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목동 학원가에 '킬러문제 전문' 간판이 붙어 있다. 류영주 기자교육부가 최근 3년간 수능과 올해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의 초고난도 문항인 이른바 킬러 문항을 공개하면서 사교육 잡기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상위권 학생들의 킬러문항 정답률은 공개하지 않았고, 킬러문항 배제 원칙에 따른 수능 변별력을 어떻게 확보할 거냐는 질문에도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해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교육부가 26일 발표한 사교육 경감 대책은 초고난도 문제인 킬러 문항을 수능에서 배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부가 '인증'한 킬러 문항은 480문항 중 총 22개(국어 7개, 수학 9개, 영어 6개)다. 연도별로는 2021학년도 수능 1개, 2022학년도 수능 7개, 2023학년도 수능 7개,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7개다.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현장교원 및 평가전문가가 참여하는 수능킬러문항점검팀을 별도로 구성해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 동안 문제를 분석해 킬러문항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국어, 수학, 영어 외에도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의 킬러문항도 점검 대상이다.
교육부는 "이번엔 국어, 수학, 영어 대상으로 점검했지만 향후 사회탐구, 과학탐구 문항도 엄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수험생들 "킬러 문항 도려내도 사교육은 여전할 것"
킬러 문항을 사교육의 주 원인으로 지목하고 '핀셋' 제거를 통해 사교육 잡기에 나서고는 있지만, 일부에서는 오히려 이번 정책으로 사교육 의존도가 더 높아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킬러 문제를 내지 않겠다는 걸 두고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을 가르기 위해 새로운 유형의 문항을 출제하겠다는 건지, 중간 난이도를 높이겠다는건지 정확한 제시가 없어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인터넷 수능 커뮤니티에도 '킬러 문제를 배제하면 준킬러 문제가 많아지면서 학원에서 소위 문제 푸는 방법을 익힌 학생들이 더욱 유리해지고, 사교육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현장의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류영주 기자학생들의 반응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고3 수험생 이모(18)양은 "바뀐 정책에 맞춰 사교육이 더 늘어날 것 같다"고 예측했다.
김모(16)군은 "문제가 바뀌니까 더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할 것 아니냐"며 자연스럽게 사교육이 늘어날 거라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킬러문항으로 꼽힌 문제 중 수학은 평균 정답률이 3%도 있고 10%가 넘는 것도 있다"며 "상위권이 문제를 풀었느냐 못 풀었느냐 통계적 지표가 나와야 진정한 킬러 문항이라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답률 공개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수능 정답률이나 변별도 등 주요 정보를 공개했을 때 상당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2025학년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별력은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이주호 장관은 변별력과 적정 난이도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뭐냐는 질문에 "변별력 확보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았다"며 "학부모와 학생들께 안심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