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했다. 제1야당 대표가 구속 기로에 선 것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이 대표는 지팡이를 짚은 채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3분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하얀 셔츠에 검정색 양복을 입은 이 대표는 우산을 들고 지팡이를 짚은 채 매우 느린 걸음으로 법원 출입구에 들어섰다.
이 대표는 내내 땅을 보며 혼자 걸음을 옮겼고,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양측에서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과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법원 관계자가 출입구 안 321호 법정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 대표를 마중했고,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 법정으로 안내했다.
앞서 24일간 단식한 이 대표는 치료와 건강 회복 차 입원 중인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출발했다. 빗길 교통 체증으로 애초 예고한 도착 시간보다 다소 늦게 법원에 도착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8분부터 헌정 사상 초유의 제1야당 대표를 상대로 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돌입했다.
이 대표에 대해선 성남시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적용된 혐의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을 시작으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위증교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이다.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백현동 의혹)와 수원지검 형사6부(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소속 검사들이 심사에 참여해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할 예정이다.
반면,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이 대표 측은 검찰 수사 과정에 참석한 고검장 출신 박균택 변호사와 판사 출신 김종근, 이승엽 변호사 주도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이 대표 측은 혐의 성립 여부는 물론, 검찰의 구속 필요성을 반박하는 데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의 승부처, 즉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가를 분수령으로는 증거인멸 여부가 꼽힌다. 검찰이 이 대표 측의 증거인멸 가능성을 얼마나 입증하고, 재판부를 설득하느냐에 따라서 구속 여부가 갈릴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날 심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역대 최장 기록인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10시간 6분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어질 경우 27일 새벽에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