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통령실 제공남미 칠레 정부가 부패 의혹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정 재단에 수천억 원을 이체하거나 전 직장과 억대 계약을 했다는 문제 제기를 받은 차관 등 고위 공직자 5명이 줄줄이 낙마하는 등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2일(현지시간) 칠레 일간지 라테르세라와 라스울티마스노티시아스 등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 칠레에서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특정 조직 및 업체에 국가 예산을 밀어줬다는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차관 2명과 장관 대리인 성격의 지역 지국장(SEREMI) 3명이 잇따라 사임했다.
첫 논란은 4억2600만 달러(약 5540억원)에 달하는 주택부와 '데모크라시아 비바(민주주의 만세) 재단' 간 계약에서 비롯됐다.
주택부는 북부 안토파가니스타주에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대규모 거주지 건설 사업을 추진하면서 데모크라시아 비바 재단과 계약했는데, 이 과정에 계약 체결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채 일종의 수의계약 같은 '협약'만 체결하거나 재단 정관이 급하게 수정됐다는 의혹이 한 독립 매체 보도를 통해 불거졌다.
특히 재단 대표인 다니엘 안드라데가 범여권인 좌파 계열 민주혁명당(RD) 소속 카탈리나 페레스의 전 연인이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고, 안토파가니스타 지역의 카를로스 콘트레라스 주택부 지국장이 계약을 승인했다는 것도 드러났다.
차관급인 지국장은 각 지역에서 연방정부 부처 업무 일부를 사실상 대신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합의 사건'으로 불리는 이 스캔들로 콘트레라스 지국장은 지난 6월 16일 사임했고, 타티아나 로하스 주택부 차관 역시 같은 달 24일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칠레 감사원은 추가 확인 결과 최대 130억 달러(약 16조원)대의 불법 계약 정황이 있다고 발표했고, 검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하고 있다. 보리치 대통령은 "관련자들은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며칠 후엔 마울레주의 로드리고 에르난데스 주택부 지국장이 자신의 권한이 아닌 데도 일부 재단의 법인 신청을 승인했다가 직을 잃었다.
주택부 '합의 사건'의 불똥은 이어 문화부로 튀었다.
안드레아 구티에레스 문화부 차관이 전 직장인 산티아고 개발공사와의 계약에 관여해 지난달 31일 사임했고, 산티아고 수도권 문화부 지국장 알레한드라 히메네스 역시 직전에 소속돼 있던 시민단체에 예산을 배정했다가 전날 옷을 벗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37세의 보리치 대통령은 신 헌법 제정과 사회보장제 개혁 등 주요 정부 정책에서 야권과 시민의 비판에 부딪히며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상태다.
여기에 더해 관료들의 부패 의혹까지 잇따라 터지면서, 당분간 국정 운영에 부침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