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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엄태화 감독이 생각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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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엄태화 감독이 생각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핵심'

    핵심요약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일러 주의
     
    "각본도 읽었고 가편집본도 봤기 때문에 다 아는 내용인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영화가 정통파 같은 태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시 봐도 재밌다. 트릭이나 잔재주를 부리는 게 전혀 없기 때문에 만드는 태도가 순수하고 담백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_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GV(관객과의 대화) 중 박찬욱 감독의 말
     
    영화 '잉투기'를 통해 관객과 평단을 놀라게 했던 엄태화 감독이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돌아왔다. 김숭늉 작가의 웹툰 '유쾌한 왕따'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엄태화 감독 특유의 색깔로 재탄생한 '블랙코미디'다. 세상을 집어삼킨 대지진 이후, 모든 것이 무너졌지만 황궁 아파트만이 홀로 우뚝 서 있는 기괴한 디스토피아. 그 안에서 인간의 양면성이 점차 밖으로 드러나는 과정을 풍자와 은유로 유려하게 그려냈다.
     
    박찬욱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잔재주, 기교, 멋 부리고 허세 없는, 정말 교과서적으로 정석대로" 만든 영화다. 박찬욱 감독의 제자로도 유명한 엄태화 감독이 과연 어떻게 '정석대로' 그러면서도 '상상력은 활발하게' 재난 이후 세계를 그려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왜 아파트가 재밌을까"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김숭늉 작가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한다. 엄태화 감독은 웹툰을 보면서 2부의 배경인 '아파트'에 주목했다.
     
    그는 "'왜 아파트가 재밌을까?'라고 생각해 스스로 해봤을 때,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기도 하고 한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자 되게 애환과 애증이 있는 공간"이라며 "이런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만들기에, 한국으로 배경으로 만들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공간이 또 있을까 생각 들었다.
     
    그렇게 아파트에 관해서 조금 더 파고들기 시작하다 만난 책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동양대학교 디자인학부 박해천 교수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책 '콘크리트 유토피아'에는 한국의 시각 문화에 영향을 끼친 아파트에 대해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 역사 전반을 고찰이 담겼다. 책은 본 엄 감독은 아파트라는 공간을 통해 한국 사회를 집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비하인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비하인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그는 "개인적으로는 내가 살았던 공간이 이런 맥락들을 가지고 있구나, 우리 부모님이 그 시기를 어떤 식으로 살아오셨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며 "원작에서는 아파트가 조금 더 배경으로 존재했다면, 나는 '아파트'를 좀 더 메인 키워드로 가져와서 다뤄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엄태화 감독이 웹툰에서 또 한 가지 매력을 느낀 지점은 재난 이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그는 "이런 극단의 상황에서 '먹고사니즘'(먹고사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는 태도)이 어떻게 작용하는지가 중요했다. 어쩌면 평범한데 어쩌면 이기적일 수 있는 선택들이 모이면서 큰 선택으로 이어짐을 보고 싶었다"며 "관객들이 다양한 인물을 보면서 '나라면?'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보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작업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였다. 관객들이 영화를 재밌게 봐야 영화에 담긴 주제나 디테일까지 보기 때문이다. 엄 감독은 관객이 이입할 인물을 선택했을 때, 해당 인물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계속 맞이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재미'라고 생각했다. 그는 "배우분들이나 투자사도 마찬가지로 상업적으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이라 선택했다고 본다"며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을 거 같은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알아봐 주신 게 감사하다"고 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진짜'처럼 보여야 했다

     
    엄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어떤 세계관으로 마주하면 좋을지 고민했고, 그렇게 탄생한 게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아파트의 변천을 보여주는 오프닝 시퀀스다. 책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내용을 1분 안에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KBS 다큐멘터리 '모던 코리아' 이태웅 PD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엄 감독은 "보는 분들이 내가 개인적으로 느꼈던 감정은 물론 '한국이 이런 식으로 바뀌었구나'까지 느끼면 좋은 오프닝이 될 거라 생각했다"며 "정말 마음에 쏙 들게 오프닝이 나왔다"고 말했다.
     
    아파트를 중요한 키워드로 가져오고,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면서 이를 세트로 구현하는 것 또한 과제가 됐다. 대지진 속에서 아파트 한 채만 무너지지 않고 남았다는 설정을 관객들이 믿을 수 있도록 '리얼함'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비하인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비하인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아파트라는 키워드를 가져오면서부터 더 그렇게 된 거 같은데요. 정말 내가 살았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만났을 법한 옆집 사람, 그래야 몰입도에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이게 조금이라도 판타지처럼 보이면, 현실적이지 않은 느낌이 들 거라는 생각이 있어서 '진짜 같다'는 느낌이 되게 중요했죠."
     
