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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재명의 길, 정치의 길



칼럼

    [칼럼]이재명의 길, 정치의 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누운 채로 동료의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누운 채로 동료의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윤창원 기자
    지난 8월 22일, 이화영 피고인(전 경기부지사)이 '오락가락'하고 있을 때, 수원지법서 재판을 참관한 적이 있다. 당일 오전 재판은 공전됐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이 붕괴됐기 때문이었다.
     
    그날 오후, 재판장은 이화영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을 긴급히 세웠다. 변호인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 이어 검사는 김성태 피고인(쌍방울 회장)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벌였다. 재판은 이 피고인보다 오히려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느낌이 확 와닿았다. 이 피고인은 뇌물과 외국환관리법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이날 재판 주인공은 분명히 당시 기소되지 않았던 이 대표였다. 이 피고인이 아직 제 3자 뇌물죄로 기소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김성태에 대한 검찰 신문은 온통 이 대표의 제 3자 뇌물죄 추궁이었다.
     
    검찰은 김성태를 상대로 대북송금과 관련된 이 대표의 제 3자 뇌물죄를 시종일관 캐물었다. 엄밀하게 따지면 공소 사실과 관련 없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도 이 피고인도,국선변호인도 검찰신문을 제지하지 않았다.
     
    이 대표의 정치 생명줄을 잡게 된 대북송금 사건은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딱 1년 2개월 사이 전광석화처럼 벌어진 일이다. 검찰 신문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면 이 사건은 2018년 10월 이화영 당시 부지사가 북한을 방문해 스마트팜 지원을 섣부르게 약속한데서 시작되었다. 북한에 약속하고 경기도에 돌아와 보니 'UN대북제재'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황진환 기자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황진환 기자
    그로부터 한달 뒤인 11월, 김성태는 이 피고인 등의 지원으로 쌍방울 대북사업 협의차 중국 선양에서 북한 고위급 인사를 만난다. 그곳에서 김성태는 북측인사들과 만취할 정도의 저녁을 갖는다. 북측 고위인사인 김성혜(평창올림픽때 김여정 수행)가 이화영을 비난했다. '이화영이 스마트팜 지원 뿐만아니라 약속을 두 번이나 어겼다'는 불만이었다. 그러자 당시 술에 취해있던 김성태는 "우리 형 욕하지 마라. 내가 해주면 될 것 아니냐, 천만 불이든 얼마든지 내가 해주겠다"고 크게 화를 낸다. 당시 동석했던 쌍방울 부회장 방용철은 김성태가 김성혜 말에 화가 나서 테이블을 엎어 버리려 했다고 증언했다. 그날 밤 술자리가 얼마나 험악했던지, 김성태는 나중에 사과 편지를 보냈다.
     
    술자리 사건과 상관없이 김성태와 북한은 2019년 1월 대북사업권에 대한 MOU를 체결한다. 광물채굴과 관광,유통 등에서 쌍방울이 대북사업 우선권을 갖는 내용이었다. 이어서 2019년 상반기에 5백만 달러가 건네졌다고 김성태 증인 신문을 통해 검찰은 주장했다.
     
    방북비용 사건은 2019년 5월 11일경, 첫 스타트를 끊는다. 이화영은 북측과 만나는 김성태에게 이재명 방북 초청을 요청했다. 이윽고 두달 뒤 김성태는 북한에 이 지사 방북을 요청했고, 북측은 '벤츠도 굴려야 하고 헬기도 띄워야 한다'며 이른바, 거마비를 요구한다. 처음엔 5백만달러를 요구했지만, 협상을 통해 3백만 달러로 결정됐다고 한다. 검찰은 이 3백만 달러가 2019년 하반기에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도 '그 사실을 알고 있냐'는 검찰 질문에 김성태는 '보고했다'는 말을 이화영을 통해 전해 들었다고 거듭거듭 대답했다.
     
    김성태 신문을 통해 사건 실체를 모조리 파악할 순 없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재판을 보고 난 소감은 검찰과 이재명 대표 모두 '핸디캡'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북송금에 관여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보여주지 못했다. 김성태는 이화영 이든 누군가의 전화를 통해 이 대표와 두어번 간접통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법정에서 김성태는 대북사업권이 쌍방울에게 '1천조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믿었다고 증언했다. 방북비를 논의하는 즈음엔, 그는 이재명 대표와 함께 방북을 하면 '1천억 원'의 헤지펀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했다. '1천조, 1천억', 듣도보도 못한 천문학적 액수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
    이 대표 또한 이화영이라는 '핸디캡'에 발목 잡혀 있다. 이화영은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가 방북비 대납을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물론 그는 편지를 통해 '검찰 진술이 사실이 아니라'고 번복한 상태이다. 이화영은 스스로 '진창'에 빠졌다. 재판에서 드러난 비위사실은 방북비 논란과 상관없이 그는 공무원이 돼선 안 될 인물이었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에 대해 체포동의안을 부결할지, 아니면 찬성 가결 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할지 알 수 없다. 이 대표가 최종적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재판과 언론 보도를 쭉 지켜보면, 대북송금이든,백현동 사건이든 재판에서 따져 볼 여지가 충분한 사건으로 보인다. 구속 수사가 반드시 필요한지 의문이 솔직히 든다.
     
    막스베버는 <직업으로서 정치>에서 '정치는 권력에 관여하고자 하는 노력 또는 권력분배에 영향을 미치는 노력'이라고 규정했다. 국어사전은 더 쉽게 설명하다.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은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란 무엇인가. 작금의 정치는 '체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막스 베버는 정치인이 권력을 추구하는데 두 가지로 수렴된다고 말했다. 하나는 다른 목적(이상적이거나 이기적인)을 수단으로서 권력을 추구하거나, 두 번째는 권력이 주는 위세감을 즐기기 위해 권력을 추구하는 것, 그 둘 중 하나라고 했다. '벼락부자'처럼 권력을 갖고 호언장담하는 '정치'가 아닌, 사물과 인간에 대해 거리를 목측할 수 있는 평정심의 정치가 이뤄지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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