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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박보영이 '콘크리트 유토피아' 보고 '멈칫'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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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박보영이 '콘크리트 유토피아' 보고 '멈칫'한 순간

    핵심요약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명화 역 배우 박보영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명화 역 배우 박보영.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명화 역 배우 박보영.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일러 주의
     
    배우 박보영이 '너의 결혼식' 이후 무려 5년 만에 스크린에 얼굴을 비췄다. 재난 드라마 장르에 처음 도전한 박보영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볼 수 없었던 눈빛과 표정을 보여준다.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모습으로 돌아온 박보영은 낯선 듯하면서도 반갑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박보영은 부드러운 얼굴 위로 강단 있는 눈빛을 반짝인다. 황궁 아파트 주민의 대다수가 '생존'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무너져 가는 인간성을 가릴 때, 명화는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런 명화야말로 강인한 인물이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를 본 후 "박보영 배우의 깨끗한 표정, 얼굴은 그 배우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값진 한 순간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을 만큼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박보영은 관객을 매료시킨다.
     
    박보영은 명화가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는 명화를 현실에 발붙인 인물로 그려내고자 고민과 질문을 거듭하며 노력했다. 박보영은 명화가 되어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완주하기까지 가졌던 고민 그리고 소중한 경험을 들려줬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필요한 존재, 명화

     
    명화는 황궁 아파트 602호 주민이다. 어느 날 예고 없이 닥친 대지진의 재난 이후, 애써 차분함을 유지하며 남편 민성(박서준)과 함께 생존을 고민한다. 추위에 오갈 곳 없는 외부인에게 방 한 칸 내주는 데 주저함이 없고, 간호사로서 다친 주민들을 돌보는 데에도 앞장서는 인물이 바로 명화다. 그런 명화는 시간을 거듭하며 변해가는 주민들의 모습에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낸다.
     
    박보영은 "어쩌면 보시는 분 중에서 명화를 답답하게 보는 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난 명화를 필요한 존재로 잘 각인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렇기에 지금까지 내가 맡은 캐릭터가 판타지 같은 부분이 많았으니 이번에는 최대한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고 말했다.
     
    박보영은 처음 시나리오를 보며 세 번 정도 멈춰야 했다. '난 여기서 명화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저런 상황이라면, 나는 민성처럼 할까?' '나는 휩쓸리는 사람일까?' 등의 질문이 머릿속으로 쏟아졌다. 이런 질문들이 박보영을 멈칫하게 했다. 질문을 던지는 게 재밌다는 점 역시 '콘크리트 유토피아' 출연을 결심하게 한 이유 중 하나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그는 "몇 번 멈추고 몇 번 한숨도 쉬고 했는데, 진짜 잘 모르겠더라"며 "나라면 명화처럼 하고 싶어 하지만, 총대 메고 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일까? 계속 되뇌긴 했지만 그 정답을 아직 찾진 못한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주민 1, 2 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하긴 한다. 사람들이 그렇게 하자면 좋다고 하고, 아니라고 하면 그러자고 할 거 같다"며 웃었다.
     
    하지만 수많은 질문과 멈춤 속 박보영에게 확신을 준 것은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어요"라는 단 한 줄의 짤막한 대사였다.
     
    "여기 나온 사람 중 '누가 빌런인가?' 없어요. 다 그냥 평범한 사람인 거예요. 우리가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어떠한 선택을 하는 건 나름의 판단에서 나온 선택이잖아요. 많은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그걸 다 아우르는 대사라고 생각해서 너무너무 좋았어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명화 VS 영탁…갈치 보듯 보며 이겨내려 했지만

     
    명화는 영탁(이병헌)과 대척점에 선 인물이다. 새로운 주민 대표로 선출된 영탁은 주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외부인을 방출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활약을 펼치고, 모두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게 된다. 그러나 명화는 다르다. 외부인을 '바퀴벌레'로 부르며 방역에 나서는 영탁과 그로 인해 변해가는 민성의 모습이 두렵기만 하다.
     
