희 홍보대사 위촉' 충돌

    서울국제도서전 다산북스의 '토지기획관'. 김민수 기자서울국제도서전 다산북스의 '토지기획관'. 김민수 기자'파이 이야기'로 부커상을 수상한 얀 마텔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국 독자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 '파이 이야기'로 부커상을 수상한 얀 마텔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국 독자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 지난해 출판업계의 적자가 대폭 늘어난 가운데 올해 출판시장의 흐름을 전망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서울국제도서전이 5일간 참관객 13만명을 동원하면서 엔데믹 이후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도서전은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전면 해제된 후 처음 열리며 36개국 530개 출판사(국내 360개사·해외 170개사)와 작가, 관련단체들이 참여했다. 지난해 15개국 195개 출판사가 참가한 것보다 3배나 많은 규모다.

    국내외 유명 작가와 연사 200여 명이 참가해 전시와 부대행사, 강연, 세미나 등 170여 개의 프로그램을 통해 독자들과 만났다.

    부커상 수상 '파이 이야기'의 얀 마텔, 퓰리처상 수상 '동조자'의 비엣 타인 응우옌, 올해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고래'의 천명관 작가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참여해 행사를 빛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얀 마텔은 그리스·로마 신화 트로이 전쟁에 현대적인 상상력을 불어넣어 재해석한 새 장편소설 '선 오브 노바디'(Son of Nobody·가제)의 출간예정 소식과 함께 한국 문학작품과 문화에 대한 교감을 이어가며 한국 독자들과도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특히 올해 데뷔 30주년이기도 한 그는 자신이 글을 쓸 수 있는 영감의 원동력에 대해 "스릴이 느껴지는 이야기 소재를 접했을 때"라며, 자신을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린 '파이 이야기'를 예로 들며 "한 소년이 태평양을 건넌다는 내용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같다. 인도를 여행하고 사람들과 문화를 접하면서 얻은 신비로운 이야기들이 만들어졌을 때 매우 흥분된다. '일리아드'와 같은 고전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엣 타인 응우옌은 '아시안 디아스포라와 미국 문학'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고 사회학자 니콜라이 슐츠는 '지구의 병: 병든 지구를 감각하고 생각하기'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김주혜도 한국 독자들을 만났다.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김민수 기자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김민수 기자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책과 기념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김민수 기자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책과 기념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김민수 기자30·40대를 대표하는 국내 여성 소설가 김애란·최은영 작가는 '소외를 소외해'를 주제로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올해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고래'의 천명관 작가는 북토크를 열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부커상 참관 뒷얘기를 전했다.

    SF 작가 북토크, 주빈국 샤르자의 '아랍에미리트와 한국의 고전시 엮기' 강연, 도서전 '여름 첫, 책' 선정작 북토크 등이 열렸다.

    이 밖에도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 김연수, 김초엽, 김금희, 정지돈, 김멜라 등 문인과 작사가 김이나·작가 이슬아·번역가 황석희 등이 단상에 올랐다. 올해 도서전의 주제인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넌휴먼(NONHUMAN)'을 통해 자연과 인간에 대한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고 다양한 문학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주요 강연 좌석은 일찌감치 매진되며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도서전 주최 측인 대한출판문화협회는 행사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 기준 약 13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10만명보다 30% 늘어난 수치다.

    출판사들의 다양한 볼거리도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최근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를 리뉴얼해 출간한 다산북스는 작년보다 규모를 크게 늘려 '토지기획관'을 마련했다. 올해는 토지와 함께 다산북스의 다양한 도서들을 소개하는데 초점을 뒀다.

    천명관 작가의 '고래'로 함께 주목을 받은 문학동네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특별판 도서를 대서 출시하는 등 다양한 작품을 소개했다.

    대원씨아이는 처음으로 '슬램덩크 단독관'을 마련해 주목을 끌었다. 30년이 넘은 고전이지만 올해 1월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흥행하며 원작 만화책 '슬램덩크' 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도서전 기간 내내 20~30대 여성 팬들이 줄을 서서 단행본과 세트를 사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K팝, K드라마 등의 인기에 힘입어 K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만, 이바노프 & 페르베르' 출판사(Mann, Ivanov and Ferber)에서 바이어 자격으로 한국을 찾았다는 알비나 칼리물리나씨는 "한국의 웹툰, 케이팝, 드라마 등 K-컬처의 인기가 러시아에서도 뜨겁다"며 "K-북을 소개하는데 독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대원씨아이 '슬램덩크 단독관'을 찾아 긴 줄을 서고 있다. 김민수 기자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대원씨아이 '슬램덩크 단독관'을 찾아 긴 줄을 서고 있다. 김민수 기자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한 '마포출판문화진흥원' 플랫폼P 입주사 연합부스. 김민수 기자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한 '마포출판문화진흥원' 플랫폼P 입주사 연합부스. 김민수 기자최근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플랫폼P)의 운영 성격을 놓고 마포구청과 갈등이 일고 있는 플랫폼P는 입주사들과 연합부스를 마련해 독자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기회를 마련했다.

    플랫폼P 입주사 관계자는 "마포구청의 입장이 워낙 단호해 현재 입주해있는 출판·창작자들은 입주기간 만료인 7월이 되면 쫓겨날 처지"라면서도 "도서전에서 독자들에게 우리가 해온 출판과 책을 만드는 일을 보여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P 입주사들은 오는 20일 오후 7시 '긴급 수다회, 플랫폼P를 살려라!'를 통해 마포구 시민단체, 문화예술 조직, 전국 출판문화 단체 등과의 연대·협업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한편, 올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기대감을 높였던 도서전은 '오정희 홍보대사 위촉 논란'으로 행사 첫날부터 구설수에 올랐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올해 주체적 여성을 그려온 여성작가들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최은영·최선란·김애란·편혜영·김인숙·오정희까지 30~70대의 다양한 세대 작가로 꾸려졌다.

    그러나 오정희 작가의 위촉은 문화예술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시행해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사찰·검열·배제하는데 앞장섰다는 이유에서다.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에 한국작가회의를 비롯한 문화예술 단체들이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가담자로 지목된 오정희 소설가의 홍보대사 위촉에 항의하다 대통령실 경호처 경호원들과 경찰에 제지당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에 한국작가회의를 비롯한 문화예술 단체들이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가담자로 지목된 오정희 소설가의 홍보대사 위촉에 항의하다 대통령실 경호처 경호원들과 경찰에 제지당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한국작가회의, 우리만화연대 등 문화예술 단체들로 이루어진 긴급항의예술행동은 도서전 첫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 오정희 홍보대사 위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블랙리스트 사건의 핵심 실행자 중의 한 사람이 국가를 대표하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얼굴'로 나서고 알려진다는 것은 한국사회 문화예술과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며 치욕에 다름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개막식 행사장에 진입하려 했지만 대통령실 경호처 경호원들이 제지하면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개막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축사를 위해 방문했다.

    문화예술계의 반발이 커지자 오정희 작가는 16일 홍보대사에서 자진사퇴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도 입장문을 내고 공식 사과했다.

    협회는 "현재까지 논란이 계속 되고 있는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의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 대한출판문화협회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최근 오정희 작가의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 위촉과 관련해 책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저자, 출판사 등 여러분들에게 여러 가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화예술 단체와 정보라 작가, 송경동 시인 등은 도서전 마지막날인 18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자회견과 현장토론을 열고 오정희 작가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자진 사퇴, 문체부에 이번 '오정희 사태'와 관련한 책임자 처벌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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