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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 물고기 다 죽어" 경포 상인들 피서철 연휴 앞두고 '망연자실'

영동

    "수조 물고기 다 죽어" 경포 상인들 피서철 연휴 앞두고 '망연자실'

    핵심요약

    태풍 카눈 동해안에 400mm '물폭탄'
    강릉 경포 진안상가 인근 물에 잠여
    식당, 게스트하우스 등 곳곳 침수피해
    이른 새벽부터 나와 가게 정리 '구슬땀'
    "여름 피서 막바지, 광복절 연휴에 막막"
    태풍에 피해 눈덩이…지자체 복구 총력

    11일 오전 태풍 카눈이 전날 지나가면서 쏟아진 집중호우에 침수된 가게를 정리하고 있는 상인들. 전영래 기자11일 오전 태풍 카눈이 전날 지나가면서 쏟아진 집중호우에 침수된 가게를 정리하고 있는 상인들. 전영래 기자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해 강원 강릉지역에 35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상습침수지역인 경포 진안상가 일대가 또 물에 잠겼다. 피서철 주말에 광복절 징검다리 연휴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침수 피해로 정상 영업이 어렵게 된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태풍 카눈이 휩쓸고 지나간 11일 오전에 찾은 강릉시 경포 진안상가 일대. 전날 오후에 시간당 최대 40mm에 달하는 장대비가 내리면서 어른 허리춤까지 찾던 물은 언제 그랬냐는 듯 빠져 있었다. 오전 8시도 안됐지만 침수 피해를 입은 상인들은 새벽부터 나와 가게를 정리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난 10일 강릉 경포 진안상가 인근의 한 횟집이 침수돼 전기가 끊기면서 수족관에 있던 물고기들이 모두 죽어 있다. 전영래 기자지난 10일 강릉 경포 진안상가 인근의 한 횟집이 침수돼 전기가 끊기면서 수족관에 있던 물고기들이 모두 죽어 있다. 전영래 기자
    한창 청소를 하고 있는 횟집을 들어가 보니 상황은 참혹했다. 벽면을 보니 어른 무릎 높이까지 물이찼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빗물과 함께 들어온 토사가 주방과 홀 등 곳곳에 남아 있었다. 특히 가게 앞에 있던 수족관의 전기가 끊겨 냉각기 등이 가동되지 않아 물고기들이 죽은 채 둥둥 떠다녔다.

    횟집을 운영하는 A(70대)는 "진안상가에서 40년 넘게 장사를 하다가 물도 차고 건물이 위험하다고 해서 쫒겨나오 듯 나와 이렇게 다시 가게를 열었는데 두 달도 되지 않아 이렇게 또 침수피해를 입으니 정말 마음이 착찹하다"며 "고기도 다 죽고 가게 정리도 해야하고 이번 주말에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냐. 마음을 다 내려놨다. 포기해야지 무슨 방법이 있겠냐…"고 망연자실했다.

    11일 오전 경포 진앙상가 일대의 한 건물 지하실의 배수작업을 돕기 위해 출동소방대원들. 전영래 기자11일 오전 경포 진앙상가 일대의 한 건물 지하실의 배수작업을 돕기 위해 출동소방대원들. 전영래 기자
    또 다른 상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인근 식당에서 만난 김상우(50대)씨도 물청소를 하며 아침부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김씨는 "이 곳은 비만 오면 침수되는 곳이라 많이 겪어 봤지만 올해는 호수쪽이 아닌 상가 뒤에서 물이 흘러들어와 이렇게 잠겼다"며 "주말 장사를 위해 새벽부터 나오기는 했는데 청소하고 집기 말리고, 몇일은 걸릴 것 같아 정말 막막하다. 한 여름에 마지막 연휴도 있는데 이렇게 복구에 매달려햐 하니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친다"고 하소연했다.

    태풍은 지나갔지만 진안상가 일대의 한 도로는 아직 물이 빠지지 않은 채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침수 피해를 입은 식당과 게스트하우스 등을 운영하는 주민들은 새벽부터 복구에 여념하며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지난 10일 오후 강릉 경포 진안상가 일대가 침수된 상황에서 소방대원들이 한 주민의 대피를 돕고 있는 모습. 강원소방본부 제공 지난 10일 오후 강릉 경포 진안상가 일대가 침수된 상황에서 소방대원들이 한 주민의 대피를 돕고 있는 모습. 강원소방본부 제공
    전날 태풍의 오른쪽 위험반경에 속한 동해안에는 최대 400mm의 물벼락이 쏟아져 말그대로 물바다가 됐다. 특히 속초와 고성에는 시간당 80~90mm에 달하면서 하천범람과 산사태 우려 등으로 주민대피령이 잇따랐고, 곳곳에서 도로와 주택, 상가 등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이틀간 동해안에 내린 비의 양은 속초 402.8㎜, 삼척 궁촌 387㎜, 강릉 346.9㎜, 고성 대진 341.5㎜, 양양 하조대 305㎜, 동해 264㎜ 등이다. 강원지역에 내려졌던 태풍경보는 이날 오전 6시를 기해 모두 해제됐다.

    10일 오후 물에 잠긴 강원 고성군 일대. 고성군 제공10일 오후 물에 잠긴 강원 고성군 일대. 고성군 제공
    강원특별자치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도내 561가구(869명)이 경로당과 주민센터, 친인척 집 등으로 일시 대피했다. 이 중 480가구(740명)는 아직 귀가하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동해안 6개 시·군에서는 주택 23곳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고, 평창에서는 주택 1곳이 파손됐다. 도로침수와 낙석, 축대붕괴 등 20건의 공공시설 피해도 잇따랐다. 원주와 강릉, 홍천 등 8개 시·군에서는 일시 정전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나무 쓰러짐 사고는 40건, 도로장애 48건의 신고가 접수돼 지자체 등이 안전 조치를 마쳤다.

    지난 10일 낮 12시쯤 강원 동해시 심곡동의 한 마을에서 시각장애인 2명이 갇혔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구조했다. 강원소방본부 제공지난 10일 낮 12시쯤 강원 동해시 심곡동의 한 마을에서 시각장애인 2명이 갇혔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구조했다. 강원소방본부 제공
    도소방본부에는 477건의 태풍 피해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인명 구조 11건(22명), 인명대피 유도 12건(28명), 배수지원 7건 등이다. 소방당국 등이 인명피해 최소화에 안간힘을 쏟으면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태풍 피해를 우려해 사전 통제 됐거나 토사 유출 등으로 통행 금지 조치가 내려진 일부 구간은 이날 오전부터 통행이 재개되고 있다.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전면 또는 일부 통제됐던 도내 도로 57곳 중 동해안 7번 국도는 응급 복구작업이 마무리돼 통행이 정상화됐고, 도로 하부 통로도 오전 중으로 통행이 가능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주~제주, 양양~김포간 항공편 각 2편과 철도 4개 노선도 순차적으로 재개할 전망이다.

    삼척시 덕풍계곡 인근 도로가 유실되자 복구작업에 나선 모습. 삼척시 제공삼척시 덕풍계곡 인근 도로가 유실되자 복구작업에 나선 모습. 삼척시 제공
    지난 10일부터 재난대책본부 비상 3단계를 운영하던 강원도는 1단계로 하향 조정하고 이번 태풍으로 인한 피해 규모를 집계한 뒤 지자체와 복구 작업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빠른시간 내 정확한 피해규모 파악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응급복구 지원단을 편성해 신속한 피해복구 활동으로 2차 피해를 예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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