    그런 영탁과 명화는 자주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결정적인 장면에서 명화는 영탁과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박보영은 "촬영 당시 이병헌 선배님이 좋은 피드백을 주셨다. 내가 선배님과 이야기하다가 시선을 뺀 적이 있는데, 조용히 날 부르시더니 '난 네가 거기서 시선 안 뺐으면 좋겠어. 시선을 빼니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어서 끝까지 내 눈을 바라보고 했으면 좋겠어'라는 피드백 주셨다"며 "그때 되게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말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사실 박보영은 자신에게는 대선배인 이병헌에 맞대응하는 신에서 주눅이 들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했다. 자신이 너무 걱정하니 엄태화 감독은 성게 머리의 영탁으로 변신한 이병헌의 모습이 담긴 고화질 사진을 보내주며 "배경 화면으로 해놓고 갈치 보듯이 봐라"고 했다. 익숙해지라는 의미였다.
     
    "그걸 배경 화면으로 해놓고 '난 할 수 있다' '난 무섭지 않다'고 생각하고 했어요.(웃음) 그렇게 사진에 익숙해져서 '괜찮아!'하고 마주했는데, 무섭더라고요. 선배님이 영탁일 때는 눈빛이 무서워서 첫 테이크는 완전 주눅 들어서 했어요."
     
    그래도 박보영은 이병헌과 함께 작업하며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그가 본 이병헌은 "한 사람으로서나 한 배우로서나 빈틈없는 배우"였다. 촬영할 때도 이병헌은 자신의 연기가 끝나면 바로 모니터를 한 후 엄태화 감독에게 먼저 수정사항이 있으면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그러면 엄 감독은 조금 더 편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박보영은 그런 이병헌을 보며 "선배님 스스로도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렵고 불편해한다고 생각하셔서 그런지 좀 더 편안하게 할 수 있게 만들어주셨다"고 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명화 역 배우 박보영.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명화 역 배우 박보영.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러블리? 지금은 감사해요"

     
    박보영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며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배우이지만, 수많은 관객과 시청자가 그를 떠올릴 때면 꼭 언급하는 단어가 있다. 애칭인 '뽀' 혹은 '뽀블리'(박보영+러블리)에서 알 수 있듯이 박보영은 이른바 '러블리함'의 대명사다.
     
    예전에는 '러블리'함이 이야기될 때마다 속상하기도 했다. 자신의 이미지가 하나로 국한되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박보영은 "예전엔 뭐가 그렇게 싫었는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아무런 장점이 없는 것보다 하나의 큰 장점이 있는 건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말할 때도 자신도 모르게 애교스러운 느낌이 튀어나올까 봐 일부러 딱딱하게 말하려고도 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그는 "지금은 '이게 난데?'라고 생각하며 튀어나오면 나오는 대로 받아들이려 한다"며 웃었다. 달라진 박보영이기에 그가 연기한 명화는 단단하게 두 발을 현실이란 땅에 발붙인 캐릭터로 완성된 것인지 모른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비하인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비하인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박보영은 많은 관객이 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와주시면 좋겠다고 거듭 말했다. 배우이기 이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박보영은 영화를 본 후 서로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한다. 그는 "그런 걸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만족스럽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조금 어둡지만 그 안에 블랙코미디도 있고 생각할 거리 있는 영화라는 걸 알고 오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마지막까지 신념을 잃지 않은 명화를 연기한 박보영이 본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엔딩은 과연 절망이었을까 아니면 희망이었을까. 명화처럼 단단한 '박보영'다운 대답이었다.
     
    "전 그래도 희망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에 만났던 사람이 명화한테 그런 말을 하잖아요. '살았으면 그냥 사는 거지.' 이 말과 함께 무너진 아파트에 다시 들어가서 새롭게 세워가고, 식량도 나누는 모습이 그래도 '희망은 있다'로 끝난다고 생각해요. 이런 게 좋은 거 같아요. 다른 분은 그게 희망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어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어떻게 보느냐가 너무 다양하고, 또 정답이 없다는 게 큰 매력이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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