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내성천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해병대원이 20일 해군포항병원으로 이송된 가운데 해병대원들이 근조 리본을 가슴에 달고 있다. 연합뉴스호우 피해 복구작전 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수근 일병과 관련해 군 당국이 잘못을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진상 조사 및 책임 규명, 재발 방지책 수립에 나섰다.
해병대사령부 최용선(중령) 공보과장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경북 예천 지역의 호우 피해 지역 복구작전에 투입돼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해병대원의 명복을 빌며 유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과장은 "해병대 수사단은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며, 해병대 안전단은 호우 피해 복구작전에 투입된 부대의 안전 분야에 대해 현장에서 점검하고 보완 중에 있다"면서 "해병대는 호우 피해 지역 복구를 위해 헌신하다 순직한 해병에 대해 최고의 예우를 갖춰 후속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 채수근 일병을 비롯한 당시 하천변 수색 참가자들에게 구명조끼가 지급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뒤 "당시 상황을 고려한다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해병대는 다만 해당 부대가 당시 어떤 판단을 했는지 등 구체적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이를 바탕으로 규정과 지침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해병대원이 20일 해군포항병원으로 이송됐다. 사진은 해군포항병원과 해병대 1사단 등이 함께 있는 해병대 1사단 부대의 서문. 연합뉴스해병대는 재난 대응 매뉴얼과 관련해 매뉴얼은 있지만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한 해병 전우가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아울러 관련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호우 피해 복구작전과 관련해 국방부는 장병 안전을 최우선시하라고 강조해왔다면서 이날 오전에도 안전장구류 착용 등 안전대책 강구 방안을 하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고 채수근 일병은 전날 오전 9시 5분쯤 예천군 호명면 일대에서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 중 실종된 뒤 같은 날 오후 11시 10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고인의 부모는 '물살이 셌는데 구명조끼도 안 입힌 것은 살인이나 마찬가지'라는 취지로 군 당국의 처사에 격한 울분을 토로하며 절규했다.
한편 해병대는 고인의 계급을 일병에서 상병으로 추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