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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잼버리 1171억, 어디에서 줄줄 샜나?

사건/사고

    '밑빠진 독' 잼버리 1171억, 어디에서 줄줄 샜나?

    "행사 초부터 화장실 더러워" 논란 터졌지만 위생 관련 비용만 사업비의 11% 달해
    예견된 폭염·의료서비스 대비에는 총사업비 중 3% 쓰여…부실 지원으로 온열질환자 등 속출
    연일 문제 터지자 긴급추가지원금 투입만 최소 300억…전문가들 "추가 예산 액수 과도해"
    잼버리 마무리되자 尹 "무난한 마무리"…자화자찬 속 충분한 감사 이뤄질까

    연합뉴스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막을 내리면서 책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천억 원이 넘는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최악'이었다는 지적을 받은 화장실·샤워장 위생, 의료 서비스, 폭염 대비, 음식 등 영역에 예산이 적절하게 쓰였는지에 대해 전방위적인 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총사업비 중 11% 쓰고도 '위생 논란'…정작 예견된 폭염 대비는 부실

    14일 잼버리조직위원회에 따르면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총사업비에는 총 1171억 원이 들었다. 긴급추가지원은 포함되지 않은 사업비다.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화장실 및 샤워장 등 시설과 청소 등에 쓰인 비용은 총 130억 원이다.

    잼버리 조직위는 사업비 656억 원 중 11억 원을 행사장 청소비 및 분뇨처리에 썼다. 또 시설비 130억 원 중 119억 원을 야영장 조성, 상부시설(화장실, 샤워장, 급수대 등)에 사용했다.

    2023 세계잼버리 기간 내내 계속해서 지적돼 온 화장실 등 위생 관리에 총사업비의 11%만 쓰인 것이다. 조직위는 4만 3천여 명이 쓰는 샤워장을 당초 417동 만들기로 했지만 3분의 2 수준인 281동만 설치됐다. 급수대 역시 애초 적정 수준으로 권고됐던 287동의 절반도 되지 않은 125동만 세워졌다.

    지난 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 델타구역에 마련된 수도시설. 연합뉴스지난 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 델타구역에 마련된 수도시설. 연합뉴스
    화장실은 354개에 불과했고 위생상태도 엉망이었다. 실제 잼버리 행사장 내 화장실은 변기물이 내려가지 않아 용변이 남아있거나, 청소가 안돼 사용한 휴지가 화장실에 나뒹굴기도 했다. 지난 5일 전북 부안 2023 세계잼버리 델타구역에서 만난 한 시민은 "행사 초기부터 화장실이 더럽다고 얘기했는데 아직도 화장실 물도 안내려가고 더럽더라"고 토로했다.

    부실하다고 지적된 의료 서비스와 폭염 대비에는 43억 원이 쓰였는데, 총사업비 중 3%에 불과했다. 조직위 인건비·운영비로 쓰인 84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조직위는 사업비 가운데 의료시설 및 코로나방역시설 등 28억 원, 행사장 방역 및 해충기피제 7억 6천만 원, 소금·물 등 폭염대비 물품구입 2억 원, 단위대 그늘막 5억 4천만 원을 썼다.

    이같은 '부실 지원'의 결과는 현장에서 곧바로 드러났다. 무더위에 온열환자가 폭증하는데도 주최 측이 첫날 마련한 병상은 50여 개 뿐이었다. 온열치료제가 모자라고 코로나19 확진자도 나오면서, 의료 인력도 부족해 전국 병원에서 긴급 지원까지 나왔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의 다리. 연합뉴스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의 다리. 연합뉴스
    온열증상자, 벌레물림, 피부발진 등 환자가 2100여 명 발생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다음에야 정부는 추가 예산을 투입해 냉방버스 262대를 배치하고 그늘막 69동을 추가 설치했다. 이때서야 당시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하루 1병만 제공되면 생수도 5병으로 늘렸다.