    사실적인 규모감을 구현하기 위해 실제 건설에 준할 정도의 아파트를 짓기로 한 제작진은 실제 3층까지 아파트 세트를 짓고 디테일하게 설정된 각 캐릭터들의 전사(前事)와 직업, 성격 등을 고려해 생활감 넘치는 아파트 내부 디자인까지 완성해 냈다. 재개발 단지에 가서 문짝, 난간, 나무 등도 가져왔다. 엄 감독은 "가장 '진짜'처럼 보일 수 있는 환경으로 보여야 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집인데 다르게 보일 수 있게끔 장소에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했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톤이나 분장, 의상도 마찬가지였다. 이병헌 선배님의 머리를 그렇게 성게 머리, M자 이마로 만든 것도 현실로 끌어내리기 위함이었다. 좀 더 아파트 주민과 잘 섞이게끔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신나서 촬영했던 바로 그 장면

     
    영화에는 가수 윤수일의 노래 '아파트'를 부르는 영탁(이병헌)의 모습이 등장한다. 해당 신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명장면이다. 이 신이 놀라운 건 '테스트 컷'이라는 점이다.
     
    "두 번의 롱테이크가 나오는데, 영탁의 과거로 넘어가기 전 그리고 영탁을 향해 점점 가까이 갔다가 빠져나오면 다시 멀어져요. 다시 빠져나오는 컷은 원래 테스트 컷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배우들이 춤도 설렁설렁 릴렉스하게 추고, 카메라도 뒤에 빠지다가 뭐에 부딪혔는지 흔들리거든요. 그 흔들림이 지진과 연결돼 있기도 하고, 무너진 인간성을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해서 되게 좋았어요. 다른 컷이 필요 없을 거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 테스트 컷을 쓰게 됐어요."
     
    그만큼 배우들이 캐릭터와 상황에 녹아들어 있었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엄 감독은 현장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모든 순간 감동받았다. 그중에서도 영화 초반 아파트 거실에 36명의 주민이 모여 앉아 이야기하는 반상회 신은 감독도 신나서 촬영한 장면이다.
     
    엄 감독은 "그렇게 많은 배우와 한 공간에서 작업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사전 작업이 중요했다. 한 명이라도 연기가 바뀔 경우 다른 배우의 리액션이 바뀌게 되고, 그 순간 감독에게는 질문 세례가 쏟아지기 마련이다.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엄 감독은 설정을 디테일하게 준비했고, 촬영 전날 모든 배우에게 전화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나요?" "좀 더 바닥에 붙은 톤으로 연기해 주세요" 등의 이야기를 전하며 경우의 수를 줄였다.
     
    그는 "다음날 만나서 첫 테이크를 들어갔는데, 다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앙상블이 느껴지면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배우들도 이렇게 진짜 재밌게 연기한 게 오랜만인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작은 역할이지만 그곳에 살아 움직이는 게 너무 신났다"며 미소 지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마지막, 아파트가 아수라장이 된 신을 찍기 전에도 다시 한번 배우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황궁 아파트 주민으로 살아왔는데, 해당 장면 촬영을 앞둔 마음이 어떤지 물었다. 김영탁 대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누군가는 영탁을 지지할 거라고, 누군가는 배신감이 들어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엄 감독은 "그런 걸 듣고 현장에서 그렇게 하기로 약속한 채로 촬영에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좀 더 살아있는 장면이 된 거 같다"고 말했다.
     
    현실감 가득한 황궁 아파트를 더욱더 현실감 있게 만든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이를 만들어 낸 감독의 디테일. 이 모든 것이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블랙코미디 가득한 영화로 완공됐다. 엄 감독은 '콘크리트 유토피아' GV에서 진지한 상황 속 유머를 가미한 장면에 대한 것은 박찬욱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영향을 받았음을 밝힌 바 있다. 스스로도 이번 영화에서 무엇보다 재미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재미'를 중점적으로 생각하며 만들었다. 그렇기에 박 감독도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고 표현한 것이리라.
     
    "'콘크리트 유토피아' 안에는 의미들이 많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봐도 장르적으로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해요. 그렇게 보시는 분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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