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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오히려 늘 것"…'사교육 경감 대책'에 되레 '혼란' 가중

사건/사고

    "사교육 오히려 늘 것"…'사교육 경감 대책'에 되레 '혼란' 가중

    26일, 교육부 '사교육 경감 대책' 발표…'킬러문항 핀셋 제거'가 주된 내용
    학생·학부모 "부담도, 사교육도 오히려 늘어날 것…킬러문항도 모호"
    교육단체들 "사교육 줄지 의문"


    정부가 '사교육 경감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학생과 학부모들은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고 사교육은 더 늘어날 거라며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지난 26일 교육부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공정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평가'를 점진적‧단계적으로 실현하는 한편, 사교육 수요 원인별 맞춤 대응을 통해 사교육을 경감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가장 먼저 앞세운 대책은 '킬러문항 핀셋 제거'다. 사교육에서 문제풀이 기술을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이른바 '킬러문항'을 콕 집어 제거하겠다는 것.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향후 수능에서 확실히 배제하겠다는 명분을 들었다.
     
    실제로 교육부는 최근 3년간의 수능 시험과 지난 6월 모의평가의 국어·수학·영어 영역을 분석해 총 22개의 킬러문항 사례를 함께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킬러문항'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공개한 킬러문항들이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거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5일 서울 목동 학원가에 '킬러문제 전문' 간판이 붙어 있다. 류영주 기자지난 25일 서울 목동 학원가에 '킬러문제 전문' 간판이 붙어 있다. 류영주 기자
    고2 자녀를 둔 학부모 김윤태(48)씨는 "킬러문항과 준킬러문항이 다른 게 뭐냐, (기준이 모호하고) 똑같은 얘기지 않냐"면서 "(킬러문항을 배제한다면서) 말만 바꾼 거지 실제로는 크게 달라지는 게 없을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배성우(16)군도 "(킬러문항을 뺀다고) 난이도는 많이 안 내려갈 것 같다"면서 "어차피 다 교과과정 안에서 출제하는 거라고 하면서 복잡하게 문제를 꼬아서 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혼란스러워했다.
     
    이번 대책이 사교육 '경감'은커녕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고등학교 1학년 강희석(16)군은 "문제가 바뀌니까 새로운 문제 유형을 학습하기 위해 사교육이 늘어날 것 같다"면서 "솔직히 사교육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학을 가야만 성공한다는 우리나라의 문화가 사라지기 전까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공교육이 사교육을 이기기는 힘들지 않겠냐"면서 "사교육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아예 다른 친구들을 못 따라갈 정도로 공교육이 부실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수능을 목전에 둔 고3 이현서(18)양 또한 "사교육이 줄지는 않을 거고, 정부 대책이 바뀐 것에 맞춰서 사교육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교육부가 학생들에게 직접 물어보고서 뭘 바꿨으면 좋겠는지,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런 걸 좀 파악하고서 대책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지난 25일 서울 목동 학원가에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류영주 기자지난 25일 서울 목동 학원가에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류영주 기자
    사교육 시장이 벌써 더욱 가열되고 있는 현실을 이미 체감한다는 학부모도 있었다.

    고2 아들을 비롯해 세 자녀를 기르는 신승은(45)씨는 "(대통령과 정부의 교육 관련 발언들이 시작되자마자) 학원 설명회들이 수도 없이 늘어났고, 내가 이렇게까지 설명회를 많이 다니게 될 줄 몰랐다"면서 "이제 변별력을 가진 킬러문항이 없어지니까, 오히려 영어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새로운 커리큘럼을 개강한다는 영어 선생님들 문자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스 먹통에, 교사들 부담이 큰 상황인데 어떻게 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교육부가 학생, 학부모들에게 엄청난 불안감을 주고 있다는 것, 그리고 불신을 교육부 스스로 자처하고 있다는 사실을 좀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제발 교육부가 안정적인, 예측 가능한 정책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학부모 김윤태(48)씨 또한 "절대평가가 아니고 어차피 상대평가, 경쟁상황에서 사교육이 줄긴 어떻게 줄겠느냐"면서 "누군가는 이겨야 하는 싸움이기 때문에, 사교육은 계속해서 유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교육계 또한 '사교육 경감'이라는 방향 자체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는 의문을 표했다.
     
    교사노조연맹은 "사교육 경감 방안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대학입시와 고교 정책에서 점수경쟁교육의 폐단을 시정하는 과감한 대책 없이, 사교육이 줄어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한국의 유초중등교육과 관련 입시제도에 대한 과감한 점수경쟁교육 폐단 시정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또한 "교육부가 공정 수능 및 입시체제 구축, 방과후과정 지원 강화 등 유치원에서부터 고교까지 전반적인 사교육 경감 방안을 제시하고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힌 부분은 시의적절하다"면서도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거나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고, 이 같은 사교육 대책이 풍선효과는 없는지 촘촘히 살피고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분야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또한 "교육과정 내 정상적인 수능을 출제하고 학교교육 본질에 부합하는 수능 개선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사교육 경감까지 가려면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학교 교육과정에 부합하는 수능체제로 개선하는 로드맵을 2028 대입제도 개선 방안에 담아야 한다"며 거시적이며 장기적인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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