    또다른 문제였던 음식과 관련해서는 참가자 급식 및 운영요원 식당 운영에 121억 원이 쓰였다. 그런데도 2023 세계잼버리 초기 급식으로 곰팡이가 핀 달걀이 나와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현장에서 만난 스카우트 대원들은 채식주의자 식단이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조기 퇴영을 결정하기도 했다. 지난 7일 영국 스카우트 대표는 "그늘 부족, 음식 부족, 위생 불량, 의료 서비스 부족 등 4개의 레드라인을 위반했다"며 "수천명이 사용한 화장실이 제 때 청소되지 않는 걸 상상해보면, 어떤 상황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8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8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5억 썼는데도 '진흙탕' 야영장…결국 300억 긴급 투입해 '뒷수습'

    이뿐만 아니라 폭우 대비도 부실했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다. 전북도는 상·하수도, 임수하수처리시설, 주차장, 덩굴터널 등 기반시설 조성에 205억 원을 썼다. 조직위는 시설비 가운데 11억 원을 침수대비 쇄석포장에 썼다.

    하지만 실제로 2023 세계잼버리 개막 열흘 전에도 야영지 땅이 진흙탕이라 장화를 신고 가도 발이 푹푹 꺼지는 모습이 보였다. 더구나 스카우트 대원들이 태풍 '카눈' 영향으로 떠난 새만금 야영지는 진흙탕이 됐다. 비록 배수 펌프가 철수된 뒤지만, K팝 콘서트가 열릴 무대 기둥이 진흙탕에 박힌채 기울어지기도 했다.

    폭우 우려는 잼버리 행사 개최 이전부터 나왔다. 본격 2023 세계잼버리 개막 이전 준비 행사인 '프레(pre) 잼버리'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등을 이유로 갑자기 취소됐는데, 당시 사실상 폭우시 배수 문제가 프레 잼버리를 취소했던 이유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잼버리 개최를 3주 앞둔 지난달 11일 '잼버리 외신기자 정책설명회'에서 "잼버리 영지에 대한 침수를 막기위해 내·외곽 배수로를 정비하고 쇄석포장, 강제배수시설을 보강했다"며 폭염과 폭우 대비를 강화했다고 해명했지만, 결과는 보여진 대로다.

    총사업비에 포함되지 않은 '뒷수습'에 사용된 긴급추가지원 금액도 최소 3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조직위는 지난 4일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자 폭염 대책을 위해 예비비 69억 원을 추가 지출했다. 행정안전부는 이와 별도로 전북도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30억 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여기에 태풍 '카눈'으로 참가자들이 전국으로 흩어지면서 발생한 이동 비용과 숙박비 등 운영비, K팝 콘서트 장소 변경에 쓰인 비용 등을 포함하면 최소 300억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보면 화장실·샤워장 위생, 의료 서비스, 급식 운영에만 쓰인 예산을 합하면 약 300억 원에 이른다. 총사업비의 25% 수준이다.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부실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부 자화자찬 속 감사 제대로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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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은 총사업비의 74%에 달하는 870억 원이 조직위 운영비와 사업비로 잡힌 경위, 화장실·샤워장·급수대 등 시설비에 투입된 예산이 130억 원에 불과한 점 등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무난하게 마무리했다"고 추켜세우고, 정권 실세로 꼽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조직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린 잼버리 대회에 대해 정부의 책임에 관한 충분한 감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지난해 7월 국회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총사업비 가운데 화장실 등 기반시설에 투입한 비용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광주대학교 건축학과 송창영 교수는 "화장실과 배수로 등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총사업비 약 1천억 원 중 기반시설에는 (비용이) 별로 안들어 갔다. 총제적으로 예산 관리가 안됐다"고 분석했다.

    '뒷수습'에 사용된 추가 예산이 300억 원이나 되는 것이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유호림 교수는 "어느 국제 행사든 예비비는 미리 책정해둔다"며 "(2023 세계잼버리는 총사업비의) 거의 30%에 가까운 추가 예산이 들어갔는데,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충분히 과하다고 할 수 있고, 예산 책정부터 부실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김우철 교수는 "장관들이 (잼버리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에 왜 들어가있는지 모르겠다"며 "불필요하게 이름은 중앙 정부 인사로 채워넣었지만 사실상 행사는 그정도 위상에 맞게 준비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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